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사직동,북악산,성곽탐방,북악하늘길 산행('10.03.26)
얼마 전부터 북악하늘 길 3산책로(일명: 김신조 루트)가 개방되었다는 매스컴의 보도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 시절에 들어오던 호랑이와 인왕산(仁王山: 338m)의 이야기들을 기억해보며 아내와 함께 오르기로 한다. 산행경험이 많지 않기에 지금까지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인왕산이 있는것으로 착각하고,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은 다녀왔어도 북악산(北岳山: 342m)이 있는 줄은 몰랐다.
두 산이 모두 군사적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다가 최근에 개방한 원인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산행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사직공원을 기점으로 한다.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5분정도 걸으니 사직공원이다. 공원 전에서 마을길 안으로 진입하려 했더니, 등산로 이정표가 없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의 차도(인왕산 길)가 들머리(9:15)가 된다.
길가에 우리겨레의 시조가 되는 단군성전(9:20)에 잠깐 들려 경건한 마음을 가져본다. 인왕산 길은 차로 몇 번 지난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다. 차도 우측을 보니, 입구에서 지나쳤던 마을길과 함께 옛날에 궁술을 연습했다는 황학정(9:24)이 보인다. 지금도 필요시는 통제를 하고 있는지, 철문(9:32)이 활짝 열려 있다. 인왕산 정상 봉우리가 가끔씩 얼굴을 내민다.
호랑이 조각상(9:33)을 보니, 옛날 이곳에 호랑이들이 많이 살았음을 일깨워준다. 당시는 민가나 궁궐까지 내려와, 소란을 피우고 인명피해까지 입혔다고 한다. 이정표(9:33)를 따라 왼편 주 등산로로 오르려 하니, 성곽 보수공사로 출입금지이다. 출입을 통제하는 작은 철문(9:37)에는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진입이 안 된다는 문구가 있으니, 확인하고 와야겠다.
인왕천약수터 방향(9:37)으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계단이 힘겨운 오늘 산행을 예고한다. 계단에 적응하며 천천히 오르니, 바위산 정상(9:52)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푸른 기와집의 보안을 위해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93년부터 출입이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옥인동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들이 약수터에 오르는 듯하다. 철 난간과 돌계단(9:59)이 오랜 세월을 말해준다.
오르는 왼편에 생김새가 사람의 두개골과 흡사한 해골바위(10:00)가 보인다. 산 자체가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그 모습에 따라 많은 이름이 바위가 있다. 능선을 처음부터 타고 와야 많이 보는데, 중간지점 계곡으로 올라와 아쉽기만 하다. 좁은 계단(10:01)의 중앙 분리의 페인트칠은 휴일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하다. 주능선 도착(10:07)하니 정상이 바로위에 있다.
오르는 주능선 밑으로는 성곽보수 공사 안내판(10:07)이 어수선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상을 보고 왼편 건너편에 안산(鞍山: 260m, 10:08)이 정겨운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올라온 방향의 오른편은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에 자리한 푸른 기와집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 창공에는 고향을 찾아가는 기러기들(10:09)이 우리 부부의 산행을 축하하는 비행을 하는 듯하다.
조선 초기에 서산(西山)이라 지칭하다가 세종 때부터 인왕산이라 불리었다. 본래 인왕이란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신(金剛神)의 이름으로 조선왕조를 수호하려는 뜻에서 산의 이름을 개칭하였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는 계단(10:11)은 큰 바위자체를 오래전에 파서 만들 것 같다. 헬기장(10:19)을 지나 인왕산 정상 이정표(10:20)가 반겨준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1시간5분 소요 되었다.
정상 가운데에 있는 삿갓바위(10:21)가 표시석을 대신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삿갓모양이 아니어, 주위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한다. 삿갓을 벗어 놓은 듯하다. 하산해서 다시 올라야 할 북악산의 모습(10:21)이 보인다. 멀리는 북한산의 비봉능선(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과 가까이는 기차바위(10:25)가 보인다.
산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정상의 뒷면(10:45)을 보면서 하산을 서두른다. 왼편쪽 넓게 드러난 바위 사면이 여인의 주름치마를 펼쳐 널어놓은 듯해서 치마바위라 부르는가 보다. 산은 높지 않지만, 남산타워, 빌딩 숲, 인왕산길, 올라온 능선 등의 조망(10:45)이 뛰어나다. 내려가는 성곽의 첫 모습(10:48)은 보수를 마치어 깨끗하다. 성곽을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간다.
