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서울 시내지역 산행

삼각산-불광동,우이령길,석굴암, 우이동 탐방('09.07.22)

leepuco 2009. 7. 23. 08:43

  41년 만에 개방(7월10일)한 우이령(牛耳嶺) 길은 7월26일(日)까지 일반 모두에게 허용된다. 이후에는 인터넷 사전 예약으로 양쪽 입구에서 1일 각각 390명만 허용한다. 산방에서도 마지막 날(26일) 탐방이 공지 되었는데, 휴가로 가족여행과 중복되어 오늘 미리 아내와 함께 간다. 15일 전에 예약을 해야 되는 번잡함이 서두르게 한 것이다. 

 

 

 

 

  이제는 삼각산하면 불광역과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이 떠오른다. 불광역 도착(8:40)→터미널 출발(8:50)하는 버스 안은 5-6명에 불과해, 혼잡한 일요일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연신내에서 좌석을 채우더니, 구파발역에서는 만원을 이룬다. 손님도 주일과는 달리 일반손님, 등산객, 예비군 등 다양하다. 이야기만 들어오던 704번 시내버스이다.  

 

 

 

 

 

  하차하는 석굴암 입구(9:20)는 작년 12월 오봉(송추입구)을 갈 때와 지난달 시루봉(효자2동)가는 길의 중간지점에 있다. 입구의 분위기는 고향을 찾아온 듯 전원적인 분위기로, 길가에 활짝 핀 호박꽃이 찾아온 손님과 함께 반겨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 그러한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등산객이 한 두 팀에 불과하다.

 

 

 


  왼쪽에 있는 오봉아파트(9:25)를 지나며 보니, 들머리는 오랜 세월 통행이 제한되었음을 알려준다. 1968년 1.21.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김신조) 민간인 출입이 전면 금지 되었다. 석굴암 신도들에게만 예외로 허용해주었다고 한다. 아파트 담과 함께 오르면 군인들이 아직도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탐방지원 센터(9:30)에서 코스를 정리한다.

 

 


  입학시험 날 저녁에 1.21사태를 듣고, 밤새 긴장하고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북한산 공원안내도를 확대해 보니, 남쪽은 삼각산, 북쪽은 도봉산으로 구분된다. 전쟁 이전에는 경기북부 주민들이 농산물을 우마차에 싣고 서울에 가서 팔고, 생필품을 사오던 소로였다. 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고 차량통행이 가능해졌다.

 

 

 


  소귀고개를 기점으로 양주시 구간 3.7km와 성북구 구간 3.1km를 걷는다. 안내도 하단의 상세도를 보면, 출입시간도 엄격하게 제한 통제하고 있다. 전쟁당시는 피난길로도 사용되었던 우리의 삶과 애환이 담긴 길이 늦게나마 다시 돌아와 반갑다. 넓은 길은 햇볕이 내려쬐어 그늘을 찾아 지그재그로 가는데, 많은 승용차 출입이 짜증나게 한다.

 

 

 


  왼쪽의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이른 아침부터 더워진 마음을 시원스럽게 식혀준다. 수질환경 및 생태계 보호를 위하여 출입을 금하는 가드레일과 함께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오른쪽의 산(상장 능선)의 출입은 이미 통제되어 있다. 첫 이정표(9:40)가 반갑게 가는 길을 안내한다. 오봉 전망대(10:00)에서 쉬어가며, 오봉의 전설과 풍경을 본다.

 

 

 


  한마을의 다섯 총각이 원님의 외동딸에게 장가를 들기 위하여 건너편 상장능선에서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기 시합을 해서, 현재의 기묘한 모습의 봉우리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오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오르니, 넓은 터에 유격장 표시석이 있다. 왼쪽 다리를 건너 석굴암 가는 포장길(10:05)로 오른다. 유일하게 땀이 조금 나는 길이다.

 

 

 


  오르는 길 양측에는 유격훈련장 시설물들이 있어 많은 탐방객들이 군 생활시절을 연상케 한다. 지금도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군인들이 보수공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보수하는 시설물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훈련하면서도 재미가 있을 듯하다. 외줄타기 시설물 외에도 여러 가지 훈련 구축물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르다 보니 석굴암 표시석이 나오고, 계속하여 오봉을 바라보면서 오른다. 20여분 오르니 입구의 불사 공덕비와 함께 사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께서 창건했으며, 고려 공민왕 당시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께서 3년간 수행정진 하셨다고 한다. 이제는 길이 개방되면서 많은 신자와 탐방객이 찾는 명소가 될 듯싶다.

