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해외여행

추억의 금강산 여행

leepuco 2010. 9. 10. 00:25

  벌써 금강산(金剛山) 여행을 다녀 온지 10년이 지났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서 추억을 더듬어 본다. 지금은 총격 사건이후 관광이 전면 중단되어, 가고 싶어도 가볼 수 없는 곳이다. 직장생활을 마감하기 1개월 전, 모 공사가 주관하는 각 기업체 임원 초청에 참여한다. 각 회사에서 온 14명과 공사 직원 6명이 함께 관광에 나선다. 3박4일(2000.8.28 -8.31)일정으로 떠난다.

 


  김포공항 라운지(귀빈실)에서 이른 아침 7시20분에 집결한다. 강릉행 8시20분 비행기로 대관령을 넘는다. 50분이 경과한 후 아담하게 자리한 강릉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로 대관령을 넘어 강릉까지 오기는 처음이다. 오후 늦게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금강호에 승선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우선 강릉‘오죽헌’에 들려 관광을 하고는 정동진으로 향한다.

 


  ‘모래시계’와 바닷가를 보고는 점심식사를 인근 횟집에서 광어회와 전복죽으로 한다. 이후는 승선을 하게 될 동해시로 가서 추암 해수욕장 옆에 있는‘촛대바위’에 오른다. 앞서 두 곳은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추암은 처음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포말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다. 애국가 영상으로도 많이 보아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동해항 귀빈실에 도착(15시)하여 승선 수속을 받기 시작한다. 수속을 밟으면서 10명씩 팀을 구성하게 된다. 국내 여행사 소속의 팀장이 배치되어 인솔한다. 지금부터 관광이 끝날 때까지 조장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며, 행동도 조별로 한다고 한다. 조장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는, 말로만 듣던 호화 유람선 금강호(1998.11.18. 첫 출항)에 승선한다.


  크루즈 선박은 대규모 호화호텔이 바다위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선박의 높이는 10층 정도이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오르고 내린다. 선실 숙소의 등급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 일행은 중급정도인 2인 1실(2층 침대)로 룸은 협소하여 두 명이 겨우 비껴 다닐 정도이다. 입실이 끝나고는 공연장으로 모두 집결시켜 관광 시 주의사항을 교육한다.

 


  교육을 받고 있는 중, 오후 6시에 서서히 큰 배는 동해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해서는 안 될 금지사항이 십여 가지가 넘으니, 기억하기조차 힘들다. 이렇게까지 굴욕적으로 많은 사항을 준수하면서 관광을 해야 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잠시 뒤에는 9층 뷔페식당에 승선한 인원 전부를 집결시켜, 선박사고 시 비상 탈출요령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이 끝나고는 그곳에서 조 편성에 의한 1부, 2부로 나누어 저녁식사가 실시된다. 식사를 마치었을 때는 어둠이 찾아왔고 배는 북상하지 않고 동쪽 공해상으로 나가고 있다. 일행 몇 명과 함께 실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데 모든 것이 준비 되어있다. 들렸던 공연장, 레스토랑, 헬스장, 오락실, 주점, 매점, 독서실, 노래방, 약국 등 없는 것이 없다.


  밤이 깊어 갈 즈음에는 공연장에서 준 연예인 급의 가수와 무희들이 쇼를 한다. 갈 곳이 없는 승객들은 대부분 참여하여 여흥을 즐긴다. 90분 동안의 쇼가 끝나면, 개인적인 장기자랑 등의 순서도 준비하고 있다. 잠자리에 일찍 들려하였으나, 지금 배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혼자 갑판위로 나와 보니 칠흑 같은 어둠속의 바다를 헤쳐가고 있다.

 


  물론 갑판위에도 늦은 시간에 나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로만 듣던 농구장 골대와 작은 수영장이 희미한 불빛아래 윤곽만 보여준다. 망망대해에 혼자 불 밝히고 달리는 배의 모습은 작고 외로워 보인다. 바다는 배가 일으키는 흰 포말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고, 바닥은 밤이슬 때문인지 젖어있고, 세찬 바람에 춥기만 하다.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아마도 지금쯤은 공해상으로 나와 북진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룸으로 들어온다. 조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흰 포말과 배의 요동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6시의 기상은 여행객들을 어렵게 하고, 아침식사까지 7시에 끝내야 하니 바쁘다. 출항한지 11시간 만에 무사히 금강산 입구 장전항(예인선에 의해 접안)에 도착한다.


