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서울 시내지역 산행

삼각산-불광동,542봉,시루봉,영봉 산행('09.06.21)

leepuco 2009. 6. 23. 12:35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후의 맑은 아침, 산으로 향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올해 들어 처음 가는 삼각산의 풍경이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한편으로 어떠한 바위길이 간담을 서늘하게 할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 산방에 공지가 되고부터 멋진 코스라고 대장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기에 기대도 많이 해본다.

 

 

 

  삼각산을 가기위한 출발지에서 남산우 7명과 여산우 6명하여 총13명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다. 34번 의정부행 버스는 배차간격이10-15분 간격이 되는데도 늘 만원을 이룬다. 앞차를 보내고 10여분 이상만 기다리면 편하게 앉아 갈수가 있다. 가면서 정류장마다 많은 등산객이 타기에 여유를 가짐이 좋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버스에 올라 출발(9:50)→구파발역(10:00)→북한산성 입구(10:10)→효자정류소(10:15)에서 내린다. 이미 이곳도 많은 등산객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같이 오를 일행들을 만나거나 준비들을 하느라 바쁘다. 의정부 방향으로 좀 걷다보니, 굿을 한다는 국사당 입간판을 보고 우측으로 진입한다.

 

 

 

  이 부근에서 진입하는 곳은 3코스가 있다고 한다. 가고 있는  능선코스와 밑에서 진입하는 계곡코스와 더 올라가서 진입하는 사기막 코스(위에서는 합류)가 있다고 한다. 밤나무골답게 지나는 길 위의 밤꽃들이 어제 내린 비로 더 활짝 피어 향기를 내뿜는다. 처음 보는 분도 있어, 주차장에서 인사와 체조를 하면서 산행준비를 마친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주 들어오던 굿판 가락이 조용한 골짜기에 울려 퍼지며 등산객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장승(국사당)과 초소(종전 매표소)가 지금부터 등산로(10:30)가 시작됨을 알려준다. 조금 오르니 이정표가 나오는 삼거리이다. 양측이 모두 백운대를 가리키고 있어 말로만 듣던 숨은 벽으로 오르는 길인 것 같다.

 

 

   

  왼쪽 길을 택하여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니, 길옆으로 철조망이 한동안 답답하게 한다. 사유지로 알았으나 망 너머로도 등산객이 오르고 있다. 입장요금을 징수할 당시의 구축물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빨리 철거하면 좋으련만, 이래저래 비난거리이다. 능선이면서도 울창한 수림과 부드러운 흙길은 마음마저 푸근하게 한다.

 

 

 

  평지는 시원하더니 오르면서 바람이 한 점 없다. 뜨거운 햇볕에 지열은 올라오고, 옷은 젖어들기 시작한다. 1차로 5분간 휴식(10:50)하며 숨을 고른다. 옆에는 출입이 통제(군부대 훈련장)되었다는 상장능선이 함께하며 시선을 빼앗는다. 능선 쉼터(11:05)를 지나 2차 휴식(11:10)를 하며 리딩대장의 맥주셔벗 한잔이 갈증을 날려버린다. 

 

 


  우리가 올라야 할 542봉(왼편: 많은 등산객이 올라있음)과 수없이 들어오던 숨은 벽(오른쪽 중간)의 위용을 잠깐 보여주며 오라고 손짓한다. 삼거리에서 숨은 벽으로 가는 이정표만 바라보며 542봉으로 간다. 중간에 있는 아쉬운 심한 내리막 길, 산허리를 돌아 오르는 모양이다. 응달이 진 곳으로 작년의 단풍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내려온 만큼 더 가파른 오르막을 위하여 3차 휴식(11:35)을 한다. 한분의 산우만이 준비한 보약 2병은 아껴온 진가를 발휘한다.  냉동 파인애플과  전 등 행동식이 에너지를 보충한다. 깔딱을 올라 전망바위(11:55)에서 잠시 쉬면서 보는 풍경, 그중에서도 상장능선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오봉과 자운봉)이  제일 멋지다. 

 

 

 

 

   건너편 멀리로 식사 후 올라야 할 2차 정상 시루봉(왼편: 시루떡 같이 바위가 포개져 있음)과 영봉(오른편)도 보인다. 10분간 마음과 사진 속에 담고는 힘든 코스를 오른다. 급한 경사로프까지 타면서 숨은 벽을 코앞에서 보기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힘든 만큼 항상 산은 풍경으로 보답한다. 드디어 오늘의 1차 정상 542봉에 도착(12:20)한다.