 

 

 


 오봉아래 아담하게 자리한 천년 고찰 오봉산 석굴암(10:25) 모습이 아름답다. 대웅전과 부속 건물들이 도봉산 산세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경내의 화단에 있는 여러 가지 꽃들도 예쁘게 피어있다. 10여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여러 탐방객들이 준비한 필름을 겹쳐 부분일식 장면을 보느라 바쁘다. 잠시 빌려 보니 초생 달 모양이다.

 

 

 


  태양이 제일 많이 가려지는 61년만의 우주 쇼라는 뉴스를 들었지만, 산에 오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41년과 61년 이라는 숫자가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 내려오며 앞에 보이는 상장능선은 언제나 개방할지? 더 가까이 다가온다. 올랐던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니 차량 통제소(10:50)이다. 맨발로 걸어도 되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부분 일식은 서울기준 9시38분에 시작하여 10시48분이 정점이고 12시6분에 종료된다. 정점인 시각에는 해가 1/4 기능으로 날씨가 흐린 듯하며 햇볕이 따갑지 않다. 길은 좁아지고 신발을 벗은 사람도 가끔 보인다. 길가에 마련한 벤치는 찾아보기 힘들고, 있어도 빈곳이 없다. 넓이에 제한을 둔 숲속의 쉼터(11:00)에서 15분 쉬어간다.

 

 

 


  사방사업 기념비와 함께 오봉전망대가 있는데 입구에 있었던 것보다 더 가까이 보인다. 우이동에서 많은 탐방객들이 오고 있어 혼잡함을 이룬다. 아마 교통이 편리한 우이동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많은 듯싶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도 탐방객 대열에 합류하여 개방을 축하하나, 더운 날씨로 힘들어 한다.

 

 

 


  유명한 가곡의 바위고개 가사가 이곳과도 관련이 있다는 안내 설명과 함께 광장(11:30)이 나온다. 두 구간의 기점이 되는 소귀고개(11:35)표시는 이정표가 대신한다. 아쉽지만 모두들 증명사진 찍느라 아우성이다. 막간을 이용해 이정표만 찍는다. 이후부터 강북구 구간은 음식점 계곡길이 반을 차지한다. 양주시 구간 진입이 잘한 것 같다.

 

  

 

 

  고개에는 전차저지 군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내려오다 보니 우이동 초소가 500m 남았다는 마지막 이정표가 아쉬움을 준다. 전경대 막사 위로 보이는 상장능선 끝자락의 바위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산방의 산우들과 함께 하였다면 한두 개 바위의 이름정도는 알만도 하나, 누구에게도 물어 볼 수가 없다.

 

 

 


  보도블록으로 바뀌면서 우이동에서 올라오는 안내도와 함께 탐방센터(11:55)이다. 그 밑에는 전경들이 차량을 통제하는 초소 이 다. 기점이 되는 소귀고개에서 20분 내려오는 것으로 사실상 탐방은 끝난다. 등산화에 배낭까지 산에 오르는 복장과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반바지, 운동화, 허리에 차는 가방, 간식과 물 한 병이면 충분할 듯싶다.  

 

 

 

 


  이제부터 1.5km거리는 지루한 음식점 거리이다. 여러 종류의 식당들이 즐비하다. 20여분 내려와 다리(한일교)를 건너니, 계곡을 따라 도봉산의 오봉과 원통사 오르는 등산로이다. 준비한 점심도 있고 시간도 정오밖에 안되었으니, 오르고 싶은 충동도 느껴본다. 다리전에 있는 옛골토성집으로 돌아가 오리고기와 막걸리로 뒤풀이를 한다.

 

 

 


  12시20분에 입구에 도착함으로 탐방소요시간은 3시간이다. 아무리 사부작거린다 하여도 그 이상의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뒤풀이가 끝나고 ‘안녕히 가세요’ 간판을 지나니, 백운대로 오르던 낯익은 거리이다. 뒤 돌아보니 지나온 음식점들이 즐비한 계곡을 우이동 먹거리 마을이라 칭하고 있다. 옆에는 우이 치안센터가 있다.

 

 

 


  어린 시절 산골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마실가던 고개가 연상되는 길이다. 석굴암과 오봉만이 생각나는 오늘의 탐방길, 개방한지 얼마 안 되어 보완할 점이 많은 듯싶다. 좀 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공원으로 조성이 되고, 개방의 폭도 조금 더 넓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석굴암 경내에서 찍은 예쁜 꽃들과 함께 오늘의 탐방을 마친다.    

 

 


 

  


                                        ‘09. 7. 22. 우이령길 탐방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