  이제는 북한 입국심사와 등산을 위한 조별 행동이 시작된다. 조별로 집합이 되어 등산하면서 먹을 식수와 행동식을 보급 받는다. 숙소인 금강호에서 내려오는데 필리핀 국적의 남녀 승무원들이 잘 다녀오라고 양쪽으로 서서 경쾌한 노래와 함께 환송식을 하여준다. 북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감회가 새롭고, 한편 두려움도 은근히 가슴을 짓누른다.

 


  장전항에서 입국 심사장까지 다소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해상에 떠있는 현대식 건물‘호텔 해금강’이 눈길을 끈다. 저기는 누구의 숙소인지, 선상 보다는 잠자리가 편할 듯싶다. 조별로 서서 기다리는데, 많은 여행객으로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한다. 오전 10시가 되어 입국심사가 완료된다. 금강산 관광객을 입증하는 목걸이가 제각기 앞가슴에 차고 있다.

 


  주차장에는 많은 중형버스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들은 중국 조선족 사람들이다. 조별로 탑승하여 우선 ‘온정각’까지 7km를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보니 밭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모습과 가옥 몇 채만 보일뿐이다. 이동하는 길 중간 중간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북한군 초소와 초병들이 버스의 이동 상태를 주시하고 있으니 섬뜩하다.


  ‘온정각’에서 17km인 등산코스 중 버스로 관음폭포, 육화암, 주차장(만상정)까지 14km를 간다. 이곳에서 정리를 한 뒤에 조별로 산행이 시작된다. 흐리던 날씨가 산행이 시작할 즈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명산은 쉽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금강산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고성군과 금강군 그리고 통천군에 걸쳐 있다.

 


 금강산은 높이 1,639m, 동서의 폭 40km, 남북길이 60km로 그 면적은 약 530㎢에 달한다. 태백산맥의 북쪽에 위치한 세계적 명산이다. 지급해준 1회용 비닐 우비를 쓰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거추장스럽고 덥기만 하다. 비만 오면 좋겠는데, 안개비가 되어 오다가 그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만물상코스는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산악미가 인상적이라 한다.

 


  또 산행의 진미를 자아내게 하는 금강산 관광의 절정이라고 하는데 운무로 전혀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다. 앞만 보고 갈뿐인데 안내도를 보면 삼선암, 귀면암, 절부암, 안심대를 지나쳐 2.2km의 최종 목적지 에 도달한다. 오직 사진이라고는 정상을 나타내는‘천선대 표시석’과 찍은 증명사진 1장뿐이니, 그 아름다운 절경을 못 보고 내려온 것이 끝내 아쉽다.


  이 산의 최고봉은 비로봉이며, 동쪽의 봉우리들에서는 동해가 한눈에 보이고 서쪽은 내륙산악지대와 접하고 있다. 이들 지역을 크게 나누어 각각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이라고 부른다. 우중 산행을 마치고 ‘온정각’으로 돌아오니 14시30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떠올리며 대형식당에서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는다.

 


  인근에 있는 ‘금강산 온천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을 비롯한 ‘온정각’ 및 ‘체육관 겸 공연장’은 모두 현대건설에서 직접 건축한 것이다. 건물과 시설은 우리가 흔히 관광지에 가면 볼 수 있었던 대 온천장과 같다. 대형 탈의실과 대형욕실 그리고 금강산을 보고 있는 옥외욕탕은 같고, 틀린 것은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이 중국 조선족이다.


  금강산의 운무로 절경을 조망하지 못하여 심난한 마음을 온천을 하면서 기분전환 한다. ‘온정각’으로 돌아와 쇼핑을 하며 약간의 선물 등을 각자 준비한다. 오전에 입국심사 하였던 곳에 17시30분 도착해 출국심사를 받는다. 복잡한 시스템으로 내일도 이 과정을 똑 같이 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배에 승선 할 때는 외국 승무원 들이 아침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뷔페식당서 저녁식사를 하고는 휴식 후 공연장으로 옮기니, 오늘은 이곳 승무원들이 펼치는 장기자랑이다. 순수한 아마추어 이지만, 프로 못지않게 재능을 펼친다. 이미 고지한 약속시간이 되자 일행들은 노래방으로 모인다. 노래를 하고 있는 동안은 여기가 북한 땅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할 수가 없다.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니, 한 개의 채널만 겨우 볼 수가 있다.


