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리산-안양,병목안,수암봉,태을봉,관모봉,금정역
어제 오대산 노인봉 우중 산행에 이어, 이른 아침에 배낭을 또 짊어지니 어깨가 뻐근하다. 종일 내리는 비와 더불어 우비 안에 배낭이 있으니, 산행이 거의 종료될 때까지 내려놓지를 못한다. 제한된 시간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배낭 속을 줄일 생각조차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정이 넘치는 음악과 산사랑 산악회를 따라 나서니, 그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안양에 있는 수리산(修理山: 489.2m)으로 아내와 함께 간다.
산산골님의 사전 정보로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안양 창박골 까지 운행하는 11-3번 버스(8:05)로 편하게 들머리에 도착(8:55)한다. 기다리는 동안 사니조아님 따뜻한 음료와 빵을 제공한다. 산행코스는 2년 전에 홀로 와서 산행했던 반대이다. 창박골(종점) 전인 병목안 삼거리에서 내려, 안양역(9:00)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온 산우들과 합류한다. 산행인원 15명이 삼거리마트를 출발하여 산행을 시작(9:40)한다.
병목안 시민공원을 옆으로 하고, 차도를 따라 지난번 하산한 제3산림욕장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곧바로 등산로안내도가 있는 입구(9:50)로 오른다. 지능선에 오르기 위해 가파른 오르막(9:56)이다. 조망이 되는 지능선에 도착해 처음 온 산우와 함께 인사(10:08)를 나눈다. 큰 바위를 돌아서니, 종점인 창박골로 가는 이정표(10:20)가 보인다. 지난번 홀로 산행 시, 하산하며 알바를 했던 원인도 밝혀진다.
이산의 유래는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수리산으로 불린다는 설과 신라 진흥왕 때 창사된 사찰이 신심을 닦는 성지라 해서 수리사라 했는데, 이후 산 이름도 그렇게 불렀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안부처럼 된 편안한 능선(10:33)에 이어서, 최경환 성지 갈림길(10:37)이 나온다. 능선에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우회(10:39)한다. 안산으로 내려가는 삼거리(10:44)에는 파라솔 장이 성시다.
지난번 첫 산행 시 수암봉에서 내려와 어느 산객에게 전철을 타려고 하는데 가까운 역을 물었다. 안산에서 올라오는 길(10:44)을 안내해줘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던 길로 많은 이들이 오른다. 수암봉으로 회귀했다가 제3산림욕장으로 하산했던 알바의 장소다. 소나무 쉼터(10:47)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1차 목표 수암봉과 전망대(10:48)가 시야에 들어온다.
전에는 길을 몰라 우회하여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일행과 함께 약간의 암릉(10:54)인 수암봉에 직접 오른다. 수암봉 표시석(11:02)에서 인증샷을 하고는 옆에 있는 전망데크(11:05)로 이동한다. 조선시대에는 산봉우리가 흡사 독수리의 부리와 같다고 하여 취암(鷲巖)이라고 불리었으나, 조선 말엽에 산세가 수려하다 하여 수암봉으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안산 시내를 조망하고 내려간다.
전망대에서 데크 계단으로 내려와 다른 날에 비해 늦게 주유시간(11:13)을 갖는다. 앨리스님이 준비한 두부김치와 오리고기를 안주로 진천장수, 서울장수, 허큐리스님의 내촌 막걸리 품평회를 20분간 갖는다. 헬기장(11:32)을 지나, 부대 옆 봉(11:40)에서 슬기봉으로 향한다. 전에 오던 길이 오늘은 가는 길이 되니, 또 다른 느낌인 것을 보면 산행하면서도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능선 오른쪽의 군부대 철조망과 함께 한동안 가다보면 안산으로 가는 이정표(11:43)도 보인다. 일행 중 한명이 보약을 많이 마시다 보니, 뒤로 처져 꼬리가 끊어지고 말았다. 능선 길과 지름길 중 어디로 갈까 주저하다가 빠른 지름길을 택한다. 수암봉 오르는 쉼터(12:03)에 도착하니, 선두가 바뀌었다. 들머리 시민공원에서부터 제3산림욕장을 거쳐 올라오는 임도가 부대 입구(12:11)까지 연결되어 있다.
