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테마 산행

서울남산 야등-중구,장충공원,남측순환로,팔각정,N서울타워

leepuco 2012. 8. 3. 15:20

  43년 전(1969년의 여름으로 추정)시골 솔뫼마을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선남선녀들이 처음으로 장충공원에서 만났었다. 졸업 후 6~7년이 흐른 뒤, 청운의 푸른 꿈을 가지고 상경한 동창들만 수소문 끝에 모였다. 공원을 둘러보고, 반공연맹(자유센터)까지 걸어 올랐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때의 추억을 회상해 보자고 당시 모임의 장소였던 장충공원에서 만나, 남산(南山, 265m) 오르기로 한다.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17:30)에서 보니, 당시의 친구는 3명만 왔다. 참석 안 했던 동창 3명과 더불어 남산에 간다. 오늘의 코스는 장충공원남측 순환로팔각정(N서울타워)봉수대케이블카 동선 계단으로 하산한다. 흙먼지가 일던 장충공원 광장은 숲의 공원으로 바뀌었고, 인공 벽천폭포(17:37)의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장충체육관을 배경으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앨범에서 오랜만에 찾았다.

 

 

 

 

  흑백사진(43년 전 모습)으로 윤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저렇게 젊은 시절도 있었던가! 돌이켜 자꾸 보게 된다. 모두가 하나같이 날씬하고 잘생긴 얼굴들이다. 공원 내의 이준열사 동상(17:38)을 지나, 산책로 데크 계단(17:40)을 오른다. 여친 한명이 무릎이 좋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오를 때는 괜찮고 내려갈 때가 어렵다고 하니 우선 다행이다. 남측 순환 로에 진입하니, 이정표(17:50)가 길을 안내한다.

 

 

 

 

  남산의 상징인 N 서울타워(17:53)가 숲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밀며 우리 일행들을 반긴다. 큰 도시마다 제각기 시민들이 자주 찾는 남산을 두고 있지만, 일상에 쫓기다 보면 쉽게 오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측 순환로에 조성된 실개천(17:55)의 흐르는 물소리가 자연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자유센터(17:57) 건물이 옛날에 장충공원에서 걸어갔던 반공연맹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계단 위 사진의 위치가 어딘지 궁금하다. 이 산은 본래 인경산(仁慶山)이었으나, 조선의 태조가 풍수지리에 의해 도읍지를 개성에서 서울로 옮기면서 남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남측 순환로에서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18:01)에서 잠시 쉰다. 2단계 오르막 구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쉽다. 넓은 숲속 오솔길(18:19)과 조형미를 살린 데크 계단(18:21)을 가볍게 오른다.

 

 

 

 

  물론 숲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영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서울 성곽 이정표(18:23) 따라 가고 싶지만, 혼자 아니기에 가보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마지막 3단계 가벼운 오르막을 남겨두고 있지만, 높이 올라 왔다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오각정이 있는 쉼터(18:30)에서 쉬어간다. 많은 차량들이 다니는 차도와 연결되는 한가한 간선도로(18:42)를 지난다.

 

 

 

 

  각종 차량이 정차할 수 있는 주차장과 가벼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가 있는 공간(18:46)이다. 가벼운 마지막 3단계 오르막 구간(18:47)옛 성곽(18:48)아래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서 천천히 오른다. 19403월 남산공원(南山公園)으로 지정되었고, 1991년부터 8년간 남산 제 모습 가꾸기 사업으로 대대적인 복원 정비 사업을 해 지금과 같은 훌륭한 시민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남산의 정상임을 알리는 팔각정(18:57)에 도착하니,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폭염더위를 잊게 해준다. 야경에 앞서 일몰 직전의 조망을 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가까이 왼편으로 있는 인왕산, 오른편 북악산, 그 뒤 북한산이 감싸고 있는 도심 고층 건물을 조망(18:59)한다. 우뚝 솟은 N타워(19:02)는 자체 높이(236.7m)를 더하면 해발 480m에 달해 서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고 한다. 옛날 장충공원에서의 사진과 달라진 친구들의 모습을 비교하기 위해 인증 샷(19:03)을 한 장 찍는다. 도심의 반대편 강남의 모습을 보려고 전망대로 가니, 젊은이들의 새로운 풍속도인 연인들의 자물통(19:05)들이 난간을 덮어버렸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따라 형성된 시가지(19:06)4대문 안 도심과는 비교가 된다.

 

 

 

 

  하산할 지점인 봉수대(19:10)를 확인하고는 쉼터 데크에 자리를 편다. 준비한 시원한 캔 맥주로 새로운 시도의 야등을 위한 축배를 든다. 어둠이 내리면서 한강의 강바람이 남산의 소나무를 타고 올라와 폭염에 찌든 가슴을 어루만진다. 타워 옆으로 떠 있는 달(19:56), 팔각정(19:57) 아래의 젊은 연인들이 모두 정겹기만 하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에 유학 온 형님들 손에 이끌려 왔던 남산 밤 풍경이 아련하다.

 

 

 

 

  주간에는 많이 올라왔던 남산이지만, 반세기 만에 야경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 때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50년이 되었다니 속절없는 세월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덧없는 시간들만 흘렀나 보다. 좋은 조망을 보라고 낮에 한 차례 소나기까지 내려주어 야등을 축하해준다. 서울 도심의 야경(20:05), N 서울타워가 제공하는 사랑의 시문(20:9), 한강변 야경(20:12)등이 마음을 빼앗는다.

 

 

 

 

  아직은 낮이 길어, 야경에 취해 있다 보면 내려가 저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을버스를 타고 하산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아름다운 조명이 비치는 N서울타워(20:16)를 뒤로 하고 마을버스 정류장(20:28)으로 내려간다. 조선 도읍 초기에는 이곳 남산(남대문)에서 시작하여 인왕산(서대문), 북악산(숙정문), 낙산(동대문)의 능선을 잇는 성곽(20:29)을 쌓았다. 이를 4대문 성안이라 일컫는다.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야등을 종료(20:30, 3시간. 3.5km)하고, 여러 노선 중에 먼저 떠나는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가는 버스에 오른다. 화려했던 대한극장(20:51) 모습은 시네마 시대가 지난 간듯, 옛날 같지가 않다. 케이블카를 타고 형님들 손에 이끌려 와 처음 보았던 남산의 야경을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걸어서 올라와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계속 걸어 오를 수 있도록 건강유지에 노력해야겠다.

 

  극장 건너편의 쌈 사랑(20:53)에서 죽통 밥이 있는 쌈 정식(21:09)으로 뒤풀이를 하고 헤어진다. 43년 전에 만났던 순수했던 우정과 5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남산의 야경을 통해 내 마음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 온 듯하다. 아무런 욕심과 기대와 바람이 없었던 마음으로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 무더운 여름 밤 야등에 함께 해준 친구들 수고 많았습니다.

 

 

 

 

                                                                 

                          ‘12. 7. 30(). 서울 남산 야등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