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오봉산-춘천,배후령,1~5봉,정상,해탈문,청평사,소양강댐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는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긴팔 등산복을 꺼내 입고 모임 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더위가 빨리 물러나기를 바랐지만, 막상 계절의 변화를 느끼니 마음이 허전하다. 이를 달래기 위해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멀리 춘천에 있는 오봉산(五峰山, 779m)으로 산행을 간다. 다섯 개의 바위 봉이 연이어 솟아있어 산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100대 명산이다.
약속된 춘천행 전철(8:58)을 타려고 만남의 장소 상봉역으로 간다. 도착하니 오늘도 고정멤버 5명만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4년 전에 다녀왔던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기로 한다. 1시간 20분정도 후에 남춘천역에서 내려, 육교 건너 안쪽에 있는 식당에서 배후령 까지 태워다 줄 차량(12인승)에 오른다. 춘천역과 소양강처녀 상을 지나 소양강 댐 방향으로 가다가 배후령 고개(10:40)로 간다.
전에는 배후령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갔는데, 최근 터널이 개통되면서 다니지 않는다. 등산객들을 위해 휴일만 춘천역에서 버스가 몇 번 운행된다고 한다. 차가 다니지 않자 관리도 허술한 듯, 한 곳은 길이 푹 꺼지고 한 곳은 산사태가 길을 덮고 있어 겨우 운행된다. 600m의 고지(10:54)에서 여유 있게 준비를 하고, 등산로 입구(11:00)를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많은 산악회 리본(11:03)이 명산임을 입증한다.
올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었음을 들머리 오르막이 말해 준다. 전에는 흙길 오르막 이었는데, 물줄기 따라 깊게 파인 고랑(11:07) 바닥에는 바위들이 울퉁불퉁하다. 경운산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11:17)부터 능선이 시작되며 양쪽으로 조망이 펼쳐진다. 고릴라 형상을 한 바위(11:21)는 예나 지금이나 산객들을 반가이 맞아 준다. 평일이어서 인지 들머리에서 단체 사진을 찍어줬던 젊은 커플만 앞서 간다.
편안한 숲길(11:41)인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춘천시이고 왼쪽은 화천군이라고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로는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상쾌하고 흙길은 더 부드러워져 걷기가 편하다. 제1봉(나한봉)인 듯한 봉우리(11:49)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행동식을 한다. 소나무 뿌리들이 바깥으로 튀어나와 보기에 흉할 정도이다. 능선 오른쪽으로 소양호(12:13)의 멋진 풍경이 계속해 따라 온다.
각각 이름을 달리하는 오봉이 연속된다고 하는데, 정상석이 있는 5봉(비로봉) 이외는 표시가 없어 잘 구분되지 않는다. 2봉(관음봉, 12:16)으로 여겨지는 봉우리를 지나자, 암릉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큰 바위 위에서 고귀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소나무가 있는 청솔바위 후면(12:22)이 다가온다. 두 줄의 밧줄로 안전하게 난간(12:23)을 만들어 오를 수 있게 한 위험구간을 지나게 된다.
청솔바위가 있는 3봉(문수봉, 12:29)에서 멋진 소나무와 함께 인증 샷을 남긴다. 위에서 보니 소나무가 바위사이로 뿌리를 내려 당당하게 자라고 있다. 오히려 큰 바위가 세월이 가면 갈라져 떨어질 것 같아 애처롭다. 연속 이어지는 4봉 오르는 암릉(12:32)도 만만치가 않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4봉(보현봉, 12:35)에서 바라보는 화천군 일대의 전원적인 마을과 멀리 보이는 파로호 풍경(12:35)이 아름답다.
3봉과 4봉은 단애한 암릉으로 이루어져 오르기 힘들었는데, 정상으로 갈 때는 흙길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비로봉, 12:41) 표시석에서 100대 명산 중에서 오늘 또 하나의 산을 친구들과 함께 등정했다는 기쁨을 나눈다. 어렵게 100대 명산을 작년에 완등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해보려는 계획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함께 노력해 보려 한다. 건너편 부용산으로 가는 이정표(12:49)가 손짓한다.