태을봉 가는 대문(12:14)을 통과하면 데크 계단(12:25)을 힘들게 올라야 하고, 산허리를 돌아가는 데크 통로도 길게 이어진다. 오른쪽은 바위 절벽이고, 왼쪽은 낭떠러지로 전망이 뛰어나다. 말발굽 모양을 한 수리산의 울창한 수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비와 낙석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지붕까지 있다. 사실상의 슬기봉으로 보이는 군 시설물(12:25)은 통과하지 못하고 뒤로 해야만 한다.
다녀온 수암봉(12:29)이 왼쪽에, 오른쪽의 가야 할 태을봉(12:29) 능선은 단풍이 들어 아름답다. 수암봉 자체가 거대한 암봉을 이루고, 정상 태을봉은 가기 전 능선이 암릉이다. 두 지역 외에는 부드러운 육산인 듯 산행하기가 수월하다. 태을봉 가는 대문이 끝나는 지점(12:31)에서 얼마동안 능선을 가면 슬기봉 안내판(12:37)이 있다. 형식적인 슬기봉 인지, 안내문이 표시석을 대신하고 있다.
슬기봉 아래 숲속에서 점심(12:40~13:40)을 한다. 전원이 함께 어울려 하는 식사이기에 더 즐겁고, 더 맛있는 식사시간이 된다. 수연님께서 준비하여 온 족발이 단연 인기 메뉴다. 이제 정상까지 남은 코스가 암릉으로 다소 험하기에 힘을 축적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리딩대장님께서 식사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 같다. 밧줄바위(13:45)부터 암릉이 시작되어 뾰족한 칼바위(13:51)로 연결되어 조심하게 된다.
병풍바위 산행은 위험하오니 우회 하라는 안내문(14:44)이 세워져 있다. 지난번은 혼자이고 난이도를 몰라 우회했는데, 오늘은 산우들을 믿고 따라나서 바위를 넘기로 한다(14:44). 조심만 하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닌 듯싶다. 태을봉 정상(14:48)에 도착하니, 많은 산객들로 혼잡하다. 옛날에는 독립된 태을산 이었다고 한다. 태을(太乙)의 의미는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본체 즉 천지만물의 출현 및 성립의 근원을 뜻한다.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으로 꼽는데 그런 현상을 천을봉, 태을봉 이라고 한다. 마지막 봉우리 관모봉을 앞에(15:04) 두고 가는데 후미 팀들이 왼편 안양 가는 길로 간다. 아무리 보아도 알바가 틀림없어 쫓아가 되돌린다. 한번 산행을 했던 경험을 잘 살렸던 순간이다. 뾰족한 봉우리 형상이 어느 한쪽에서 보면 관모를 닮았다는 관모봉에 도착(15:17)한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관모봉(冠帽峰)에서 안양시와 군포시 방면의 빌딩숲과 청계산, 관악산, 광교산 등을 조망한다. 이정표를 보니(15:21) 지난번 올라왔던 성결대학교, 명학역 방면은 안양시 수리약수터 방향이고, 금정역 방면은 수리약수터로 가야한다. 코스를 변경한 것은 뒤풀이를 하고 금정역에서 전철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라 한다. 직진하여 능선으로(15:22) 내려가면, 관모쉼터(15:31)를 만난다.
송전탑을 지나(15:36) 계속 하산하니, 거북이 형상을 한 입에서 약수가 쏟아지는 수리약수터(15:53)이다. 산행의 날머리에는 군포시에서 만든 멋진 육교(15:55)가 산행의 종료를 알린다. 9시4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산행거리 약 9km를 6시간15분 소요되었다. 일요일 근교산행치고는 좀 힘든 종주 산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산우님들이 참석하여 즐겁고 편안한 산행이 되었다.
시내를 걸어서, 뒤풀이를 위해 금정역 부근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 건너편에 군포시 어린이도서관(16:14)이 시선을 끈다. 대부분 고층 건물들은 대부분 아파트이다. 집안 행사가 있어 뒤풀이를 못하고, 산본 시장(16:34) 앞에서 일행들과 헤어져야 함이 아쉽다. 금정역(16:40)에서 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해 귀가한다. 시내 걷는 시간까지 포함한 총 산행시간은 7시간이다. 산행을 주관한 인대장님과 후미를 맡아주신 불나비 대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한 산우님! 수고 많으셨고 즐거웠습니다.
‘11. 10. 23. 수리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