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테마 산행

서울둘레길 6-1코스(안양천 구간)-석수역에서 양화인공폭포

leepuco 2014. 4. 14. 12:00

  혹한기(酷寒期)와 혹서기(酷暑期)에만 가기로 한 둘레길 트레킹을 이번에는 꽃피는 봄에 간다. 6코스 안양천 뚝방 길의 벚꽃이 유명해, 때를 맞춰 트레킹에 나선다. 여의도 축제기간에 맞춰, 안양천에서 윤중로까지 가면서 밤 벚꽃 구경까지 하기로 한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이상고온으로 보름정도 일찍 만개되어 당황케 한다. 일정을 앞당기려 했으나, 각자의 삶이 바빠 조정치 못하고 꽃잎이 지지 않기만 바란다.

 

 

 

 

  오늘의 트레킹은 6코스 안양천 구간으로 석수역에서 가양역까지 인데 거리는 18.1km이다. 하루에 완주하기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오목교역까지만 가고, 벚꽃 상태에 따라 그곳에서 전철로 여의도 축제장으로 이동해 밤 벚꽃도 즐기려 한다. 석수역 2번출구(10:30)에서 고정멤버 5명이 만나, 가벼운 마음으로 뚝방 길 트레킹에 나선다. 아무리 둘레길이라고 해도 오늘처럼 평지만 걷는 코스는 거의 없었다.

 

 

 

 

  작년 코스모스 꽃을 보며(10.27)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이라 낯설지 않다. 석수역에서 200m 직진하면 안양천이고, 첫 이정표(10:35)는 가양역까지 18.1km라고 한다. 어느 정도 벚꽃이 떨어졌으리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을 줄이야! 다소 실망스럽다. 같이 핀 개나리(10:45)가 대신 여러 봄꽃들을 즐기라 한다. 안양천(11:01)에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들을 보며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금천구청은금천 벚꽃축제대형 애드벌룬(11:19)을 하늘 높이 띄우고,벚꽃터널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11:45)까지 내걸었지만, 이곳 관할구청도 축제기간을 잘 맞추지 못했다.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어느 축제장을 가보아도 제대로 때를 맞춘 곳이 없다. 금천구청역부터 시작해서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이어지는 10(4km)길에 가로수로 벚꽃나무를 심고 매년 축제를 연다고 한다.

 

 

 

 

  가는 주위에는 여러 가지 봄꽃들이 벚꽃을 대신해 활짝 펴 일행들을 맞아준다.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인 것처럼 보인다고 이름 지어진 조팝나무 꽃(조밥나무, 11:52)도 하얗게 활짝 폈다. 벚꽃보다 먼저 펴서 일찍 지는 노란 개나리꽃(11:55)은 아직도 생생하다. 언덕에는 화사한 빛깔의 복사꽃(12:04)이 고향의 봄을 연상케 한다. 벚꽃 터널(12:05)에 핀 꽃잎들은 축제 기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담홍색으로 화사하게 핀 복숭아나무 꽃(12:18)을 우리는 흔히 복사꽃이라 칭한다. 광명교에서 신정교에 이르는 안양천 산책로에는 철쭉꽃(12:36)이 내일이라도 활짝 필 것 같이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길가의 쉼터에는 주위에 있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시락을 맞춰 단체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그 젊음이 부럽기만 하다. 국내 최초로 건설 중인 돔구장이 잘 보이는 구일 전망대(12:47)이다.

 

 

 

 

  작년에 식사를 했던 쉼터 사각정에서 점심(12:50~13:40)을 하고 간다. 지붕이 있어도 봄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꽃비가 계속 내리니, 이러한 멋진 식사가 또 있을까! 좋은 추억이 된다. 뚝방 길 중간에 있는 구일역(13:44)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트레킹을 계속한다. 야구인들의 오랜 숙원인 돔구장(13:57) 개장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 작년 가을보다는 많이 진척되어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돔구장 배경(14:00)의 인증 샷도 남기고,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들을 아래로, 옆으로 우회하며 지난다. 간혹 내려와 자전거도로라도 걷게 되는 경우에는 달리는 사이클과 충돌 위험성도 있다. 관계구청에서 둘레 길을 걷는 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조치와 배려가 아쉽다. 신록의 빛깔이 더 아름다운 애기단풍 길(14:10)을 걷는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진한 색깔의 철쭉(14:20)도 활짝 피기 시작한다.

 

 

 

 

  옛날 뚝방 길은 데이트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시골에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는 물론 가까운 지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길이었다. 흙길 구간(14:25)은 옛날 정취를 느껴보라고 만들어진 코스 같다. 잎과 함께 피는 매화꽃(14:28)이 가지를 감싸 듯 다닥다닥 붙어 탐스럽게 피어 있다. 한 친구가 운동화를 신은 발이 아프다 하여, 서울 둘레길 아래 우레탄으로 된 수변 둘레길(14:35)로 간다.

 

 

 

 

  안양천 둔치길, 영등포 수변둘레길, 서울 둘레길 세 곳 중에 가운데 길로 가니(14:39) 색다른 분위기다. 서울 둘레길을 올려다보면 조팝나무와 벚꽃이 어우러져(14:41) 봄꽃의 향연을 펼친다. 오늘의 목적지인 오목교역에 다다르자, 여의도 벚꽃 구경여부를 타진한다. 꽃이 거의 떨어진 상태이기에 여의도행은 포기하고, 대신 양화인공 폭포까지 더 간다. 목동의 여러 운동장 시설(14:56)이 눈에 들어온다.

 

 

 

 

  안양천 둔치에 연두색 가지의 수양버들(15:01)이 밑으로 늘어져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내 마음을 빼앗는다. 서울 둘레길로 다시 올라가, 중간 중간에 지어 놓은 쉼터 사각정에서 휴식(15:18)을 취하고 간다. 쉼터 앞에 이정표(15:19)가 있어 다리 너머를 보니,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던 회사의 공장과 사무실이 있었던 양평동 일대이다. 이 지역에서 청춘을 보내었던 시절을 회상하니 감회가 새롭다.

 

 

 

 

  남쪽인 석수역에서 북쪽으로 올라와서 일까!, 아니면 여의도 행을 포기해서 일까! 꽃들이 더 많아 보이는 벚꽃터널(15:45)을 지나려 하니 안타깝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15:47)에서 포즈를 취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화사한 복사꽃(15:52)을 보면서 오늘의 트레킹도 서서히 마감을 한다. 2주 뒤에 23일로 떠나는 대망의 한라산 산행을 위해 각자 배우자에게 점수 좀 따라고 뒤풀이는 생략한다.

 

 

 

 

 

  다음에 시작할 이정표(16:13)에서 100m 위에 있는 양화인공폭포로 올라간다. 옛날 관광 명소였던 폭포가 지금은 휴식 중에 있다. 당시에는 인공으로 만든 바위(16:14)가 신기하고 웅장했는데, 지금은 왜소하고 초라해 보인다. 다음에 올 것을 기약하며 인증 샷(16:15)까지 남기고, 버스로 당산역까지 가서 귀가한다. 전 구간에서 2.6km를 남기고, 15.5km를 식사시간 포함 5시간45분 동안 걸었다. 먼 거리 트레킹에 함께해준 친구들! 수고 많았습니다.

 

 

 

                                          2014. 4. 9(). 서울둘레길 트레킹을 마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