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관악산-사당역,연주대,팔봉능선('08.11.16)
어제 종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어 산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쾌청한 아침이다. 오르게 되는 관악산(해발629m)의 이번 코스는 처음이 되어 기대를 가지고 만남의 장소로 출발한다. 9시30분에 지하철 사당역 6번 출구(소공원)에서 12명 (남산우:5명, 여산우:7명)이 반갑게 만나 산에 오른다.
사거리에서 과천 방향으로 50m정도 올라가니, 조그마한 관악산 등산로 입구 표시가 오른쪽으로 유도한다. 동네 길에 접어드니 은행나무와 노란 단풍잎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여 산우의 한마디 “몸이 아픈데도 내가 왜 가는지 몰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만 아픈 것도 잊은 모양이다.
밤새 비로 많이 떨어진 단풍잎을 보는 여 산우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렇게 등산복만 입으면 마냥 소녀같이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한 산우가 옆에서 “철없는 언니들!”하면서 다 같이 웃어본다. 10시경에 차도를 벗어나서 주 등산로 입구로 진입한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한다.
“바위길이 많으니 스틱을 꺼내지 말라”는 대장의 말은 은근히 걱정을 하게 한다. 10분정도 오르니 헬기장(체육시설)이 나오고 이를 지나자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연주대 3.7km(2시간 예상), 사당역 1.3km, 왼편은 관음사 가는 길이다. 출발지점에서 5km이고, 앞으로 2시간의 힘든 산행을 예고한다.
오르막 경사가 높아지더니 10시20분경 칼바위능선이 나온다. 편안한 우회길이 있는데도 모두 바위 틈새나 로프를 잡고 안전한곳으로 발을 옮기며 힘겹게 오른다. 몇 번의 삼각산 산행경험이 큰 두려움을 없게 한다. 오르다보니 후미대장과 두 여 산우가 우회 길을 이용해, 국기봉에서 연락을 시도하나 불통이다.
산악지대로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산행대장이 걱정을 많이 한다. 앞뒤로 오고가며 산우들을 챙기느라 수고가 많은 것을 보면서, 우리산방의 안전이 여기에 있음을 느낀다. 국기봉을 뒤로하고 힘차게 오른다. 봉우리 정상에는 방공호로 보이는 군사시설과 함께 시내 전망이 날씨만큼 깨끗하다.
올라야 할 두번째 봉우리와 건너편에 보이는 연주대의 통신 탑이 까마득하다. 첫 휴식을 이제서 하니 대단한 팀의 구성이다. 10시40분경 두 번째 봉우리에서 남산우가 준비한 막걸리와 여산우가 준비한 김치전 안주가 갈증을 해소한다. 한 여산우가 “나 가는데 있는데요”가 폭소와 함께 피로도 풀어준다.
10분간 휴식하며 건너편 지나온 봉우리를 보니 한강과 다리,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어려움에 뒤에 찾아오는 풍경이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다. 휴식한 후에는 한동안 평탄한길로 거칠었던 호흡을 조절하게 한다. 또 다른 국기봉이 옆에 있는 헬기장을 지나 많은 등산객 대열을 따라 움직인다.
11시경에 ‘하마바위’를 통과하는데, 많은 인파로 혼잡하고 시간도 지체되어 모양을 제대로 찾아보지 못한다. 11시10분경 마당바위에 도착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하면서 두 번째 휴식이다. 막바지 가을을 즐기려는 인파가 넓은 마당바위를 덮어 버린다. 지금까지 같이하여 왔던 친근감 있는 ‘해태 상’을 지난다.
헬기장을 지나니 또 높은 봉우리가 앞을 막고 있다. 올라서 보니 밑에 ‘관악문’을 통과하는 길이 보인다. ‘한반도 지도바위’가 나타나며 지도안에 작은 지도도 보인다. 뒤로 보이는 전망이 올라 온 만큼 시야도 넓어지며 환상이다. 앞으로는 목적지 연주대, 기상대 시설, 통신 탑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코끼리바위에서 각기 기념사진을 찍고는 가파른 마지막 바위를 로프를 잡고 오르는데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다. 질서 있게 오르고 내려오자고 외치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등산인구가 늘었는지 근교 산들은 주일이면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시간(3시간)이 지나서 12시40분에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산우를 만나니 더욱 반가움과 함께 이후 산행을 같이한다. 정상 표시석에서 이불을 펴고 단체사진을 찍으니,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부러워한다. 절벽위의 연주대가 아슬아슬하다. ‘말바위’ 능선을 통과하니 제4야영장 방향과 과천방향의 네거리가 나온다. 오직 야영장에서 올라 과천으로 내려가기만 했었다.
네거리에서 직진하여 13시10분경 팔봉능선을 2km 남겨둔 지점 KBS송신탑 아래서 식사를 한다. 생체 시계가 이미 알람을 울렸지만 많은 인파로 장소를 못 잡아 늦다. 한 여산우가 계란말이로 솜씨를 자랑하고, 오랜만에 온 여산우의 특별한 갓김치와 여러 산우들의 각기 틀린 반찬 준비로 맛있는 점심이 된다.
식사가 끝나면 하산을 하여야 하나, 이정표에서 보이듯 팔봉을 거쳐 안양유원지(안양예술 공원)까지 7km를 가야한다. 14시에 식사를 마치고 팔봉으로 향한다. 20분가니 팔봉능선이 펼쳐지며, 한 산우에게서 설명을 듣는다. 건너편 국기봉을 기준으로 과천방향의 육봉(옆에 삼봉도 있다함)능선도 만만치 않게 보인다.
앞쪽으로는 12봉 능선이 보이고, 송신탑에서 무너미로 가는 오봉능선도 보인다. 삼각산에 버금가게 이곳도 경관이 아름답다. 또한 몇 번이고 이곳을 더 찾아오라 한다. 7봉 앞 직벽을 보자 점심때 먹은 막걸리가 혼자 우회하라고 한다. 이후 6봉부터 무난하다. 고인돌 모양의 바위도 보며 봉우리를 몇 번 넘는다.
흡사 왕관을 연상시키는 ‘왕관바위’가 사진을 찍고 가라 발길을 붙잡는다. 마지막 1봉에서 일부 산우들은 옆에 있는 ‘해산굴’로 통과도 한다. 15시40분에 하산을 서두른다. 내려오니 무너미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에서 당초 계획했던 삼성산을 시간관계상 다음으로 미루고 안양예술 공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많은 낙엽과 저녁노을이 어우러져 사색의 오솔길로 변한다. 아직까지 가을의 멋을 뽐내는 단풍나무와 때를 못 맞춘 개나리꽃이 대조를 이룬다. 우회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늦어 관악수목원 안 길을 택한다. 정문입구를 나오니 안양유원지가 명칭이 예술 공원으로 바뀌어있다.
17시에 공원에 도착하니, 7시간20분의 긴 산행이다. 잘 정리된 공원으로 많은 상가건물들이 이국적인 멋을 낸다. 물이 없는 분수대를 보니 사진으로 몇 번 보았던 것 같다. 허서방 메기 매운탕 집에서 오늘을 정리한다. 여산우의 말 ‘전화 하리’가 히트이고, 서로 핸드폰으로 술을 권하고 받는다. 정겨움이 오고간다. 산우들과 같이한 산행은 오늘도 삶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08. 11. 16. 관악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