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이야기

사람의 한평생-정종수

leepuco 2010. 7. 23. 19:40

  지난날을 돌아볼 기회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의 삶은 어느새 멀리까지 와 있다. 오늘 정종수 선생의 ‘사람의 한평생’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돌이켜 본다. 지금까지 선조들이 어렵게 살아왔던 삶과 그것을 극복하는 지혜를 배운다. 또한 각 지역의 풍습과 민간요법등도 엿볼 수 있다.

 


  인생주기를 세 고비로 나누어 ‘태어나기’, ‘인생의 봄’, ‘죽음’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한다. 살아오면서 우리가 얼핏 들어왔던 속설들의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출생당시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며, 그 유래를 확실하게 알게 된다. 말로 전해져 내려오던 풍습이 정리가 되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한고비(태어나기)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흔히 사람은 “아버지에게서 뼈를 빌리고, 어머니에게서 살을 빌려 태어난다.” 또 “아버지는 하룻밤 신세고, 어머니는 열 달 신세”라고 한다. 이처럼 생명은 부모의 결합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아기는 부모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고, 삼신할미의 점지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자식을 갈구하는 부녀자들이 정성은 대단했다. 다산과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성기신앙’의 바위들은 지금도 많이 볼 수 있다. 장독대에서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비는 모습도 보아왔다. 이래도 아이가 없으면 ‘씨받이’나 ‘씨내리’를 해서 대를 이었다. 여기서 ‘씨내리’는 남편이 문제가 있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임신한 모습 등을 보며 성별을 구분하던 풍습은 당시에 서양에서도 있었다. 더욱 임신초기에는 성별을 바꿀 수 있다하는 민속요법도 있었다. 태교는 여자만 하는 것이 아닌 남편도 함께 한다는 것과 출산의 자세가 옛날에는 문고리를 잡고 구부려 서있는 자세였다. 당시 어머니들의 고생이 상상되며, 새롭기만 하다.


  두 고비(인생의 봄, 관례와 혼례)에서는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혼례를 치루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주례사로 늘 들어오던 ‘한 쌍의 원앙처럼.....’에서 원앙새에 대한 인식이 잘못됨도 지적한다. 혼례식에는 늘 기러기가 사용되는 유래와 문갑위에 있는 기러기인형의 방향을 가지고 사랑의 의사표시를 했다 한다.


  속궁합과 겉 궁합의 차이와 혼례 전 사주를 보내는 절차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함진아비의 선정과 함진아비의 자세 등을 알려 주고 있다. 초행과 대례, 첫날밤 신방 엿보기 등을 적나 나 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혼한 날짜를 서양처럼 기념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결혼60돌에 행하는 회혼례(回婚禮)가 있었다.


 읽으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착각에 빠진다. 우리 세대가 한 번씩 겪으면서도 간과했던 부분을 이제서 이론적으로 정립이 된다. 이제는 세 고비(죽음. 상례와 제례)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절차이다. 죽으면 혼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여 임종직후에는 혼을 부르는 풍속이 있다. 이를 ‘초혼(招魂)’이라한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있는 북쪽을 향해, 다시 태어나기를 비는 의례이다. 통곡을 하다 초혼이 시작되면 곡을 멈춘다. 상주는 상례의 주인으로, 대개 고인의 맏아들이 맡고, 맏아들이 없으면 맏손자가 맡는다. 참고로 아들이 죽으면 장성한 손자가 있더라도 아버지가 상주가 되고,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상주가 된다.


  상주를 보호하기 위한 지팡이는 아버지가 돌라가시면 대나무로 어머니는 오동나무로 만든 것을 짚었다. 상가는 곡이 끊기면 안 된다고 해서 사대부 집에서는 곡만 전문으로 하는 ‘곡비(哭婢)’를 따로 두기도 했다. 다음은 망자를 위한 마지막 절차로는 제사와 차례가 있는데 이는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이다.


  제사와 차례는 차린 음식이 많고 적음이 아니고,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우리 조상들은 지켜왔다. 요즈음은 차례를 휴가 가서도 지내고 있다 한다. 또한 제사 지내는 시간도 자시(子時. 밤11시-1시)에서 앞당겨 8시-9시에 지낸다 한다. 장소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정성이 들어갔느냐 이다.


 저자가 머리글 서두에 ‘나는 가끔 지나가는 말로 집사람에게 유언 아닌 유언을 한다. (.....)매장이고 납골이고 다 부질없는 일이니 화장을 해, 당신 마음대로 뿌리고 싶은 곳에 뿌려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난 추석 시 성묘를 다녀오면서 한말이 생각난다. “아직 화장은 마음이 내키지.....”


  

'책 이야기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끌림-이병률  (0) 2010.09.09
하악 하악 - 이외수  (0) 2010.08.10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최인호  (0) 2010.07.15
단순한기쁨-피에르 신부  (0) 2010.07.14
신심서적 33권을 읽고 나서.....  (0) 201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