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인기명산 100위(한국의 산하)

20. 망국의 울음소리와 억새꽃의 낭만을 찾아 포천의 명성산으로

leepuco 2014. 10. 13. 15:52

  솔뫼 산악회는 10월 이벤트로 망국의 울음소리와 억새꽃의 낭만을 찾아 포천의 명성산(鳴聲山: 923m)으로 간다. 깊어가는 가을에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은빛 물결의 억새꽃 밭에서 어린 시절 뒷동산에서의 추억도 돌이켜 보기로 한다.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산 중에 우물과 같이 맑다는 산정호수를 걷는 산책 코스는 덤이다. 들머리 주변은 억새꽃 축제를 3일 앞두고, 곳곳에서 행사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 오늘의 산행코스 >

                                          < 등산로 안내도 >

                               < 9:40, 상동주차장에서 본 책바위 >

  대중교통으로 명성산 가는 길은 환승과 시간 맞추기 복잡하다고, 봉황님께서 승용차로 봉사를 해주니 감사하다. 역삼역 1번 출구에서 6(봉황님, 샛별님, 산토끼님, 바다님, 거북이님, 푸코)8시에 만나 출발한다. 오랫동안 건강이 안 좋아 동행하지 못했던 바다님이 참석해, 반가움과 함께 긴 길거리 환영식이 열린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초급코스로 억새군락지까지 올라 식사하고, 정상은 일부만 오른다.

 

                          < 9:53, 들머리에 세워 놓은 안내도 >

                     < 9:54, 축제 준비로 만국기가 펄럭이는 식당가 >

                           < 9:58, 책바위 갈림길, 비선폭포 앞 >

  1시간40분만에 도착한 주차장에서 책바위를 바라보며 산행준비를 한다. 두 개의 봉우리가 마치 한권의 책을 펼쳐 놓은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축제기간의 혼잡함을 피해 일찍 억새의 향연을 보러 온 산악회 회원들이 관광버스에서 속속 내린다. 3일후에 있을 축제를 위해 벌써 등산로 입구 식당가는 만국기가 펄럭인다. 상가 골목을 지나면 비선 폭포 앞에서 험한 코스(책바위)와 편안한 코스로 갈린다.

 

                       < 10:05,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계곡 따라 >

 

< 10:36, 등룡폭포(登龍瀑布) >

                     < 10:51, 등룡폭포 이정표(험한 등산로도 옆에) >

  등산 안내도를 보면 팔각정까지 편안한 코스(4.2km, 1시간40)는 험한 코스(3.0km, 1시간30)보다 거리는 길지만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치는 계곡 길은 지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다. 기암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데, 용이 폭포수의 물안개를 따라 등천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곳에서도 책바위로 오르는 험한 길도 있다.

 

                          < 11:04, 사격장 초소(위험 안내판) >

                             < 11:05, 군 시설 경계 펜스 따라 >

                             < 11:45, 억새 군락지가 눈앞에 >

  등룡폭포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전에 없던 데크 계단으로 편안히 폭포 위로 오른다. 위험 안내판이 있는 사격장 초소를 지나자, 인근 훈련장에서 나는 폭음소리에 놀라지 말라는 현수막이 있다. 망국의 한이 담긴 울음소리를 대신하는 포 소리가 산을 울린다. 안내판에는 사격훈련이 있는 평일은 안전을 위해 입산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 떠오른다. 산정호수 매표소(532-6135)에 확인치 못해 완등이 걱정된다.

 

< 11:52, 억새 군락지에서 >

                                  < 12:07, 궁예 약수터(천년수) >

                                  < 12:08, 팔각정 아래 억새 밭 >

  1시간정도 오르자 6만평 규모의 광활한 억새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매년 10월 둘째 주에 열리는 억새축제(금년, 10.11~12)는 작은 음악회, 등산대회, 산정호수 즐기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의 하나인 이곳은 수도권에서 가까워 많은 산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지방자치 단체들이 축제기간을 미리 정해 놓고, 절정기를 맞출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제대로 맞춘 듯하다.

 

< 12:17, 빨간 우체통, 명성산 표시석, 이정표 등 >

                      < 12:18, 억새평원을 능선에서 조망 >

                      < 12:20~13:20, 팔각정 뒤에서 식사 >

  10월 한 달 동안 명성산의 아름다움을 편지에 담아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에 전해준다고 한다. 사정으로 인해 정상까지 가지 못가는 산객들을 위한 배려의 표시석도 옆에 있다. 오랜만에 찾은 친구의 완등은 무리가 되어 하산키로 결정하였기에, 새로 만든 이불을 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팔각정 뒤 그늘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계곡으로 올라 와 조망을 보지 못해, 산정호수가 보이는 곳까지 같이 오른다.

 

                   < 13:32, 산정호수가 보이는 조망 포인트 >

                       < 14:08, 구 삼각봉(893m) 표시석 >

                          < 14:16, 정상으로 가는 긴 능선 >

  식사 후에 바로 산정호수 조망 포인트 까지 올라가려고 하니 힘들다. 헤어짐이 아쉬워 호수를 배경으로 인증 샷 하나를 추가한다. 올라온 시간과 거리보다 남은 구간이 길기에, 산은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 됨을 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개념도에는 삼각봉으로 표시되어 있는 구삼각봉을 지난다. 바위산이다 보니 능선에는 숲이 없어,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마저 없어 땀을 많이 흘린다.

