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산-동두천,동두천역,정상,밤골재,소요산역
이른 아침부터 국지성 집중호우가 세차게 내리고, 어제의 산행피로가 남아,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란 하늘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니, 집에 머물 수가 없어 배낭을 꾸민다. 어제처럼 이웃에 있는 명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동두천의 마차산(磨叉山 588.4m)을 간다. 어제는 속리산의 그늘에 있는 구병산을, 오늘은 소요산의 명성에 가려있는 산이다.
산행코스는 지난번에 산악회에서 다녀온 코스를 답습하면서 하산지점을 달리한다. 동두천역→안흥교→미디안기도원→정상→정상 갈림길→댕댕이고개→밤골재→소망기도원→골프장→소요교→소요산역으로 정한다. 동두천역 도착(12:20)이 정오를 넘기니, 오랜만에 오후 산행을 하게 된다. 동두천역에서 2번 출구(좌측)로 나오니, 역 광장이 아닌 아파트 단지 주거지역이다.
동두천역을 기점으로 산행을 시작(12:25)한다. 역에서 우측으로 잘 조성된 윈터공원(12:25) 안으로 들어가 큰 도로까지 직진한다. 도로 우측에 개천을 가로지르는 돔형식의 특이한 안흥교(12:30)가 보인다. 다리 위로 올라야 할 산의 모습과 가야할 방향이 그려진다. 다리를 건너면 신흥중고교 사거리(12:33)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학교 담장을 따라 차도로 직진한다.
차도에서 우측 마을길로 진입(12:35)하면 이정표(12:37)가 미디안기도원으로 안내한다. 높은 곳에 위치한 기도원의 십자가를 보면서 마을길(12:46)로 계속 오른다. 소요산을 마주하고 있는 마차산의 유래는 정상석 뒷면에 잘 표기되어 있다. 다산(多産)과 풍요를 베풀고, 하루 밤사이에 앞쪽의 석성(石城)을 쌓기도 한 삼신할머니는 세상만사를 어우르는 분이다.
여가 때는 수리바위에 앉아 옥(玉)비녀와 구슬을 갈고 매무새를 고쳤다는 전설에서 갈마(磨), 비녀차(叉)를 붙였다고 한다. 마을을 지날 때, 엿장수의 가위 소리와 한손에 든 포대 모습이 향수를 불러온다. 미디안기도원(12:51)에서 곧장 올라가니 버섯재배장을 경유해 가는 코스다. 내려와 기도원 안의 수영장 위를 들머리(12:56)로 한다. 편안한 흙길 능선(13:21)이다.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어 길을 물으니, 험하다고 하면서 다른 길이 있으면 그 곳이 좋겠다고 한다. 한동안 망설이며 다른 등산로를 같이 찾아 봤지만 없고, 오르면서 보니 무난하기만 하다. 담안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13:24)이다. 10여분 소나기가 내리더니, 햇살이 비치는 숲속(13:30)이 싱그럽다. 잠깐 쉬고는 깔딱인 너덜길(13:39)로 오른다.
큰 암봉이 앞에(13:53) 있어 우회하기로 하고, 무심코 우측 길로 간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은 점차 보이지 않는다. 내려오던 등산객이 험하다고 한 말만 생각하며, 더 가니 아래는 낭떠러지이다. 뒤 돌아 나와 길을 찾으니, 왼쪽이 우회 길이다. 홀로 산행에서 무리를 안 한 것이 다행이다. 전망대(13:56)를 지나 기도원삼거리(14:10)에 도착하니 정상이 100m 앞이다.
능선에는 칼로 쳐, 잘라 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14:11)가 눈길을 끈다. 깔딱이라고 생각되는 급경사 2~3곳 외는 산세가 완만하고, 약간의 암릉만 있을 뿐 대부분 흙길인 편안한 등산로이다. 정상에는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터(보루)가 있다. 정상석(14:18)과 함께 사진을 못 찍을까 걱정했는데, 산객들이 올라온다. 안내도(14:19)와 정상석 뒷면을 읽는다.
