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로 인하여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산행계획을 하루 앞당겨,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다. 전국에 걸쳐 제일 많은 산 이름이라 추정되기에, 앞에 지역이름이 필요한 포천의 백운산(白雲山: 903.1m)을 간다. 100대 명산 중에도 이름이 세 곳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곳과 전남 광양 그리고 강원 정선에 있다.
이외에도 지난번 다녀온 의왕(수원)시를 비롯하여 10여 곳 이상이 된다. 뜻과 같이 좋은 이름이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가까이 있는 동서울터미널(8,500원: 상봉터미널에서도 출발)에서 사창리 가는 첫차(6:50: 하루16회 정도로 자주 있음)를 탄다. 이름이 낯설기도 하다. 토요일 군부대 면회를 가는지, 거의 빈 좌석이 없다.
아들이 군 생활하던 지역으로 가는 길이 정겨우며 도로도 좋아져 시간이 단축된다. 첫 정류장 일동(8:00)→이동(8:10)→자주 찾았던 도평역을 지나 백운계곡(흥룡사, 8:17)→광덕고개(8:25)에서 하차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산행코스를 광덕고개→정상→삼각봉→도마치봉→향적봉→흥룡봉→백운계곡→흥룡사→주차장으로 정한다.
전쟁 당시 험하고 구불구불한 이 고개를 넘는 미군 지프 운전병이 피로에 지쳐 졸 때 상관이 운전병에게 캐러멜을 건네 주었다해 캐러멜 고개라고도 한다. 힘들게 올라온 버스는 광덕휴게소에 등산객 세 명을 내려준다. 한명은 왼편 광덕산(1,046m)으로 가고 오른쪽 백운산방향의 한분을 따라 나선다. 도로 건너는 강원도로 상징인 곰이 있다.
큰 규모의 쉼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철 계단 위로 오른다. 이 고개 마루턱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사전정보가 실감난다. 힘들게 올라 와야 할 산의 664.3m(2/3정도)를 버스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 표지판이 있는 들머리(8:30)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약간의 경사를 100m정도 오르니, 정상까지 3.2km를 알리는 첫 이정표가 맞이하여 준다. 육산임을 알리는 숲속의 능선 길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또한 아침햇살과 새소리 그리고 살며시 부는 바람 모두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일찍부터 시야가 트이며 뒤를 돌아보니 건너편 광덕산의 모습과 기상관측소 시설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래도 240m를 올라야 하기에 완만한 경사에 작은 봉우리를 만난다. 가는 길옆으로 나비와 야생화, 다람쥐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8:55) 동행자와 오늘의 코스에 관하여 처음으로 말문을 열어본다. 이산이 좋아 자주 찾는데 오늘은 힘닿는데 까지 가지만, 지난번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가보려 한다고 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탈출로가 많다 하니, 따라가기로 하고 코스를 변경한다. 하산 하려던 도마치봉에서→도마봉→신로봉→국망봉→견치봉(개이빨산:1,120m)→민둥산(1,023m)→강씨봉(830m)으로 간다. 이후에도 능선은 청계산, 운악산까지 연결된다. 뿌리를 드러낸 나무 밑을 통과 할 때는 안타깝다. 특이한 겉모양의 바위도 지난다.
1시간여 만에 처음으로 물을 마시며 앉아 쉬어(9:25)간다. 그만큼 어렵지 않은 환상적인 능선 길이다. 우리네 인생도 약간의 어려움 뒤에는 항상 편안함이 오는 삶이라면 좋으련만..... 멀리 포 연습 소리와 함께 주위에는 반공 호와 지하벙커 등이 북쪽에 와 있음을 알려준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같은 동갑으로 더욱 반갑다.
백두대간을 일찍이 완주한 베테랑 산악인이다. 감히 1년차 초보가 따라가겠다고 한 것이 내심 미안할 뿐이다. 이 산은 한북정맥 구간으로 일요일에는 종주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줄기는 1대간(백두)과 13개 정맥(남한:9개)으로 되어 있다고 배운다. 약간의 암릉 길을 지나는데 로우푸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1시간15분만에 정상에 쉽게 도착(9:45)해보니, 헬기장까지 겸해 넓고 한가하다. 모든 산이 이렇게 쉽게 정상에 오른다면 재미 없겠지만, 초보에게는 간혹 필요한 즐거움이다. 다른 등산객을 본적이 없기에 증명사진 한 장을 귀하게 찍는다. 10여분 동안 높은 봉우리가 중첩되는 절경을 보고, 삼각봉 이정표(거리:0.93km)를 따라 출발한다.
양쪽에 야생풀들이 초록물결을 이루며 반기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정상을 벗어나자 쉼터가 나오며 벤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오래전에는 가는 길을 약간 벗어나면, 더덕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나 홀로 산행이 되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연히 전문 가이드를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삼각봉(918m, 10:05)정상을 지나쳐 간다.
