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18잔여~16구간 - 도봉에서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장마철도 지났는데 집중호우가 며칠째 계속된다. 밤새 줄기차게 내리는 비로 산행을 연기해야 될지 새벽부터 고민이다.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그친다고 했으니, 만남의 시간을 늦추는 문자를 보낸다. 10시경 집을 나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랫집 이웃은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산에 가느냐고 의아해 묻는다. 믿는 건 기상예보 뿐! 안되면 산 입구에서 식사나 하겠다고 우산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도봉산역에서 5명의 회원이 도봉산 탐방지원센터로 출발(11:20)한다. 모두 집을 나설 때는 같은 경험을 했는데, 만나면서 날씨가 개여 즐거운 산행을 예고한다. 오늘의 산행구간은 지난달 종착지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남은 18구간을 끝내고, 17구간(다락원길)과 16구간(보루길)까지 간다. 15구간부터는 돌아오는 혹한기 1~2월에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역 건너 상가골목(11:23)이 비로 인하여 한가하다.
둘레길 출발하기 전, 전체의 인증 샷을 도봉 탐방지원센터(11:40) 관리 직원에게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위치 조정까지 해주면서 응해주어 감사합니다. 이정표(11:43) 따라 18구간 도봉옛길(거리:3.1km중 절반정도, 난이도:下)의 잔여 구간을 간다.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산지구 표시석(11:44)이 일행들을 반겨준다. 도봉산을 오르는 주 등산로이기에 항상 붐비는 장소인데, 오늘은 비로 인해 한산하다.
도봉산에는 망월사, 천축사, 원통사, 도봉사 등 크고 작은 천년고찰들이 많다. 규모가 작은 사찰 광륜사(11:45) 대웅전에도 신도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천축사 경유해 정상으로 가는 길에 도봉분소(11:46)가 자리하고 있다. 자운봉(739.5m) 정상과 그 옆에 있는 만장봉(718m), 선인봉(708m),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 신선대(725m)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가 내린 신선한 숲속(11:53)을 오른다.
둘레 길부터 왕자님의 서아시아 배낭여행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그칠 줄 모른다. 비슷한 시기에 다녀온 샛별님의 황산이나, 푸코의 차마고도는 명함도 못 내민다. 배낭여행이 고생은 되지만, 많은 추억과 이야기 거리를 만드는 듯하다. 삼거리 갈림길(11:57)에서도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조용한 숲속 오솔길(12:12)은 마치 산책로와도 같다. 17구간 다락원길(거리:3.1km, 난이도:下)이 시작된다.
다락원이란 명칭은 조선시대에 공무로 출장 갔던 사람들이 묵던 원(院)이 이곳에 있었는데, 그 원집에 다락, 즉 누각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배낭이야기를 듣기도 해야지, 비를 머금은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도 해야지 바쁘기만 하다. 다락원 대문(12:15)을 벗어나, 이정표(12:16)따라 원도봉 입구로 향한다. 이번 구간은 특별한 조망과 시설물이 없자, 돌탑(12:21)이 포토 존 명예를 얻었다.
아치가 있어 비교적 사진이 잘 나오는 다락원 캠프장(12:26)에서 쉬어간다. 둘레길이 마을을 지나는데, 대문 앞(12:29) 화단에 여러 가지 꽃들이 심어져 있다. 그 중에서 예쁜 색깔에 시원스러운 큰 꽃잎(12:29)을 가진 처음 보는 꽃이 시선을 끈다. 비를 맞아 물방울을 머금고, 다소곳이 아래를 보고 있는 꽃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마을을 벗어난 길가 숲속에 노란 망을 쓴 화려한 버섯 두 송이가 있다.
화려하니 독버섯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진에 담아 와 인터넷을 검색하니, 버섯의 황제(여왕)라고 칭하는 노란망태버섯(12:32)이다. 장마철과 가을사이 습한 대나무 숲(흰색)이나 잡목림(노란색)에서 자라는 귀한 버섯이라 한다. 효능이 뛰어나 한약재, 고급요리 등에 쓰이며, 건조한 것을 죽손(竹蓀)이라한다. 군부대 담을 지나, 고가차도 너머로 도봉산 주봉들(12:56)이 보인다. 차도로 호원고교(13:02) 앞을 지난다.
