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1969년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출생한 저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조그마한 일까지 풍부한 경험과 독특한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출발 - 동기 - 풍경 - 예술 - 귀환으로 돌아오는 여정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여행 중 보이는 풍경과 사물을 유명한 시인, 화가, 소설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하여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 40여 점도 함께 실어 현장감을 더하여 준다.
일반인들의 여행에서의 감정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과 비교하게 된다. 새로운 것과 아름다움 그리고 기대한 것을 보았을 때 그 감정을 기쁨과 놀라움으로 표시한다. 그 즐거움의 표현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철학적인 면과 심리적인 묘사까지 필요함을 느낀다.
이제는 단순한 삶에서 탈피하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또한 여행에서 느낀 감정도 글로 잘 쓰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책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지금부터 여행은 자신의 삶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살려 모든 풍경과 사물을 잘 봐야겠다.
막상 여행을 떠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의 발생으로 고생도 하고, 또한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얻지 못해 실망할 때도 많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때가 추억이 되어 그립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줄때가 많다. 이것이 여행의 힘이 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여행을 떠나가는가 보다.
- 책 속의 주요 글, 구절을 정리해 보면 -
∎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오래된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다.
∎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 풍경은 힘, 즉 인간의 힘보다 크고 인간에게 위협이 될 만한 힘을 보여줄 때만 숭고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숭고한 장소들은 인간 의지에 대한 도전을 보여준다.
∎ 가보았지만 제대로 보지 않았던 곳 또는 무관심하게 지나친 곳들 가운데 어떤 곳들이 가끔 눈에 번쩍 띄면서 우리를 압도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곳들은 서툴게나마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질을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