 

                         < 14:19, 신안고개 하산 1차 이정표 >

                    < 14:22, 앞에 암봉, 우측으로 삼각봉, 정상 >

                           < 14:26, 높은 암봉을 우회하여 >

  2년 전 이때쯤 안내 산악회 따라 버스가 3대나 왔는데도, 홀로 능선을 걷자니 외롭고 지루했다. 오늘은 친구 3명이 옆에서 동행해주고, 시간제한도 없으니 주위를 조망하며 재미있게 간다. 친구의 힘이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날머리(신안고개)로 가는 첫 이정표를 지나니 헬기장, 그리고 암봉에 이어 정상이 보인다. 바위 산 답지 않게 능선은 편안하게 이어지고, 유일한 암봉 구간마저 우회토록 한다.

 

                                      < 14:50, 삼각봉 표시석 >

                                   < 14:56, 일찍 곱게 물든 단풍 >

                                    < 15:10, 명성산 정상 표시석 >

  정상과 지척에 있는 삼각봉은 높이도 비슷하여 주위의 조망이 뛰어나다. 철원 평야의 넓은 들판은 벼가 읽어 황금벌판을 이루고 있고, 곱게 물든 단풍이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제부터는 철원군이라고 하는 등산안내도(14:59)를 지나니, 두 번째 신안고개 내려가는 이정표(15:05). 지난번 정상을 지나서 내려갔던 계곡이 험하고 길어,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와 이곳으로 하산할까 생각하지만 자신이 없다.

 

< 15:14, 정상 표시석과 함께 >

                          < 15:31, 정상에서 내려온 안부 갈림길 >

                           < 15:57, 신안고개 가는 너덜 계곡 >

  정상이 능선의 중앙 정도에 있어도 좋으련만, 끝 쪽에 있어 힘들어하는 친구들한테 미안하다. 이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정상이기에 펴고 인증 샷을 찍으니 훨 기분이 좋다. 정상에서 내려와 안부에서는 자리를 펴고 행동식을 하며 쉬어간다. 궁예봉 가는 험한 길을 보면서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이산에서 패퇴하여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의 유래가 전해져 온다.

 

              < 16:24, 정상에서 되돌아 가 내려오는 계곡 합류지점 >

                          < 16:26, 물이 흐르는 넓은 암반 >

                          < 16:50, 바위 계곡 신안폭포 우회 >

  또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입산할 때에 산이 슬피 울었다는 등의 울음에 관련된 전설이 많다. 이렇게 울음에 관련된 사연으로 울음산으로 불리다가 울자와 소리을 써 명성산이 되었다고 한다. 너덜 계곡을 내려오며 친구들에게 중간에 절벽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준다. 도전해보려 했던 정상 전 계곡 하산 길과 만난다. 지난번에 우왕좌왕 했던 넓은 암반아래에서 오늘 또 헷갈린다.

 

                         < 16:59, 우회해서 내려와 본 신안폭포 >

                                < 17:14, 신안고개 날머리 >

                             < 17:28, 임도 첫 상가 통나무집 >

  왼편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내려가는데, 길이 없어지며 암반 우측 아래로 길이 있다. 내려간 흔적이 없어 망설이게 된다. 합류지점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기다리니, 다니는 산악회의 잘 아는 산우이다. 결국 그 아랫길로 내려와 신안폭포 절벽을 우회한다. 그 산우는 폐쇄된 등산로가 가깝다고 내려간다. 오랜 시간 끝에 날머리 도착이다. 산정호수를 임도 따라 가다보면 차가 끝까지 올 수 있는 통나무집이다.

 

                        < 17:53, 산정호수 입구의 둘레길 안내도 >

                          < 17:57, 해질녘 산정호수의 모습 >

                       < 18:10, 조각공원에서 합류하여 주차장으로 >

  주차장까지 원점회귀하기 위해서는 신안고개 하산 길이 좋지 않고, 임도가 길고 지루해서 정상까지 갔던 능선을 되돌아가는 산객도 많다. 해질녘 산정호수의 둘레 길을 걸으니 풍경이 아름답다. 어둠이 내리고 있어 전체를 돌아보지 못하고 반쪽만 걷는다. 1925년에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인데 주변경관이 수려해 관광지가 되었다. 기다리고 있는 두 친구를 조각공원에서 만나 산행을 종료한다.

 

                      < 20:33, 이비가 짬뽕 집에서 뒤풀이 >

 

< 20:48, 특이한 짬뽕과 탕수욕 >

                           < 처음 만든 솔뫼 산악회 이불 >

  보통 산객들이 걷는 오늘의 코스는 거리:14.1,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을 예상한다. 우리 일행들은 이보다 2시간이나 긴 8시간30분이나 걸린 사부작 산행이었다. 뒤풀이는 서울에서 하기로 하고 어두움 속을 달리고 있는데, 차창 밖으로 보는 개기 월식 장면이 신기하다. 떠오른 보름달이 점차 초생 달처럼 적어지더니 없어진다. 이름도 독특한 역삼동 음식점에서 색다른 짬뽕으로 뒤풀이를 하고 헤어진다. 새로 만든 멋진 이불처럼, 우리 산악회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날로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2014. 10. 8(). 포천의 명성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