마주한 소요산의 의상대가 587m인데, 이곳 정상은 588.4m로 비슷한 편이다. 사방 막힘이 없어 전망이 좋다고 했는데, 이제는 가랑비가 내리니 조망이 안 좋다. 운무로 인해 동쪽 건너편에 있는 소요산은 희미하게(14:25) 보이나, 서쪽의 감악산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출발지였던 동두천역과 안흥교(14:29)를 줌으로 당겨본다. 헬기장을 지나, 하산을 위해 주능선을 탄다.
정상에서 100m 거리에 있는 삼거리 이정표(14:32)는 네 곳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당황한다. 버섯재배장 표시가 미디안기도원에서 곧장 올라오는 길이고, 신흥교 표시는 별도의 능선으로 소요산역에 가고, 초성교 표시가 가고자 코스이다. 군 시설물 벙커 앞(14:37)에서 준비한 빵과 두유로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한다. 동네 뒷동산의 산책로(14:46) 같은 길이 이어진다.
멋진 능선 길을 혼자 걷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비가 그치면서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감악산의 정상과 함께 통신 탑이 잠깐 보인다. 반가움과 함께 카메라에 담으려 했으나, 숲에 가려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왼쪽 풍경(14:53)만 찍는다. 지난번 산방에서는 이곳 댕댕이고개 삼거리(14:57)에서 소망기도원으로 하산했지만, 마냥 가고 싶은 오솔길(15:03)따라 밤 골로 간다.
밤 골재 이정표(15:05)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주위에 밤나무들이 많아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장마기간 중에 잘 자라는 것이 풀이라고 하더니, 하산 길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풀을 헤치고(15:12) 내려가야 하니, 바지는 흠뻑 젖고, 팔뚝은 스쳐 작은 상처를 낸다. 삼거리 이정표(15:21)에서 어느 노 부부가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이 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큰소리로 외친다.
갈림길(15:28) 안내판을 지나니, 삼거리 이정표(15:36)가 나온다. 하산지점인 밤골재에서 더 내려 와 하산하면 이곳에서 만나는 듯하다. 수량이 풍부한 넓은 계곡(15:40)에서 식사와 함께 쉬어간다. 등산객은 물론 피서객들로 계곡은 만원이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따끈한 국물에 막걸리 1병이 행복한 순간(16:55까지)을 만든다. 아담한 소망기도원(17:00)을 지난다.
기도원부터 비포장 길(17:02)로 내려오면, 골프 연습장 앞(17:07)을 지난다. 아스팔트 포장의 도심거리(17:13)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소요산역까지는 한 정류장이기에 걸어서 간다. 동네 꼬마들이 선선해지는 저녁 무렵, 나와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소요초등학교(17:17) 교정이 마차산과 소요산 사이에 있어 운치가 있다. 희미하게 보이던 소요산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소요교(17:20)를 건너는데, 소요산역이 왼편에 있다. 소요산 입구의 맛 거리(17:24)가 활기차다. 어느 개그프로에서 나오는‘1등만 우대하는 세...’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명산만 찾는다. 어제와 오늘 명산에 가려진 비경을 볼 수 있었다. 소요산역(17:25)에 도착하니, 5시간(약 8km추정)이 소요되었다. 계곡의 휴식시간을 감안하면, 4시간 산행이면 충분 할듯하다.
들머리에서 만난, 늘 소요산만 다녔다는 분의 말을 기억하며 정리한다. 소요산역에서 출발해 정상까지의 완만한 흙길에 반해서 이제는 마차산만 오겠다고 결심했으나, 하산 코스가 험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산은 각기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전부 똑 같다면 그것도 재미없을 듯싶다. 처음 뵈었던 산객님! 앞으로 계속 안산, 즐산 하시길 바랍니다.
‘10. 7. 25. 마차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