  다음날 아침도 6시에 기상하여, 어제와 같은 절차를 밟은 후 바뀐 등산코스로 산행이 시작된다. ‘구룡폭포 코스’로 ‘온정각’에서 신계사 터를 거치어 주차장까지 7.6km를 버스로 이동한다. 이 코스는 장쾌한 산악미와 경쾌하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푸르른 담과 소 등으로 이루어진 외금강의 대표적인 관광코스이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청명한 날씨가 다행스럽다. 하루만이라도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보고 가라는 뜻인 모양이다. 오르기 시작하면서 제일먼저 눈에 익은 다리와 건물인 ‘목란관(木蘭館)’을 만난다. 등산 목적지인 상팔담 까지는 4.8km로 어제보다는 길지만, 오르는 경사도가 대신 완만하다. 올라갈수록 금강산 계곡과 양쪽 옆의 산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양지대-삼록수-금강문을 거치어 ‘옥류동(玉流洞)’에 오니 넓은 바위위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것은 한 폭의 그림이다. 지금 같은 시기는 계곡의 봉우리마다 녹음이 짙은 여름이기에 ‘봉래산’, 울긋불긋 고운단풍이 들 때는 ‘풍악산’, 흰 눈이 내려 절경을 이룰 때는 ‘개골산’ 또는 ‘설봉산’이라 하며, 파릇파릇함과 생기가 넘치는 봄은 ‘금강산’이라 부른다.

 


  계속하여 오르며 ‘연주담’을 지나자, 이번에는 왼편 산 능선에서 물줄기가 커다란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데 이를 ‘비봉폭포(飛鳳瀑布)’라 한다. 전혀 물줄기가 떨어질 능선이 아닌데 장관을 이룬다. 여기서부터는 숨이 차면서 힘들어 지기 시작한다. 가는 곳 마다 등산을 안내하기 보다는, 금지사항 위반을 적발하기 위한 감시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조금 더 오르면 ‘구룡폭포’와 ‘상팔담’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통과하여 ‘상팔담’에 이른다.  여기저기 큰 바위에는 직접 조각을 하기도 했고, 또한 빨간 페인트 글씨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글귀들이 시선을 끈다. 자연경관을 크게 해치는 문구들이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

 


  얼마간 오르니 목적지인 ‘상팔담(上八潭) 표시석’에 도착한다. 운무가 한동안 시야를 가리기도 하지만, 순간을 포착하여 밑에 있는 상팔담을 본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8개의 담소가 구룡연 위에 있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으며, 담소에서 선녀가 목욕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이곳을 보기 위해서는 여기까지 올라와야 한다고 표시석에 표기되어 있다.

 


 ‘구룡폭포(九龍瀑布)’는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로 설악의 대승폭포와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유명하다. 하산을 시작하여 내려오면서 오늘만이라도 금강산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를 한다. 다시 집결지인 ‘온정각’에 와서 점심으로 유명하다는 냉면을 먹는데, 그렇게 맛있는 줄을 모르겠다. 북한산 술, 송화가루 등 특산품을 몇 가지를 구입한다.

 


  다음 일정은 공연장에서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본다. 교예단의 묘기는 중국과 같이 세계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연습과 반복이 보는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을 잠시 잊고 본다. 어제보다는 다소 늦게 온정각을 떠나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간다. 도로변의 가옥을 보니, 백열전등 하나가 온 집안을 밝히고 있다. 전력사정이 안 좋은 듯하다.

 


  18시30분에 장전항을 떠나, 다음날 아침 6시에 선상에서 세 번째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 동해항에 입항한다. 강릉공항 9시40분 출발, 김포공항에 10시30분 도착해, 모든 일정을 끝낸다. 이번 여행은 공해상으로 다녀왔기에 해외여행이라 보는데, 빨리 자유로운 국내여행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당시에는 사진을 인물사진 위주로 찍었기에,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없어 아쉽다.


 

 

 

 

                                   2000.  8 월 여행을 정리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