 

 

 

  눈앞의 숨은 벽,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로 나있는 바위로 된 가교(架橋)다.  바위와 푸른 숲이 연출하는 장대한 모습이 가슴 벅차다. 작년가을 노적봉에서 바라보던 삼각산의 모습에 이어 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반대편 방향에서 보는 또 하나의 삼각산의 비경이다. 이정표 삼거리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보며 설명을 듣고 도전의 충동도.....

 

 

 

   리딩 대장 “후회 없이 사진을 많이 찍으라”한다. 사진과  마음에 마냥 담아 다음코스로 이동한다. 급경사를 내려오는데 이 높은 산속에 물소리가 들린다. 옛날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던 곳이 여기구나! 할 정도의 작은 폭포와 연못이 있다. 일행 모두는 나무꾼 행세를 하며,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신선이 되어 점심(12:50)을 한다.

 

 

 

  땀 흘린 뒤의 산에서의 식사는 모두가 맛있지만, 여산우가 준비한 열무김치 즉석 비빔밥은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분위기와 걸맞다. 식사를 하면서 리딩대장의 산방을 위한 노력으로 이렇게 쉽게 보게 됨을 감사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을 이룬다. 식사를 마치고(13:50) 시루봉으로 향하는 계곡의 풍부한 물, 바위와 숲이 환상적이다.

 

 

 

  산에서만 가질 수 있는 계곡의 풍경에 단체사진도 찍으며 쉬어간다. 한참을 다시 내려온 후에 철조망(14:20)을 지난다. 자연휴식년제에 의해 통제되었다가 개방이 되어서 인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코스 같다. 잡목이 어우러져 가는 길을 더디게 한다. 몸은 지쳐가지만 경사 급한 곳에 피어있는 나리꽃둥굴레 잎사귀를 보며 힘을 낸다.

 

 

 


  바람은 계속 없고 후덥지근한 날씨로 자주 쉬어간다. 몇 명의 여 산우가 발걸음이 무겁다. 드디어 제일 무서워하는 시루봉의 바위가 앞을 막고(15:10)있다. 하단에 보이는 바위에 로프를 매고  오른 후, 넓은 바위 경사를 앞만 보고 탄력 받아 오른다. 여러대장의 도움으로 겨우 오르니, 도봉산과 상장능선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반겨준다.

 

 

 


  옆에서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자신이 극복해야 한다. 누가 대신 할 수 없는 길이기에, 오늘도 살아가야하는 방법을 산에서 배우나 보다. 시루바위 옆에서 사진을 찍고는 정상(15:25)에 오른다. 정상은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그냥 등산로를 따라가니 바로 옆이 영봉(15:40)이다. 이정표를 보니 알고 있는 하루재가 200m....

 

  

 

 

  인수봉을 오르다 세상을 떠난 산악인들을 위하여 영봉(靈峯)이다. 인수봉이 제일 잘 보이는 이곳에 추모하는 비석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 모두 가까운 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거쳐 온 오른쪽 542봉을 뒤돌아보니, 왼쪽의 송신탑과 함께 까마득히 보인다. 어떻게 저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을까! 자긍심을 가지게 한다.

 


 

 

 

    젊은 시절 삼각산은 이 길만 있는 줄 알고 열심히 다녔던 하루재(15:55)가 정겹다. 도선사 앞 주차장이자 등산로 입구에 도착(16:15)한다. 총 산행시간 6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많이 지체되었다. 더 이상 아스팔트길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 도선사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형버스에 각자 성의껏 보시를 하고 신세를 진다.

 

 

  시내버스 종점부근에 있는 원석이네 식당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한다. 너무나 많은 땀을 흘렸기에 각자 취향에 맞는 주류도 다양하다. 막걸리, 맥주, 소주를 마음껏 들며 멋진 오늘의 산행을 자축 한다. 멋진 풍경에 감동을 함께 나눈 산우님들, 같이 할 수 있어 즐거웠고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후기 글을 쓰며, 산행한 코스를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해 본다.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아, 숨어있는 멋진 코스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 자세한 지도를 퍼 다가 확대하여 다녀온 코스를 그려 보고, 시루봉 예상지점에 빨간 점하나도 찍어 본다. 맞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후일에 참고가 될지 몰라 올려봅니다.

 

 


                                           ‘09. 6. 21. 삼각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