망월사역에서 300m 떨어진, 도봉산에 오르기 위해 원도봉 입구로 가는 삼거리(13:07)이다. 플라스틱 막걸리 병으로 장식한 음식점이 있는 원도봉 입구(13:10)에서 오른쪽 차도로 오른다. 원각사 입구까지는 가파른 언덕인데, 아직 점심 식사 전이라 체력마저 떨어져 힘이 든다. 오늘의 마지막 16구간인 보루길(거리:2.9km, 난이도:上)이다. 21구간부터 시작해 16구간까지 오면서 제일 어려운 구간이다.
사패산 보루를 지난다고 붙여진 보루길 대문(13:22)은 다른 곳과 달리 특이하 지어져 있다. 원각사 사찰과 마주하고 있는 입구부터 식사할 장소를 물색하며 올라간다. 작은 능선 위에 올라 늦은 점심(13:30~14:40)을 장시간 갖는다. 고정 멤버들이 자주 산행이나 여행을 하다 보니, 우정이 갈수록 돈독해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갖는 넉넉한 마음 때문이다. 식후 숲속 오솔길(14:45)을 산책하듯 걷는다.
고가차도 밑(14:51)을 통과하여 작은 계곡이 흐르는 새 대문(14:55) 안으로 들어간다. 도봉산은 주봉들의 장관과 함께 무수골, 원도봉계곡, 문사동계곡, 오봉계곡 등 수려한 경관이 많아 마치 금강산을 빚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일찍부터 서울의 금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안말 계곡(15:00)은 폭이 좁은 작은 규모로 수심이 깊지는 않지만, 물이 맑아 징검다리에서 세수와 손을 씻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물이 흐르지 않는 작은 계곡을 건너는 데크 다리(15:15)는 운치가 있다. 이 길은 다음의 이정표(15:20)를 보면 군사시설과 인접해 있어 우회하여 새롭게 둘레 길을 만든 것 같다. 작은 규모의 원심사(15:25) 사찰을 옆으로 하고 오늘 구간 중 제일 어렵다는 사패산 3보루를 넘어 간다. 늦은 점심을 많이 하다 보니, 물론 산행의 템포도 늦어졌지만, 힘든 오르막 오르기가 쉽지 않아 자주 쉬어가며 넘는다.
지난번에는 반대편 회룡 탐방지원센터에서 3보루 오르는데 만만치 않더니만, 이곳에서는 더 오르기가 힘든 것 같다. 그것은 길이 모두 계단(15:38)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패산 보루군 중 가장 큰 규모의 3보루(15:42)지만, 내부는 유적의 훼손이 심하고 정상부 외곽의 성벽은 대부분 붕괴된 상태라고 한다. 최종 목적지 룡탐방지원센터 까지 800m 남았으니, 이정표(15:43)는 힘내라고 응원한다.
3보루에서 내려오는 경사 급한 길은 곳곳에서 데크 계단 설치공사(15:54)가 한창이다. 지난번은 흙길을 지그재그로 힘들게 오르면서도 편했는데, 계단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회룡천 계곡 건너편으로 보이는 15구간 안골 길 대문(16:03)이 겨울에 다시보자고 한다. 다리를 건너 회룡탐방지원센터(16:04)에서 산행을 끝내고 회룡역으로 간다. 늦은 점심으로 뒤풀이는 생략하기로 한다.
고향을 찾은 듯한 풍경의 정자나무(16:06)가 한그루가 회룡천 옆에서 마을을 지키며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회룡사입구 사거리(16:16)를 지나 전철역으로 가는데, 시간(20분정도)이 많이 소요된다. 옛날보다 화려하게 변신한 회룡역(16:25)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5시간5분, 9.5km추정)하고 귀가한다. 호흡소리를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산행한 회원님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12. 8. 22(水). 북한산 둘레길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