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사계절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통학 십리(4km)길의 겨울 추억이 그립다. 소들 강문 평야지대에서 부는 된바람은 볼을 빨갛게 만들고 손가락과 발가락 끝을 에이게 했지만, 학교에는 조개탄 난로가 있고, 집에는 이불이 깔려 있는 안방 아랫목이 있어 몸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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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학 길옆의 논은 모두 얼어, 지름길로 간다고 얼음판 위로 다녔다. 수심이 깊어 물이 얼지 않은 곳에서는 겨울철새 청둥오리와 천연기념물 고니 등이 자태를 뽐내며 놀고 있었다. 아침에 동네 어른들은 독극물을 이용해 잡은 청둥오리를 수거해 갔다.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던 일이 성장하면서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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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눈이 내리면 집 앞은 도로이기에 열심히 쓸고는 뒷마당으로 가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낮에는 아이들끼리 눈싸움도 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여우한테 홀려 집을 못 찾는다’고 외출금지다. 눈 때문에 밤이 되면 어디가 길이고 수로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사실, 밤새 집을 못 찾고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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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열심히 참새 잡이도 했다. 참새들이 눈 때문에 먹이를 못 찾는 것을 이용하여, 뒷마당에 눈을 쓸고 삼태기를 버팀목으로 세운 뒤 그 밑에 벼이삭을 뿌려둔다. 버팀목의 줄을 이어 방안창가에서 참새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즉시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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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참새 잡이는, 늦은 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전등을 들고 이웃집 처마 밑을 돌면서 참새가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전등 빛을 눈에 비치면 꼼작 못하고 잡힌다. 이때 어른들은 “집집마다 집을 지키는 큰 구렁이가 있는데, 잘못하면 물린다”고 하면서 그 놀이를 못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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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이 얼면 돌을 던져서 깨고, 적당한 크기의 얼음을 들고 나온다. 얼음 판 한 모서리에 볏짚의 대롱을 대고 입김을 불어 넣으면 구멍이 뚫린다. 구멍에 볏짚줄기를 넣어 들고 다니면서, 투명한 얼음으로 비쳐보고, 씹어서 먹기도 했다. 당시의 얼음은 처마 밑의 고드름과 함께 얼음과자로, 천연 ‘아이스-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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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계속되어 얼음이 두꺼워지면 얼음지치기를 열심히 한다. 하다보면 추위는 멀리가고 땀이 난다. 당시의 썰매는 굵은 철사 줄을 이용한 집에서 자체 제작한 양날 썰매가 주종이었고, 거기에서 한 단계 오르면 외날 썰매를 이용했다. 앉아서 타는 썰매의 꼬챙이(스틱)는 대못을 이용해 짧게 만들어 양손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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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서 타는 썰매의 스틱은 지게를 받히는 긴 작대기에 대못을 박아 만들어 바지 사이로 집어넣고 탄다. 열심히 타다 보면 바지가 터지거나 잘못하면 몸의 한 부위가 몹시 아플 때도 있다. 이때 스피드는 외날 썰매에 작대기 스틱이 최고였기에 그 타는 방법을 배우려 노력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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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매에서 진일보하면 스케이트로, 이 또한 자체 제작한다. 원통의 나무를 반으로 자르고 앞부분 밑은 잘라내 대못을 두 개씩 박아 못의 머리가 얼음판위를 찍도록 하고, 반 원통 밑은 철사 줄을 연결한다. 양 옆에는 아주 작은 못을 박아서 양발에 대고는 고무줄로 사정없이 잡아당기어 부착 시킨 후 열심히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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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보면 고무줄에 발이 저리어 오래 탈수는 없지만 이것으로 우리는 스케이트 타는 방법을 배웠다. 가끔 도시에서 공부하는 형들이 구두가 달린 번쩍이는 스케이트를 가지고 와서 탔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시절이었기에 그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였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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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의 놀이로는 여러 색깔을 칠해서 돌리는 팽이치기와 강한 겨울바람을 이용한 연날리기이다. 연날리기 시합은 연줄에 풀과 사금파리 가루를 함께 발라, 상대방 연줄을 끊는 것이었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깡통에 구멍을 내고, 철사 줄로 연결해 돌리고 놀았다. 이웃마을과 불 싸움 한다고 몰려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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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조금 들어서 즐겼던 놀이는 동네 선남선녀들이 긴긴밤 홀로 보낼 수 없어 하던 ‘나일론 뽕’이었다. 정해진 횟수를 정한 뒤, 매회 자기 기록을 종이에 적고 합산하여 순위를 정한다. 1등과 2등은 공짜이지만 먹을 것을 사와야 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 등 밤참을 사다 먹었던 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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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밤늦게까지 놀다가 헤어져 돌아갈 때면 시골이라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언제든지 끝나갈 무렵이 되면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꼭 나온다. 가슴 졸이며 긴장하게 되고, 혼자 집에 올 때 이상한 소리라도 주위에서 나면 식은땀을 흘렸던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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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추억들은 겨울 날씨가 춥고 눈도 많이 내려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제대로 겨울을 느끼지 못하니 안타깝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아 실내 스키장과 썰매장이 생기고 그 안에서 눈을 보아야 할 때가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해본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를 소중하게 지켜야겠다.
<사진:태백산 등산로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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