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문화 이야기

연극 친정엄마

leepuco 2011. 3. 10. 00:05

 

   지난 주 딸이 미리 예매를 하여 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이어, 연극 친정엄마를 함께 보러 가자고 한다. 오랜만에 아내와 딸이 함께, 봄이 오는 문턱의 경칩인 오늘 광화문으로 간다. 세종문화회관 M 씨어터 공연장에서 오후 3시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그동안 딸의 배려로 뮤지컬은 자주 보았지만, 연극을 본 것은 언제인지 까마득하여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두 편의 영화와 연극은 황혼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것이 같다. 주위에서 보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그만큼 다가 와 있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그동안 뮤지컬에 익숙해져 있어 연극은 어떠한 감동으로 다가올까 하는 설렘으로 공연장에 입장한다. 희미한 조명의 무대는 좌측에 집안의 책상과 소파가, 우측에 장독대와 평상이, 그 뒤로는 억새밭 사이로 난 시골길이다.

 

 

 

 

  기 베스트셀러인 작품은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이 되었고, 3년 전에는 연극무대에 올려 졌다고 한다. (: 배해선)이 바쁘게 글을 쓰는 중에 고향 정읍에서 택배로 묵은 김치가 도착하며 무대는 열린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연운경)의 장례를 치른 지 오래되었는데, 생전에 딸이 묵은 김치를 좋아 한다고 이웃 서울댁(: 이수나)이 한 달 후에 부친 김치가 온 것이다.

 

 

 

  딸은 고향 집을 정리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자신을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해 본다. 가난한 형편으로 딸을 전문대까지 보냈지만, 혼사를 앞두고 최고의 딸이라고 자부하는 당당함, 결혼 후에도 시골에서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자식사랑, 바쁘고 힘들 때마다 딸의 도움 요청에 단숨에 달려가는 등등,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은 계속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어머니의 희생을 사실 그대로 연출하면서, 세대 차이에서 오는 모녀간의 갈등도 심각하게 다룬다. 자식을 낳고 어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게 되고 뉘우친다. 그러나 이미 엄마는 떠나고 아니 계시다. 고향집에 돌아와 엄마의 입장에서 서운 했을 일들을 연상하며 미안하다고 독백하는 장면으로 95분간의 연극은 끝난다.

 

 

 

  내용이야 우리가 늘 책이나 드라마 또는 이웃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통해 자주 접했던 통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앞에서 유명한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에 관객들은 손수건을 적시지 않을 수 없다. 브라운관을 통해 연기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엄마의 역할은 이를 재확인시켜 준다. 그때그때 웃음으로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이끄는 서울댁의 연기도 돗 보였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사실을 연극을 통해 보여주면서,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생전에 잘해드리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진리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뮤지컬의 무대에 익숙해져서인지 고정된 무대(왼편 집 서재, 오른편 시골 평상, 중앙 억새밭)와 출연 배우 수(7)가 단조롭게 느껴졌다. 여운을 많이 남기는 연극이었다.

 

 

 

  오랜만에 나온 시내이기에 광화문과 삼청동 일대를 거닐었다. 광화문 앞 광장도 처음 걸어보니, 많은 시민들이 봄을 맞이하러 나왔다. 작년 이때쯤 아내와 함께 등산을 했던 인왕산, 북악산, 숙정문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그곳에서 봄을 느낀다. 삼청동 깊숙이 들어가 자주 가는 삼청동수제비 집에서 저녁과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에서 한방차로 뒤풀이하고, 즐거운 하루를 마감한다.

 

 

 

 

 

 

 

 

 

                                                             ‘11. 3. 6. 연극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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