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을 오르게 해준 산방에서 경인년 신년 산행을 한다. 새해 인사를 나눌 정겨운 산우들의 모습에 매서운 한파(최저 영하10도)도 모른 채, 만남의 장소로 향한다. 사정에 의해 설악산 산행(10월초)이후 처음이라고 반갑게 맞아주니 한편으로는 미안도 하다.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 생활에 활력을 가져온다. 올 한해도 가까이 있는 명산에서 힘찬 출발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만남의 장소 그린파크 호텔 앞(9:30)에서 만난다. 회장을 비롯한 새로운 집행부 포함 11명의 산우가 같이한다. 산행코스는 공지와 같이 백운2매표소→하루재→백운산장→백운대→용암문→소귀천계곡→도선사로 한다. 이 코스는 젊은 시절 그 지역에서 살아, 자주 찾았던 추억이 있는 길이다.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는 동안 삼각산(三角山) 주요 봉우리를 당겨서 찍어본다.
왼쪽부터 만경대(萬景臺, 799.5m), 백운대(白雲臺, 836.5m)와 인수봉(仁壽峰, 810.5m)의 세 개의 봉우리가 뿔처럼 치솟아 있는데서 삼각산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눈 덮인 겨울 산의 모습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가슴으로 다가와 설레게 한다. 차도가 아닌 전원적인 겨울풍경을 느끼는 개울 따라 오르기 시작(9:50)한다. 얼마 후에는 버스 종점에서 오는 차도와 만난다.
북한산 국립공원 표시석(10:10)이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도선사 대문 기둥이 서 있는 등산로 입구로 오른다. 계단위로 오르면, 전에 사용하던 백운2 매표소가 있다. 도선사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등산로는 전날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소나무 숲속 오솔길이다. 뽀드득 뽀드득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발끝에서 느끼는 감촉과 함께 어린 시절 생각에 잠시 빠진다.
계절에 따라 산은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기에, 많은 사람들이 계속하여 찾는 것 같다. 백운대 탐방지원 센터(도선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11:11), 고갯길(하루재)로 오른다. 눈 덮인 하루재 고개 마루의 모습이 지금까지 보아오던 모습과는 달리 아름답다. 백운대가 가까이(1.4km) 있다는 이정표를 보면서 삼거리(영봉까지, 200m)에서 휴식을 취한다.
불공을 드리고 있는 인수암 위로 인수봉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대포알을 바로 세워 놓은 듯한 200m 높이의 바위 위에 있는 철모바위가 시선을 끈다. 암벽 전문가들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은 혹한기라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백운산장에 오르는 길부터 노적봉 앞까지는 험난한 바위지대로 철제 난간을 의지하게 된다. 넓은 바위위에 내린 하얀 눈과 파란하늘이 대조를 이룬다.
백운산장에 도착(11:50)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추운날씨로 인하여 테이블 의자에 앉지를 못하고 서서한다. 각자가 준비해 온 추위를 이길 수 있는 각종 주류(장수보약, 국순당보약, 링겔, 복분자)와 식사(찰밥, 연탄밥, 흰떡)에 안주(연어훈제, 오뎅국, 김치전)등은 산해진미이다. 산장위로 작은 백운암이 보이고, 옆은 식사 후 올라야 할 백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맛있는 점심식사(11:50-12:30)를 하였더니, 주유와 포만감에 정상에 오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나 홀로 산행에서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산방에서의 신년 산행인데 통할 리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철제난간을 잡고 오르는 바위 길은 어려운데, 정체와 미끄럼이 추가 된다. 정상을 밟으니(13:00), 하얗게 변한 세상이 모두 발아래 머물러 있다. 정상에서 보는 만경대 모습과,
인수봉, 그리고 노적봉(露積峰, 716m)은 이곳 백운대와 함께 삼각산의 주 봉우리들이며 경관도 으뜸이라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설원의 장관은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니 더욱 멋져, 가슴 벅차기만 하다. 이러한 감동은 젊었을 때의 느낌과 같은데, 긴 세월만 흐른 듯하다. 시가지 모습(미아리방면)을 마지막 보고는 방을 빼주고, 넓은 바위로 내려와 단체사진을 찍고는 하산한다.
정상을 밟아야만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눈앞의 어려움을 피하려고만 한다. 정상에 잘 올랐다고 혼자 되새기며 가볍게 내려온다. 위문을 통과(13:26)하여 만경대 바위 허리를 휘감아 돌아간다. 계단 길을 내려가면, 삼거리에서 좌측 대동문 이정표 방향으로 간다. 노적봉 왼쪽으로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등이 보인다. 계속되는 힘든 철제 난간 길.....
노적봉 앞(13:59)을 지나면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용암문(14:13) 앞에서 두 번째 단체사진을 찍고는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처음 내려가 보는 소귀천 계곡 하산 길(14:17)은 급경사로 긴장을 하게한다. 큰 바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어떤 젊은이는 새해의 소망을 빌고 있는 것 같다. 소망을 빌고 노력할 때, 그 과정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보람도 함께 한다고 본다.
내려오면서 계곡 길은 완만해지고, 얼음사이로 조그마한 물줄기가 흐른다. 물줄기를 보니 하산지점이 머지않았다고 느끼는데, 도선사 옆모습(14:42)이 울타리너머로 보인다. 도선사에서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포장도로 많은 시간을 내려가야 한다. 지루한 차도를 피하여 진달래능선을 타고 하산하려는 일부 등산객이 로프 줄을 무시하고 언덕을 오른다.
도선사 경내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 사찰 안으로 들어간다. 옛날에 보았던 절 기억이 희미한데, 상상했던 것보다 넓게 자리하고 있다. 천왕문을 통과하여 백운대 탐방지원 쎈터(15:00) 앞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광장 앞에는 여전히 절 버스를 이용하려는 행렬이 길다. 5시간10분이 소요된 신년 산행이었다. 키토산 오리집 승합차로 이동하는 중 총대장께서 합류한다.
우이동 먹거리 마을 안에 있는 키토산 오리집에서 뒤풀이를 한다. 참석 못 한 산우와 총대장의 찬조금 덕에 성대한 뒤풀이가 된다. 회장께서 헤어지기 서운하다고 노래방에 참여하고 나오니 어둡다. 새로운 집행부의 배려와 대장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산우님들 경인년 새해에는 만사형통(萬事亨通)하시고, 가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0. 01. 03. 삼각산 신년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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