밖의 성곽은 검은 이끼긴 돌이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통행을 제한하는 철문(11:00)을 나오니, 인왕산 길이다. 길옆으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11:05) 소공원이 쉬었다 가라 한다. 공원에서 보는 창의문(彰義門=紫霞門)모습(11:09)이 정겹다. 차도로 내려와 건널목을 건너니 68년1월21일 종로경찰서장(최규식 경무관)이 무장공비와 총격전에서 순직한 곳에 동상(11:13)이 있다.
북악산 가는 길(11:15) 안내 표시로 오르니, 창의문과 함께 쉼터가 있다. 창의문 안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안내로 산행 신고를 하고, 표찰을 목에 건다. 주요시설물의 촬영은 금지되고, 풍경은 가능하다고 한다. 북악산 서울 성곽 탐방길(11:25)에 나서, 까마득한 계단 길로 오른다. 숙정문 가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잠깐 오르니, 북악산(일명白岳山, 11:58)정상이다.
정상까지 전 구간 데크로 된 계단을 오르기(30여분)가 쉽지 않다. 최근 개방하면서 새로이 개설한 능선인 듯싶다. 정상 이후의 성곽 산책로는 종전 길인 듯, 흙길과 시멘트 블럭이다. 청운대(293m, 12:09)에서 식사를 하려 했더니, 냄새나는 것은 안 된다고 근무병은 말한다. 멀리 추억이 깃든 팔각정을 카메라에 담고, 곡장을 우회하여 숙정문(肅靖門,12:34)에 도착한다.
남대문을 예를 숭상한다는 뜻의 숭례문(崇禮門)이라 하면, 이곳 북대문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의 숙정문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숙정문 안내소로 내려가 표찰을 반납하고 탐방 길을 끝낸다. 이제부터는 하늘 길을 열고, 이정표(12:40)따라 1산책로로 간다. 팔각정으로 오르는 계단(12:42)은 가파르고, 주위는 어설프다. 성북동 소재의 삼청각(12:46)을 위로 지난다.
한때는 요정 정치의 산실이었는데, 지금은 전통 음식 및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성북천 발원지(12:47)가 1산책로(팔각정)와 2산책로(하늘교)의 갈림길이다. 2산책로를 벗어나 삼청각을 내려다보며 점심식사(12:55~13:30)를 한다. 날씨가 흐려지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을씨년스럽다. 시멘트로 포장한 오솔길(13:36)은 비경을 기대했는데, 계절상 추위 때문인지 평범하다.
가는 산책로 곳곳에 조망이 가능한 마루를 설치해, 휴식도 같이하게 되어있다. 서마루(13:48)에서 남산과 시내를 조망해본다. 데크 계단(13:51)으로 내려가는 옆에, 생강나무 가지의 노란 꽃망울이 봄의 소식을 전해온다. 솔바람교를 지나 계곡마루와 남마루를 시간관계상 통과한다. 1.21사태 시 총격전이 벌어졌던 현장인 호경암바위(14:13)에 총알의 흔적을 보니 섬뜩하다.
바위를 우회하니, 뒷면 바위 정상에 호경암 표시석(14:17)이 있다. 위험하다고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하늘 전망대 데크(14:23)가 있다. 전망대에서 보니, 보현봉 아래 형제봉, 국민대 캠퍼스 건물, 내부순환 자동차전용도로 등 눈에 익은 모습이 이곳의 위치를 알려준다. 북악 스카이웨이를 건너는 새롭게 단장한 하늘교(14:26)와 그 위는 하늘마루다.
금년 2월27일 개방했다는 3산책로 구간(640m)을 이정표(14:27)따라 힘을 내어본다. 동마루(14:29)는 아늑하고 전망이 좋아, 과일과 이야기로 피로를 풀면서 쉬어간다. 스카이웨이 차도는 옆에서 계속하여 내려가는데, 산책로는 오르락내리락(14:43)을 계속한다. 구간이 끝나는 숲속의 다리(14:52)가 아쉬움을 준다. 이제는 스카이웨이 차도를 따라 2.1km를 걸어가야 한다.
다모정 쉼터(14:54)는 야외 운동시설이 있는 소공원이다. 내려오면서 길상사, 성가정입양원 가는 길을 지나, 한정식 음식점인 곰의집(15:23)을 통과 한다. 하늘한마당(15:25)에서 산행을 종료하고, 마을버스와 전철(성신여대)을 이용한다. 인왕산산행(3.4km)+탐방길(3.8km)+하늘길과 스카이길(4.9km)=12.1km를 걷는데, 6시간10분이 소요되었다.
탐방 길은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화요일)은 휴관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되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가 다소 무리가 되었지만, 서울시민으로 역사와 함께 해온 산을 다녀 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
‘10. 3. 26. 인왕산, 북악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