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테마 산행

서울둘레길 5코스(관악산구간)-낙성대역에서 석수역

leepuco 2014. 2. 17. 05:00

  2주 만에 다시 둘레길 산행에 나서려니 몸이 무겁다. 그동안 설 명절도 있었지만, 고열을 동반한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아직도 잦은 마른기침이 나오는 상태로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약속을 지키려 모임의 장소로 간다. 입춘도 지났는데, 강원도 동해안에는 1m가 넘는 눈 폭탄이 쏟아져 설악산 등은 입산통제가 되었다. 수도권에는 눈발만 날렸지만, 오늘 트레킹에서 약간의 설경도 기대해 본다.

 

 

 

 

  지난번 4코스 대모.우면산 구간을 두 번 나누다 보니, 5코스 관악산 구간인 낙성대까지 갔었다. 오늘은 전에 헤어졌던 낙성대 역 4번 출구(9:27)에서 만난다. 교통사고로 지난번 함께하지 못했던 샛별님께서 후유증이 있는데도 산방을 위해 기꺼이 참석해줘 반갑고 감사하다. 5코스 남은 구간을 완주해 석수역까지 가기로 했지만 트레킹은 나중에 이어 가도 되니, 아프고 힘들면 말 해 달라”고 하며 출발한다.

 

 

 

 

  낙성대역에서 낙성대공원을 거쳐 서울대(2공학관)로 가는 마을버스가 있는데, 학생들이 줄지어 타고 있어 걷기로 한다. 천천히 걸어 낙성대 공원(9:41)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14분 소요되는 멀지 않은 거리다. 공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영어마을 관악캠프(9:43)건물 옆으로 진입한다. 낙성배드민턴 체육관이 나오면, 서울 둘레길 로그가 우측으로 안내한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서울대 가는 능선(9:47)이다.

 

 

 

 

  산속 음지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10:00) 있어, 절기상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 겨울임을 알린다.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은 오르막으로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오는 큰 차도와 만나면서 새실 쉼터를 지나면 서울대학교 정문(10:20)이다. 관악산 주 등산로 입구는 갤러리를 짓는다고 공사가 한창이다. 관악산 도서관과 공원관리사무소(10:26)를 뒤로하고 등산로 따라 간다.

 

 

 

 

  젊은 시절 인근에 살아 자주 다녔던 주 등산로에 들어서니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 입구에서 얼마가지 않아 물레방아 있는 곳(10:34)에 둘레길 로그 따라 우측으로 간다. 눈 내린 등산로 양 쪽에 있는 장승의 사열(10:38)을 받는다. 솟대가 있는 곳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다. 몇 개의 연속된 데크 계단을 힘겹게 오르다 보면, 관악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 포인트 바위(11:04)에서 단체 인증 샷도 한 장...

 

 

 

 

  현 위치가 돌산이란 안내판이 있는 사거리 갈림길(11:14)이다. 우측으로 오르면 돌산(국기봉)이라고 한다. 가까이 있어 올랐다가 가고 싶지만, 지난번처럼 무엇에 쫓기는 듯 그냥 지나치는 자신이 얄궂다. 삼성산 성지 방향, 눈 내린 숲속 등산로(11:15)따라 간다. 숲속에 가려있던 보덕사가 살며시 보이는데, 아담한 규모의 사찰이다. 보덕사 입구(11:22)에서 잠깐 들렸다 가려하니, 일행들이 저만치 앞서 간다.

 

 

 

 

  이 코스를 또 다시 온다면 돌산과 보덕사는 꼭 들려 보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살 때도 되었는데, 뭐 그리 바쁘게 살려고 하는지 생활화 된 것 같다. 오래전 관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1:28)를 옆으로 지난다. 옛날에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에서 나무로 만든 새를 꼭대기에 달아 마을 어귀에 세웠던 솟대(11:40)가 헬기장을 지나 있다. 미림여고 방향 아파트 숲들(11:40)이 선명하다.

