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준 산방이 오늘 두 돌을 맞이하여 기념 산행을 한다. 삼각산 산행인데 출발지가 각기 다르다. 육모정매표소와 시구문 매표소를 각각 들머리로 하여 오른 후, 대동사에서 만나 하산하여 자축 뒤풀이를 한다고 한다. 기념일답게 의미를 둔 산행 코스의 결정인 듯싶다.
만남의 장소 그린파크 호텔 앞(9:20)에서 만난다. 집결하여 보니 이곳 7명과 반대편 15명에 불과, 두돌맞이 산행치고는 인원이 적다. 한가위 명절을 6일 앞두고 산우들이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쁜 모양이다. 산행코스는 공지와 같이 육모정→영봉→하루재→백운산장→위문→대동사→북한산성유원지(금강산장)이다.
반대편은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서 효자파출소→시구문→치마바위→원효봉→북문→대동사→북한산성유원지(금강산장)이다. 처음가보는 구간이 육모정→영봉 구간과 위문→대동사 구간으로 기대가 된다. 후기 글도 이 구간에 중점을 두게 된다. 우이동 그린파크는 오래전부터 들어온 세월만큼이나 서글픈 모습이다.
정문으로 보이는 입구는 호텔휴업이라는 안내판이 오늘의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이다. 비가 오후부터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산행이 종료되고 내리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기다리며 올라야 할 산을 보니, 삼각산의 상징(만경대, 백운대, 인수봉)봉우리가 정면으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당겨서 찍어본다.
‘쇠귓골길’로 진입하여 단출하지만 정겨운 분위기로 출발(9:30)한다. 입구에 있는 이정표가 영봉까지 3.5km라고 말하여 준다. 얼마 전 41년 만에 개방한 ‘우이령길’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던 윗길이다. 옛날에는 이 길이 소귀고개 길이었다고 한 산우가 귀띔을 해준다. 신작로 같이 넓은 숲길은 승용차의 이동이 생각보다 많다.
900m정도 큰길을 따라가니, 한 음식점(9:45)과 넓은 마당이 나온다. 앞에는 각종 진입로 표시가 좌측으로 이동하게 한다. 바로 ‘육모정 공원지킴터’가 반갑게 맞아주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10시가 다가오는데, 시내 산 오르는 시간은 지금이 이르다고 한다. 최근 지방에 있는 산을 자주 찾다보니, 새벽에 이동했는데 여유가 있다.
우측으로 법안사 가는 삼거리를 지나, 오르니 용덕사 사찰입구(9:50)가 보인다. 울타리를 옆으로 하여 오르는데, 철망 건너편 바위 사이로 핀 단풍이 가을이 다가왔음을 전한다. 이제 땀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몸도 적응해간다. 육모정고개 능선에 도착(10:20)하니, 오른쪽은 철탑과 함께 상장능선인데 숲속에 문이 굳게 닫혔다.
넓은 공간에서 출발하는 능선은 부드러운 흙길과 주일인데도 등산객이 많지 않아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일반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를 선택한 리딩 대장의 탁월한 판단이다. 전망이 좋은 바위에 올라(10:35) 휴식하며, 수락산과 불암산 밑에 있는 상계동의 아파트 숲과 도봉산의 오봉, 자운봉, 우이암, 상장능선을 조망 해본다.
흐린 날씨지만 능선에서 보는 조망은 맑은 날 만큼이나 빼어나다. 약간의 바위 길도 있지만, 오솔길이 많아 혼자 조용히 산행하기에도 좋은 등산로다. 영봉을 300m정도 남겨둔 바위 능선(11:05)에서 주유(장수보약)와 함께 간식을 한다. 20분 쉬어가는 장소는 왼쪽 도봉산과 오른쪽 삼각산의 멋진 풍경을 번갈아 볼 수 있다.
영봉(604m, 11:35)은 3개월 전 시루봉을 거쳐 올랐던 적이 있어 두 번째이다. 인수봉이 제일 잘 보인다는 자리에서 단체로 사진 한 장 찍고는 하루재로 넘어간다. 하루재는 주 등산로답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등산로는 잘 닦인 신작로 같이 넓고, 양옆은 자연을 보호하자는 줄이 있다. 반갑지 않은 줄로 보인다.
야영장(11:50)을 지나면 바위 너덜지대가 나오나 그렇게 길지는 않다. 백운산장에 도착(12:10-12:50)하여 배낭 속에 준비해온 음식과 과일로 늦은 점심을 대비한다. 물론 넉넉히 준비한 보약이 피로를 잊게도 해준다. 무심코 지나쳤던 백운산장의 현판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고 손기정 옹의 친필이라고 일행이 말하여 준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며 고인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두 돌맞이 뒤풀이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백운대를 옆에 두고 위문을 통과(13:00) 한다. 12성문 중 아직 대성문과 대서문은 못 보았지만, 위문의 모습은 제일 많이 찾는 문 치고는 초라한 듯싶다. 위문에서 북한산성으로 가는 하산 길은 처음이다. 기대를 하면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간다.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면 넓은 공터와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은 만경대 바위에 심어놓은 철 기둥난간을 타고 넘는다. 항상 대동문, 보국문을 경유하여 정릉으로 내려갔던 길이다. 오른편은 북한산성 가는 길로 늘 가보고 싶어도, 먼 거리를 돌아와야 하고 또 홀로 산행이 많아 못 갔던 길이다. 거의 반세기만에 가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갈림길에서 15분정도 심한경사의 돌계단과 너덜지대를 어렵게 내려오니, 눈에 익은 길이 나온다. 반대편 방향에서 산행한 산우들이 먼 곳까지 마중을 나왔다(13:20). 이산가족이 오랜만에 상봉 하듯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산속에서의 만남이 그 정을 더욱 깊게 하여 준다. 양쪽 들머리에서 동시 출발하게 한, 기획이 참신하다.
만나기로 했던 대동사(13:40)를 올려다보고는 지나간다. 보리사를 거쳐 금강산장에 도착(14:00)해 오늘 산행을 종료한다. 총산행시간은 4시간30분이지만, 1,2차 주유(간식) 1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은 3시간30분으로 적당한 산행이다. 별관에서 간단하게 2주년 뒤풀이를 하면서 산방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친목을 돈독히 한다.
가까이에 있는 삼각산은 도봉산과 함께 언제 어느 곳에서 올라도 새로운 산에 온 듯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처음 오르는 육모정 코스에서 본 두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들이 함께하는 전체적인 풍광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멋지다. 아직도 올라야 할 코스가 수없이 많고,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명산이니 평생을 올라야 될 것 같다.
다른 한주에 비하여 이상한 일들이 많아 복잡하던 머리를 산행을 열심히 하며 흘린 땀방울과 거친 호흡으로 하루 동안 까맣게 잊으며 비울 수 있었다. 또한 언제보아도 반가운 산우들과의 산행은 그 자체가 즐거움으로 힘을 얻는다. 뒤풀이에 참석한 3명을 포함하여 25명이 함께한 2주년 산행 즐거웠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준비하여 진행해주신 운영진과 대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산행 중에 피어 있던 야생화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같이 다음 산행 시까지 모든 산우님들께 좋은 일들만 많이 있으시기를 바라면서.....
‘09. 9. 27. 삼각산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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