소양호를 내려다보며 암릉(13:00)길을 내려와, 휴식과 에너지를 보충하며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는다. 홈통바위를 지나서 본격적인 암릉 하산이 있기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이야기 한다. 홈통바위(구멍바위, 13:15)는 한사람이 겨우 통행 할 수 있을 정도의 바위 사이 길이다. 몸이 비대하지 않으면 누구나 통과 할 수 있지만, 배낭이 걸려 다소 어려움도 따른다. 잠깐의 소나무 숲길(13:29)을 지나면 갈림길이다.
지난번 산행 시 정상에서 춘천에 산다는 부부에게 하산 길을 물었더니, 각기 취향이 틀려 추천할 수는 없고, 해탈문 코스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천단코스를 택했었는데 오늘 갈림길(13:30)에서 보니 해탈문 코스에 산악회 리본이 천단보다는 월등하게 많다. 아무래도 산악회에서는 안전한 곳을 택하기에 상의 끝에 코스를 변경한다. 이정표(13:30)상의 완경사 코스로 하산하니, 경사가 심한 계곡(13:37)이다.
계곡은 많은 비로 인해 등산로가 없고, 급한 경사의 너덜만 조심해 내려온다. 지난번 어느 부부와의 의사소통이 잘 못 되었다. 위험 암릉 지역을 벗어나 식사하려다가, 진락공 세수터 에서 늦은 식사(14:05~15:05)를 한다. 5층 석탑(15:11)은 1978년경 당시 청평사 주지 스님께서 아래에 있는 적멸보궁(15:19)과 함께 지었다고 한다. 적멸보궁도 지붕이 훼손되었더니, 해탈문(15:33)도 접근금지 줄이 쳐졌다.
청평사는 왜 입장료를 받으면서 보수를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공주 설화에 나오는 공주가 목욕을 했다는 공주탕(15:44)을 지나 청평사 경내로 진입한다. 부속건물 지붕 위로 천단에서 내려오는 암릉(15:48)이 보이며, 내려오는 산객들은 아주 작다. 신라 때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청평사 대웅전(15:55)에 도착한다. 보물 제164호인 회전문(廻轉門, 16:06) 위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영지(影池, 16:10)는 전체적으로 직사각형의 연못으로 부용봉에 있던 견성암이 연못에 비친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시원한 구성폭포(16:16)의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오니, 공주 설화 조각상(16:20)이 있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있었다. 태종이 그 청년을 죽이자, 청년은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살았다. 공주는 이곳 청평사까지 와서 스님의 옷인 가사를 만들어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과의 인연을 끊고 해탈하였다. 공주가 당나라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 세운 탑을 공주탑, 공주가 목욕한 곳을 공주탕, 상사뱀이 윤회를 벗어 난 곳을 회전문이라 부르게 되었다. 청평사 유원지 음식 상가 등을 지나 선착장에 도착(16:40)한다. 무심코 왔는데 30분마다 운행되는 배는 18시가 막배라고 한다. 출발한(17:00) 배는 물살을 가르고(17:02), 소양강 댐 선착장을 눈앞에(17:11) 둔다.
어둡지만 않으면 배가 운행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는데, 늦장을 피웠더라면 배가 없을 번했다. 섬이 아니기에 산을 넘고 넘어 차량은 운행되지만, 대중교통은 없다고 한다. 선착장에서 오봉산과 청평사 안내도(17:13)를 보면서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 소양강 처녀 동상(17:19)과 소양호 기념비(17:21)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음식점 차량으로 남춘천역까지 가 뒤풀이를 한다.
차량을 제공한 식당에서 춘천 닭갈비에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푼다. 이곳 식당에서 갈수 있는 100대 명산은 오늘 간 오봉산 이외에도 삼악산, 팔봉산, 용화산 등이 있다고 하니 자주 와야겠다. 청평사는 관광지가 되어 배를 타고 놀러 가는 곳으로, 우리는 산행까지 하느라 늦었다. 10시20분에 도착한 남춘천역을 다시 찾는다(19:20). 춘천에 9시간이나 머물렀던 즐거운 여행 겸 산행이었다. 친구들 수고 많았습니다.
2013. 9. 25(水). 오봉산 산행을 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