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불광동,원효봉,염초봉,노적봉 산행('08.10.5)
삼각산은 ‘릿지’화가 필수라 하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하여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밤늦게 가족과 함께 등산용품 가게를 이곳저곳 다녀본다. 산행대장의의 조언을 받아 ‘반 릿지’화를 구입하고는, 옛날 어린 시절 검정 운동화 추억과 함께 즐겁기만 한 밤을 보낸다.
9시20분에 불광역 2번 출구에서 집결, 택시를 이용하여 효자 파출소로 간다. 가서보니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회식장소로 자주 찾던 북한산성 ‘둥글장’ 입구이다. 직원들과 계곡에서 밤새 고스톱도 하고, 가족끼리도 나들이를 했던 바로 그 장소이다. 너무나 정겨운 장소로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오전 10시에 잘 가꾸어진 정원수 사이로 산에 오르기 시작 한다. 오늘의 산행대장 나무꾼, 총괄대장, 벨라대장, 무지개부회장, 콜롬보, 김삿갓, 처음처럼, 진달래, 풀잎, 콜롬보, 비산, 정은, 비사벌, 승철(김삿갓 아들) 14명이 함께 한다. 한 팀을 이루어 산행하기에는 적합한 인원이라고 한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젊은 산우들이 있어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새로 산 '릿지'화가 바위에 잘 붙으라고 발가락 부분을 밟아주는 절차도 거친다. 10여분 지나니 가을을 느끼게 하는 우거진 숲과 성곽이 나타난다. 성곽을 따라 5분정도 오르니,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통과하는 문이 나타나며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시구문’, 옛날 성안의 시신이 이곳을 통하여 나갔다고 한다. 문을 지나자 이정표가 나타나며, 우회하는 길을 옆으로 하고 ‘치마바위’ 산행코스를 택한다. 간밤에 ‘릿지’화를 사기는 하였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탁월한 산행대장의 도움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한다. 허리를 굽히고 앞 쪽 발을 이용 힘겹게 오른다.
10시30분에 바위를 올라, 내려 보니 아찔하기만 하다. 휴식 중에 어느 사람의 부주의로 돌멩이 하나가 흘러가는데, 엄청난 가속 효과를 낸다. 당시에 오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주의를 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원효암’ 목탁소리와 함께 ‘옴마니 밧메흠’이라는 불경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갈아 앉힌다.
10시45분에 원효 봉 능선에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11시경 원효봉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옛날 직장에서 직원들과 등산(야유회 겸)와서 포즈를 취하던 생각도 해본다. 전망 포인트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을 따라 내려오면서 생각하니, 젊은 시절에는 산행을 끝내고 내려가는 코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작에 불과하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인가 보다. 북문을 지나게 되는데, 위에서 보면 문 가운데가 뚫어져있어 안전사고의 여지가 있는 듯하다.
북문에서 염초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지형이 험준하고 바위지대가 많아 추락사고 위험이 있다고 일부 통제를 한다. 그러나 산악회 베테랑 대장의 안내가 있기에 무사히 통과하여 11시30분경 오르기 시작한다. 건너편 원효봉이 멀리 보일수록 힘이 배가 되는 것이, 오늘의 코스중 제일 어려운 구간이라 한다.
염초봉 정상은 헬멧, 안전벨트, 자일 등을 휴대한 사람에게 허용하는 통제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큰 바위를 안아 보기도 하면서 가는 길이 긴장을 계속하게 한다. 바위사이에 한층 푸르름을 과시하는 소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승철이는 앞장서 시범을 보이듯 가벼운 동작으로 잘 오른다.
커다란 바위 밑의 넓은 공간에 비바람을 피하며 야영을 할 수 있다하여 이름 지어진 설인산장을 본다. 그 앞에서 두 대장의 아픈 추억담을 들으며 맛있는 점심을 다소 늦게 12시20분부터 하게 된다. 식사를 하고는 옆에서 자일을 타고 염초봉 정상을 오르는 모습을 부럽게 구경도 해본다.
13시에 식사를 끝내고 마지막 코스인 노적봉으로 향한다. 너덜길을 따라 내려오다 골짜기도 지나고, 많은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도 만난다. 다시 지름길인 오솔길로 한참을 오르니 노적봉 입구에 14시10분에 도착한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힘겹게 오르니, 삼각산(백운대,인수봉, 만경대) 절경이 피로를 풀어준다.
휴일을 맞아 백운대에 오르는 인파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줌으로 잡아당기니 카메라에도 그 모습이 잡힌다. 노적봉 입구에서 합류한 은산 산우는 힘들어 하는 바위를 노련하게 뛰어 다니듯 한다. 노적봉 정상에서 다른 봉우리로 이동하는데, 짧은 거리이기이지만 생전처음 자일을 타고 오른다.
정상에서 휴식하며 보는 장관은 땀을 흘리고 고생한 사람에게만 산이 제공하는 선물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바위로만 보이는데 대단한 풍경이다. 걸어서 내려오는 코스 중 치마바위 반대현상의 내려오는 길이다. 은산 산우의 도움으로 한수 또 배운다. 15시에 하산하면서, 건너편에 한반도 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노적사 사찰에 들려 잠시 쉬면서, 다녀온 노적봉을 바라보니 사찰 건물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 사찰에서 조금 내려오니 주 등산로가 나오면서 중성문이 나온다. 오늘도 3개의 문을 통과 하였으니 최근 세 번의 산행에 9개의 문을 보게 된다. 14개의 성문 중 1개는 소실되고 13개가 있다하니, 4개를 더 보아야 한다.
1시간여 하산을 하니 북한산성 유원지가 나타나며, 온통 골짜기가 고기 굽는 냄새로 진동한다. 6시간의 긴 산행을 마치고, 유원지 한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삼각산이 이처럼 명산인줄 알게 해준 대장과 같이 산행해준 산우들에게 감사하다.
‘08. 10. 5. 삼각산 산행을 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