 

 

 

 

  잣나무와 낙엽송 숲으로 이루어진 쉼터(11:42)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한다. 각자 조금씩 준비한 무도시락 대용 간식이 충분한 식사가 된다. 가래떡, , 초콜릿, , 과일 등 다양한 음식들이 시장기를 느낄 때마다 나온다. 가벼운 겨울 산행으로는 적합한 식사 방법인 듯싶다. 1839년 새남터에서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한 주교님과 2분의 신부님 유해가 안장된 기도하는 삼성산 성지(12:07)를 들린다.

 

 

 

 

  관할 본당인 삼성산 성당에서 관리하며, 세 성인을 기념하기 위한 월례미사는 이들의 순교일인 매월 21, 주일 미사는 부활 제2주일부터 연중 34주일까지 봉헌 된다고 한다. 성지를 둘러보고(12:21)는 호압사 이정표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왼편으로 높지 않은 호암산 봉우리(12:31)가 손짓을 한다. 태조가 조선의 도읍을 서울로 정하고 궁궐을 짓는데, 꿈속에서 호랑이를 닮은 괴물이 건물을 파괴한다.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노인에게서 듣는다. 호랑이 기를 누르려고 호암산(虎岩山)호압사(虎壓寺, 12:33)를 창건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사찰 입구에 있는 천진불(天眞佛, 12:36)의 미소가 천진스럽다. 급경사 내리막 차도 옆으로 석수역 가는 이정표 따라 내려가니, 대단위 잣나무 숲 산림욕장(12:51)이 나온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썰렁하다.

 

 

 

 

  인근 호암산 오르는 등산로 이정표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몇 해 전 석수역에서 시작해 호암산을 옆에 두고 삼성산에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대규모의 벽산아파트 단지위로 자동차 전용도로인 고가차도(12:57)가 지나고 있다. 아파트와 차도를 우측에 두고 눈 덮인 오솔길(12:57)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석수역을 향해 간다. 시골 산동네에서 이웃마을로 놀러 갈 때, 넘던 호젓한 고개 길(13:00)을 걷는 듯하다.

 

 

 

 

  조성된 금천폭포 공원에는 폭포 조망대(13:06)를 두 곳이나 설치해 두었는데, 아직은 제철이 아닌 듯 꽁꽁 얼어 있다. 옹달샘 약수터(13:23) 옆 쉼터에서 세 번째 간식을 먹으며 쉬어 간다. 등산로 아래쪽에 소망을 담은 호국탑(13:45)이 정성스럽게 높이 쌓여져 있다. 지난번에 좀 지루하게 느껴졌던 길이 오늘은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서 인지,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 이다.

 

 

 

 

  눈이 더 쌓이고 나뭇가지에 상고대까지 있다면 얼마나 멋진 설경일까 생각하며(13:46)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숲속의 불로천 약수터(13:53)는 겨울이나 볼 수 있는 아늑한 풍경이다. 녹음이 우거지면 숲속에 가려 약수터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개 마루에서 네 번째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의 배낭을 청소한다. 날머리에서 올라와 삼성산으로 직접 올랐던 이정표(14:39)가 반갑다.

 

 

 

 

  야채를 키워 등산객들에게 팔던 동네 아줌마들을 머지않아 다시 보게 될 겨울잠 자는 텃밭(14:40)이다. 서울 둘레길 관악산 구간(15:44)을 종료하고 석수역으로 향한다. 가는 길가에 음식점들이 몇 개 있지만 맛으로 검증된 곳이 없고, 자주 먹었던 간식으로 배고픈 일행이 없어 서울에 올라가 하기로 한다. 석수역(14:47)에서 산행시간을 체크해보니, 9km의 거리를 5시간20분에 걸쳐 놀멍쉬멍 걸었다.

 

 

 

 

 

  노량진역에서 버스로 환승해, 삼각지로 대구탕을 먹으러 간다. 오랫동안 직장생활 하며 보았던 삼각지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대구탕 원조 골목(15:43)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옛 추억을 떠 올리며 값싸고 맛있는 대구탕(15:54)이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여기에 2개월 후 함께 갈 제주도 한라산 이야기와 소주 한잔이 또 기분을 좋게 한다. 친구들! 아직은 추운 날씨에 수고 많았고, 특히 샛별님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완주해줘 고맙습니다.

 

 

 

                                         2014. 2. 12(). 서울둘레길 5코스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