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에 달하는 기나긴 장마가 끝나더니, 최고 온도 35도까지 오른다는 폭염 특보가 내렸다. 초딩 친구들과 함께 찜통더위를 피하러 북한산 둘레길 트레킹에 나선다. 추운 겨울(2월)에 마치었던 7구간 다음으로 오늘은 6구간부터 4구간까지 간다. 그 중 6구간은 평창동 주택가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기에 만남의 시간을 1시간 앞당긴다. 21개 둘레길 구간중 제일 지루하고, 해를 머리위로 이고 가야 해서 힘들다.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로 나와 7211번 버스를 타고 만남의 장소 구기동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7022번(또는 7212번)을 타고 오는 친구들을 기다린다. 오늘 참여한 인원은 모두 4명으로 함께 출발한다. 평창마을길(6구간)의 거리는 5.0km이고 난이도는 중(中)이다. 지난 1, 2월 혹한기에 통과했던 대문 사진을 옮겨 놓았다. 시작 대문은 탕춘대성 암문으로 오르는 고개 마루에 있다.
그곳에 올라 출발해서 다시 내려오기란 쉽지 않다. 일찍 도착하여 주위를 돌아본다. 북한산을 오르는 구기동 탐방지원센터로 가는 입구(8:39)와 이 코스로 내려올 때마다 뒤풀이를 하던 할머니 두부집(8:41)을 보니 반갑고 정겹다. 천지골 추어탕이란 간판이 크게 걸린 큰 음식점 앞, 구기동 버스 정류장을 출발(9:15)한다. 일반주택 사이 길(9:17)을 걷자니, 지금까지 살아 온 우리네 삶의 애환이 그려진다.
마을길에서 작은 언덕인 숲을 오르면 전심사 앞 이정표(9:21)가 길을 안내한다. 이곳 짧은 거리의 숲이 6구간의 전부이고, 이후는 주택가 아스팔트 포장길을 양산과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면서 걸어야 한다. 입구와는 대조적으로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마을길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기와집 담장 아래로 보이는 평창마을 풍경의 포토 존(9:39)이다. 청련사(靑蓮寺, 9:42)앞 을 지난다.
해원사 사찰을 지나, 어느 주택 담장 위로 ‘명예, 자랑, 자만’의 꽃말을 가진 능수화(9:57)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한 여름에 피는 꽃을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하니, 친구가 독성이 있으니 꽃을 만지지 말라고 한다. 나무 자체에도 독성이 있어 벌레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도로 양쪽에 있는 저택들은 부(富)의 상징을 서로 뽐내기라고 하듯 담장이 높고(9:58), 멋진 소나무들(10:02)이 과시하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웠던 일선사와 대성문으로 가는 평창공원 지킴터(10:12)이다. 국민대 정문 옆의 북악공원 지킴터에서 대성문까지 거리가 3.4km, 여기서는 2.3km로 가깝다. 서둘렀는데도 1시간여를 뜨거운 햇빛 속을 걷다보니 지친다. 계곡에서(10:20) 쉬려고하니, 철조망으로 막아 출입금지다. 인근 그늘에서 왕자님표 냉동 파인애플을 먹으며 10분 휴식한다. 길가의 연화정사 사찰(10:42)이 시선을 끈다.
평창동의 유래는 조선 광해군 때 조세를 관리하던 선혜청(宣惠廳)의 가장 큰 창고인 평창이 이곳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지형적으로는 북악산 뒤와 북한산 앞의 분지에 위치하여, 안전하게 쌀을 보관하고 도성으로 반출하기도 용이했다고 한다. 뜨거웠던 구간을 마치고 이제는 명상길(5구간)으로 거리는 2.4km인데 난이도는 상(上)이다. 명상길 대문(10:47)에서 각기 인증 샷(10:48)을 남긴다.