궁예가 왕건과의 명성산 전투에서 패하여 도망할 때 이곳을 지나게 되는데 산길이 너무 험난하여 말에서 내려 끌고 갔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 도마치(道馬峙)봉은 1.17km(이정표)를 더 가야 한다. 가는 길에 가래나무와 그 아래 떨어진 열매를 보고 설명을 듣는다. 호두와 비슷하지만 열매의 끝이 호두(가래나무 과)보다는 뾰족하다고 한다.
산에서 많은 식물들을 보며 그 이름 알기는 쉽지 않지만,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자연에 동화되는 것 같아 기쁘다. 도마치봉(925.1m, 10:25)도 헬기장과 같이 있다. 당초는 이정표의 흥룡봉 코스로 하산하여야 하나, 변경된 코스(1차 목표-국망봉: 6.65km거리)로 마냥 가야 한다. 건너편 동쪽으로 제일 높은 화악산(1,468m)이 흐리게 보인다.
정상 반대편에서 처음으로 2명이 올라온다. 반가움에 서로 인사를 나누자, 배낭에서 페퍼를 꺼내어 표시석을 하얗게 문지른다. 그리고 페트병을 꺼내더니 세수를 시킨다. 시청 관계자 인듯하다. 고생을 하는 분이 있어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나보다. 내려오며 약수터(10:40)와 관중 등이 보이더니 도마봉(883m, 10:45)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없는 삼거리(10:50)에서 오른쪽(왼쪽: 도마치 고개)을 택한다. 앞에 보이는 국망봉은 까마득히 높게 보이는데, 가는 길은 뙤약볕에 완전 노출이다. 산불예방을 위하여 능선의 나무를 모두 베어냈다고 한다. 풀이 허리까지 올라와 헤치고 가는데, 팔뚝에 모두 스친다.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이정표도 구간이 바뀌었는지 산뜻하다.
헬기장(11:40)에서 10분간 쉬며, 탈출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한다. 신로봉(999m)을 우회하니, 국망봉 휴양림 삼거리(12:15)가 나온다. 6년 전 구정 시, 등산객 6명이 조난을 당해 사망과 부상을 당한 장소라는 입간판과 함께 안전 산행을 당부한다. 옛날 뉴스 생각이 어렴풋이 난다. 우뚝 솟아 있는 신로봉을 보며 하산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휴양림에서 올라온 세 명의 일행이 지나가며, 여기까지 와서 국망봉 안 가고 내려가느냐 하며 힘내라 한다. 용기를 얻어 국망봉에서 하산하기로 하고 다시 오른다. 일단 체력이 많이 떨어졌으니 식사부터 하기로 한다. 식사(12:30-13:10)를 하며, 하산하여 먹기로 한 보약(막걸리) 1병까지 마신다. 꿩의 다리와 노루의 오줌 꽃의 이름도 배운다.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구같이 느껴진다. 산사랑 사람들의 우정을 다시 한 번 확인 해본다. 약간의 암릉 길을 지나서, 국망봉(1,168.1m, 13:50)에 오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없이 전개되는 준령과 계곡이 아름답다. 지난번 산악회에서 다녀간 개이빨산(견치봉)이 가까이 보여 욕심도 나지만 아쉽게 헤어진다.
궁예가 도읍을 철원으로 옮기고 폭정을 하자, 부인 강씨가 간언을 하다 귀향간 곳이 강씨봉(현재도 집성촌)이다. 나라가 망하여 뉘우치고 찾지만 죽은 뒤다. 이곳에 올라 철원을 보며 회한과 자책에 빠졌다고 한다. 오를 때 용기를 준 일행이 이곳에서 하산(14:30)을 해, 동행키로 한다. 대피소(14:50)까지 급경사로 로우프 등을 이용해 내려온다.
높은 산이기에 내려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전부 흙산으로 편하다. 임도까지 600m 지점(15:30-15:45)에서 쉬어간다. 내려오면서도 일행들이 걱정을 하며 챙겨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이 넓고 따뜻함에 감사한다. 철 계단을 내려와 임도(16:00)에 들어선다. 밑에서 나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온다.
걸으면서 몸에 좋다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계곡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것을 보면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가리산(774m)이 우뚝 솟아 있다. 다른 산에 비하여 유일하게 험준한 바위산이라고 한다. 입구 생수 공장에서도 버스를 타려면 많이 걸어야 하는데, 차를 가지고 왔기에 구리까지 태워 준다고 한다.
오늘 산행에서 만난 등산일행은 모두 4개 팀뿐이다. 그 중 두 일행 분들한테 많은 신세를 진다. 이제는 내가 받은 고마움을 베풀어야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나오니 휴양림 운동장이다. 16시30분 국망봉 휴양림을 통과 하므로 8시간의 긴 산행을 마친다. 장암저수지에서 잠깐 쉰다. 동행한 두 일행 팀! 감사합니다.
‘09. 7. 11. 포천 백운산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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