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지리산 천왕봉을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좀 더 지혜로워 지고파...
남한의 5대 고봉(高峰)중에서 유일하게 못 오른 지리산 천왕봉(天王峰:1,915m)을 더 늦기 전에 오르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을 받아 무박 산행에 나선다.「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산을 두 친구가 동행해줘 즐거운 산행이 예고된다. 한라산에 이어 2번째로 높고,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군, 경남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 등 3개도 5개 군에 걸쳐있는 방대한 규모의 산이다.
< 오늘의 산행코스 >
< 등산로 안내도 >
< 6:50, 중산리 탐방 안내소 도착 >
전날 밤 신사역에서 산수산악회 버스 2대는 종주 A팀과 그 외 B,C팀으로 나누어 출발(10:50)한다. 인삼랜드 휴게소(1:05)에서 10분 정차하고는 뱀사골 남원식당에 도착(3:05)한다. 미리 도착한 A팀은 식사를 마치고 성삼재로 향하고, B,C팀은 각자 취향에 따라 매식(산채비빔밥: 7,000원)과 준비한 식사를 한다. 뱀사골 출발(4:20)한 버스는 백무동에 도착(4:50)해서, 우리일행 4명만 남기고 모두 내린다.
< 6:55~7:05, 법계사 셔틀버스 타고 이동 >
< 7:08, 순두류 버스 정류장 >
< 7:08, 환경교육원입구 산행이정표 >
기사는 가야 될 중산리를 내비로 찍으니 104km이나 된다고 확인 전화까지 한다. 고속도로도 타면서 2시간여 만에 도착하니, 해가 떠올라 헤드랜턴까지 준비했는데 어이가 없다. 백무동처럼 30분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차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 법계사의 셔틀버스를 타면「산행거리는 600m 짧아지지만 1시간이상 빠르다」고 탐방안내 직원의 설명에, 감기로 고생하는 아내는 재빨리 버스로 간다.
< 7:10, 법계사 입구 들머리 >
< 7:21, 법계사로 오르는 문 과 이정표 >
< 7:25, 아침햇살이 숲 사이로 >
산행준비를 하다가 다시 배낭에 집어넣고는 만원인 중형버스에 가까스로 오른다. 법계사 신도를 위한 사찰 버스로 보시함에 성의껏 현금을 넣는 줄 알았는데, 기사가 2,000원씩 수금한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법계사까지는 3.4km인데, 이곳 순두류에서는 2.8km이다. 우회도로로 많이 올라 와서인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해는 중천에 떠올라 싱그러운 햇살이 숲 사이로 비춰 상쾌한 아침을 연다.
< 7:26, 단풍이 이곳에도 붉게 >
< 7:31, 편안한 데크 등산로도 >
< 8:03, 중간 이정표 >
정상까지 최단거리이고 원점회귀 하니, 산행이 힘들면 그대로 내려올 수도 있어 심적 부담을 덜려고 C코스를 택했다. 지리산 전체의 둘레가 320km이나 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해, 2시간정도 늦게 산행이 되어 아쉽다.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고생하는 아내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하산시간까지는 1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버스를 안타려 했는데, 버스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절정인 단풍을 즐긴다.
< 8:23, 광 덕 사 교 >
< 8:32, 고도를 높이며 너덜 바위 길도 >
< 8:49, 로타리 대피소 >
법계사까지의 남은 거리가 절반이 안 되자, 나뭇가지 사이로 높은 천왕봉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산악회 산행 신청을 두 번씩이나 사정이 생겨 연기한 아내이다. 이번에는 감기에도 불구하고 참여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광덕사교를 지나 고도가 올라가자, 너덜 바위 길이 나타나 조심스럽게 걷는다. 5년 전에 천왕봉에서 하산하면서 들렸던 로타리 대피소를 만나니, 옛 추억이 떠오르며 반갑다.
< 9:15, 로타리 대피소 이정표 >
< 9:22, 법계사 적멸보궁 >
< 9:23, 3층 석탑과 바위 >
다른 곳에 비하여 규모가 작은 대피소에는 많은 산객들이 식사와 휴식을 하느라 만원을 이뤄 혼잡하다. 겨우 자리를 잡은 뒤, 행동식을 하며 잠깐 쉬어간다. 들머리에서 온 2.8km에 비하면 이제 정상은 2.0km 밖에 안 남았다고 힘을 실어주지만, 사실은 지금부터가 힘든 구간이다. 대피소 위에 있는 법계사로 오르는데, 지난번에 보았던 일주문은 작년 3월 강풍으로 완파되어 없고 현재 복원 중에 있다.
< 9:24, 사찰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
< 9:35, 너럭바위(문창대)에서 조망을 >
< 9:36, 중산리 계곡의 가을 풍경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50m에 위치한 천년고찰이다. 한국전쟁 후에는 은둔하기 양호한 장소라 하여 빨치산 지휘본부가 있었다고 한다. 이산은 불교문화의 요람지로 화엄사, 쌍계사, 천은사 등의 사찰과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가 많이 보존되어 있다. 너럭바위에 올라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중산리 방향의 계곡을 조망해 본다. 가운데에 있는 중산리 마을의 지형이 산속에 포근히 안긴 듯하다.