1시간30분 동안 달구어진 몸이 숲속(10:59)으로 들어오니 산행할 만하다. 난이도가 높은 구간인 만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커다란 두개의 바위사이로 들어가면 구복암(龜福庵)이 있다는데, 입구에 서있던 바위 중 왼쪽바위에는‘나무미륵대불’이라 음각(11:00)되어 있다. 북한산 형제봉으로 가는 삼거리(11:05)에는 배낭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는 주민들이 가끔 보인다.
형제봉 가는 길가 큰 바위 위에서(11:05) 산토끼님이 준비한 포도를 먹으며 2차 휴식을 취한다. 먹다보니 나만 한쪽 손에 먹고 남은 포도껍질과 씨앗을 모으고 있다. 일찍이 모두 씹어 먹어야 좋다는 말은 들어 왔지만, 습관이 고쳐지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통째로 씹으니 먹을 만하다. 데크 계단으로 한참을 내려가는 내리막(11:24)이다. 국민대에서 형제봉(대성문)으로 가는 코스와 만나는 삼거리(11:34)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물이 많이 흐르는 계곡(11:45~13:50)에서 좀 이르지만 점심을 하고 쉬기로 한다. 일찍 마치고는 계곡물에 몸을 퐁당 담근다. 폭염주의보와는 다른 세상에서 샛별님이 준비한 천도복숭아를 먹으며, 물장난도 치고 이야기를 나누자니 피서가 따로 없다. 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입은 체 한적한 오솔길(14:05)을 걸으니 시원하다.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걸어야 한다는 문구(14:05)다.
올해는 집근처 모기가 없는데 이곳으로 피서를 왔는지, 가려워서 보니 온통 물린 곳이 부풀어 올랐다. 북한산 보현봉, 대성문, 보국문 등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포토 존 전망대(14:09)에서 포즈를 잡아본다. 정릉 탐방센터로 내려가는 소나무 숲속 계단(14:12)이 운치를 더한다. 마지막 구간인 솔샘길(4구간)의 거리는 2.1km이고 난이도는 하(下)이다. 등산이 아니더라도 많이 놀러왔던 낯익은 정릉 길이다.
정릉 주차장 앞에 솔샘 길 대문(14:17)이 일행들을 맞이한다. 큰길 왼편으로는 정릉탐방안내소(14:20)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계곡으로 오르면 너덜 계단이 많아 불편하고, 우측 능선은 칼바위 능선으로 약간 험하다. 넓게 자리한 주차장(14:20)에서 남겨 둔 짧은 한 구간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탐방안내소 반대편 방향으로 큰 차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한때 친구가 이곳에 살아, 찾아 왔던 이야기도 나눈다.
주위에 부착된 안내 표시판과 이정표를 잘보고 내려오다 보면 왼쪽 길로 유도(14:33)한다. 반대편 방향에서 우리들보다 나이가 많은 세 남자가 같이 트레킹을 한다. 우리들의 미래를 보는 듯, 좋아 보인다. 마을길에서 다리를 건너(14:37) 다시 산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힘을 내어 비탈진 언덕을 넘으니, 최종 목적지가 보이는 곳에 만남의 장(14:43)이 있다. 이곳에서 오늘 산행을 정리해 보며 쉬어간다.
솔샘 마당을 가로 지르니, 종착지 성북생태 근린공원(14:59, 종전에 찍은 사진)에 도착한다. 주민들이 올라와 체력단련을 하도록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가운데는 휴식할 수 있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주변 안내도(15:00)를 보고 2주후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마을버스 1114번을 타고 길음역에서 환승한다. 종로3가역에서 내려 돈화문 방향에 있는 소문난 콩국수 집(16:13)에서 간단히 뒤풀이하고 헤어진다.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힘들면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고는 물놀이도 하다 보니, 9.5km의 거리를 5시간45분(9:15~15:00)이나 걸렸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서로 물을 끼얹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30년은 젊었진 듯하다. 언제 우리들이 이렇게 물장난을 치었던가! “큰 웃음은 어떠한 약보다 몸에 좋다”는 산토끼님의 말대로 많이 웃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하루였다.
2013. 8. 7(水). 북한산 둘레길 트레킹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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