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새해 들어 처음으로 뮤지컬 영웅을 보기 위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저녁에 아내와 함께 국립극장으로 간다. 6개월여 만에 뮤지컬을 보러 가니 다소 생소하기도 하지만, 영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두가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뮤지컬이라고 하니, 기쁘기도 하면서 숙연해진다.
국립극장을 몇 번 다녀오기는 하였지만, 해오름 극장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신을 바쁘게 살아왔다고 위안하고 싶을 뿐이다. 저녁 8시 공연에 맞추어 도착한 국립극장은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극장 앞 광장은 더 넓게만 느껴진다. 시간이 되어 입장한 극장 내부는 1,2,3층 규모의 많은 객석을 보유한 대공연장이다.
한편으로는 침울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영웅 이야기인데, 뮤지컬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보아 온 뮤지컬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결의를 다지는 장면으로 무대의 막은 오른다. 좁은 공연장에서 보다가, 넓은 1층 객석 중간은 표정을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은 마치 인형들이 움직이는 착각마저 든다.
시력이 많이 떨어진 원인도 있지만, 표정을 읽지 못하니 집중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 내용 속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수시로 바뀌는 무대와 조명이 함께 하도록 경각심을 주지만,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자는 결의만 부각된 체 1막이 내려온다. 20분간 휴식 중, 앞 안내문에 안경 대여란 자막이 나온다.
옆에 있던 아내는 그러한 사정이 있다면 안경을 빌려 쓰고 보라고 한다. 1막을 마음대로 편하게 보았으니, 2막은 좀 더 집중하여 볼 수 있다고 안경을 빌려 쓰는 것조차 마다한다. 아직도 무엇이든 처음 하려고 할 때는 머뭇거리는 좋지 않은 습관 때문인 듯하다. 2막은 1막 보다 더 동적인 장면이 많아 뮤지컬 속에 빠져 들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러나 열차 안의 장면을 보여주는 무대 장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 해야만 되었던 15가지 이유, 천주교 신앙인으로서 기도드리는 모습, 마지막 사형당하는 장면 등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내는 손수건을 자주 꺼내 얼굴로 가져가는데, 옆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야속도 하다. 굳이 갑자기 찾아온 감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 무대 자막에 의사의 유언이“자신의 시신을 고국에 묻어 달라”고 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도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가슴 아프게 한다. 무대가 내려오고 출연한 배우들이 나와 인사하는데 객석에 있던 모든 관중들은 숭고한 정신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얼마나 더 많은 관람을 해야만 뮤지컬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풀어야 될 숙제이다. 고액의 입장권을 사 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귀가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11. 1. 6. 뮤지컬을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