< 10:20, 계속되는 오르막 >
< 10:48, 개선문 이정표와 함께 >
< 10:50, 개선문 바위 >
정상인 천왕봉은 앞에 보이는데, 좀처럼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숨은 가쁘다. 컨디션이 안 좋은 아내는 더 힘들어 하며, 쉬는 횟수를 늘린다. 그러나 이 코스가 최단거리 구간이라고 해서인지, 노약자, 어린이, 부녀자들이 많아 서로 격려하며 위로를 받는다. 커다란 두 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개선문(개천문)을 통과한다. 절로 치면 일주문에 해당되어, 천왕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반가운 문이다.
< 11:19, 천왕봉이 가까이(줌) >
< 11:24, 천왕샘(남강 발원지) >
< 11:27, 안부로 오르는 마지막 데크 >
천왕봉에 있는 산객들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는데 경사가 심한 깔딱만 남기고 있다. 곳곳에「심장마비 사망사고 지역」이란 섬뜩한 위험 표시판과 함께 급경사 지역이므로 무리한 산행을 자제하라고 한다. 서부 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의 발원지라고 하는 천왕샘은 바위틈으로 물이 나온다. 옛날에는 네발로 기어오른다고 했던 안부인데, 지금은 데크가 설치되어 편하게 오를 수가 있어 다행이다.
< 11:45, 천왕봉 정상 표시석 >
< 12:03, 정상표시석과 함께 >
< 12:18, 정상 아래에서 행동식을 >
들머리 순두류를 출발해서 4시간30분정도 지나 정상 천왕봉에 도착한다. 무박산행이다 보니 밤새 잠을 설쳐, 정상에 오를 때는 어찔어찔 하다. 무사히 일행 4명이 정상을 밟고 보니, 세 사람은 처음이어 감격스러워 한다. 정상 표시석과 함께 인증 샷을 찍으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다. 얼마나 힘들게 올라온 산인데, 추억으로 오래 남기려 하지 않겠는가! 정상 아래에서 행동식과 정상주를 하며 쉬어간다.
< 12:38, 장터목으로 가는 종주능선 >
< 12:39, 능선 옆 생(生)과 사(死) >
< 12:48, 통천문(通天門, 1,814m) >
B팀들이 2시간 일찍 백무동에서 출발해서인지 정상에 먼저 올라왔다. 오기도, 올라가기도 어려워 자주 오지 못하는 산,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정상을 다시 한 번 보고 하산을 서두른다. 종주 능선 따라 역(逆)으로 장터목까지 가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광활한 지리산의 모습과 죽어서도 천년이라는 주목의 생과 사를 본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통천문을 내려가면서 지난다.
< 13:09, 제석봉(帝釋峰, 1,806m) 전망대에서 >
< 13:15, 제석봉 고사목지대 >
< 13:40, 장터목 대피소에서 식사 >
오래전 관리가 제를 올리던 제석단에 제재소를 차려놓고 거목들을 베어내었다. 도벌사건이 여론화되자 단속 검열을 두려워 방화를 해, 남은 나무마저 고사목이 되었다는 평원의 전망대에서 지리산을 가슴에 품고 간다. 서늘해진 날씨로 인해 장터목 대피소에서의 식사를 위해 구입한 가스버너와 코펠을 사용해 본다. 40여년 전 젊은 시절에 석유버너를 사용해 보고는 처음이다 보니, 간편해졌지만 어설프다.
< 14:38, 중산리 하산 이정표(5.3km) 따라 >
< 14:39, 대피소에서 음수대 방향 하산 >
< 15:01, 법천골(칼바위골) 계곡의 물줄기 >
마천마을과 건너편 시천면 사람들이 산에 올라 약초나 곡식 등을 사고팔았다는 가장 높은 대피소(1,653m)에서 물을 끓여 식사를 해결한다. 많은 인파로 뒤따라오던 친구가 우리를 찾다가 그만 하산코스로 내려가 난감한 시간이 흐른다. 가까스로 통화가 되어 다시 올라와 같이 식사를 마치고, 음수대가 있는 방향으로 하산한다. 요즘 산에 가면 계곡에 물이 없는데, 이곳은 수량이 풍부해 물소리도 힘차다.
< 15:24, 유암 폭포 >
< 15:30, 작은 돌탑들을 세워 놓은 계곡 >
< 16:16, 법계사 갈림길 삼거리 >
장터목에서 중산리 쪽으로 흘러내리는 법천골 계곡은 유암폭포, 법천폭포 등 작은 폭포가 줄지어 있다. 날머리에서의 버스 출발시간이 18시라 하지만, 2대중 1대는 시간 전이라도 많이 탑승하면 출발하겠다고 하여 마음이 바쁘다. 먼저 출발하는 차를 타기 위해 하산 시간을 17시로 정해 맞추려하니, 쉬지도 않고 강행군하여 내려온다. 법계사로 올라가는 낯익은 삼거리에 서 잠깐 쉬며 보니, 날머리가 가깝다.
< 16:46, 통 천 길 문 >
< 16:48, 중산리 야영장(637m) >
< 16:50, 중산리 탐방안내소(620m) 원점회귀 >
거대한 모양의 바위가 칼처럼 생겼다는 칼바위(16:25)를 지나 통천길 문에 이른다. 들머리 순두류에도 있었던 같은 문인데, 이곳은 문 표시가 그대로 부착되어 있다. 중산리 야영장을 지나 탐방안내소까지 예정된 시간 안에 도착한다. 8시간20분(7:10~16:50)이나 소요된 장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17시30분 먼저 출발하는 버스로 무사히 상경한다. 천왕봉을 처음 오른 아내와 두 친구에는 오래도록 좋은 추억과 더 지혜로워 졌기를 바라며, 수고 많았습니다.
‘14. 10. 25.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마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