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문명이 싹튼 곳이자 민주주의와 올림픽의 발상지이다. 일찍이 에게해 문명을 꽃피웠던 나라로 수많은 고대 유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로마, 아라비아, 터키 등의 지배하에 소멸되어 현재는 기둥만이 옛날 영광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파란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지중해의 에게해 물빛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아름답게 빛난다. 현재는 유럽대륙의 끝에서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채 말없는 조용한 나라를 가본다.
- 입 출 국 -
이집트에서 하루 일정을 보내고 이른 아침 그리스로 떠나는 고달픈 여정이다. 8시에 호텔에서 출발, 카이로 공항에서 10시30분 이륙하여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 오후 1시30분경에 도착(1시간 써머타임: 2시간 비행거리)한다. 아테네 시내까지는 27km이다.
올 때도 새벽에 일어나더니, 떠나는 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너무 무리한 일정이다. 아테네 공항에서 8시5분 출발 터키 이스탄불로 향했다.
- 지리 와 기후 -
이 나라는 우리나라 교민들은 많지 않고, 비행기의 직항노선도 없어 제3국을 통하여 입국하여야 한다. 국토 크기는 132,000㎢(한반도의 0.6배)이고 섬은 2,000여개나 되며, 전체 인구는 1,100만 명중 수도 아테나에 350만 명이 집중되어 거주하고 있다. 전 인구의 95%가 그리스인이며 종교도 인구의 95%가 그리스 정교(기독교)를 믿는다.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하고, 여름은 건기로 무덥고 건조하며 겨울이 우기(11월말-3월까지)이나 폭우는 없다. 우기 중에는 교통운행 횟수가 적고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호텔과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
여행의 최적기는 비용과 날씨를 감안할 때 아주 덥지도 않으며 붐비지도 않고 야생화가 만발하는 4월-5월이다. 건조성 기후에 강한 올리브, 포도가 많이 생산되고, 이를 가공한 올리브유, 포도주, 건포도 등이 중요한 수출품이다.
- 아 테 네 ( Athina ) -
이 나라의 수도이자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한눈에 보여주는 도시이다. 아크로폴리스, 아고라(고대 아테네의 시장터), 각종 신전 터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고대문명과 신화에 대하여 기대를 하고 오지만, 첫인상은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는 다당제에 의한 민주정치를 표방하고 있으나 혼란스럽다. 경제적으로는 서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낙후된 편이다. 무역수지는 해마다 적자를 보이고 있으나, 그 적자를 해운 및 관광수입 등으로 메운다.
- 숙 박 과 음 식 -
아테네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에 다양한 숙소가 있어 숙소 사정은 나쁘지 않다. 다만 여름철 일부 섬에서는 숙소를 구하기 힘든 곳도 있다. 정해진 숙소는 메트로폴리탄 호텔로 9시경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음식 문화가 발달된 나라는 아니나 여행하는 동안 음식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올리브기름을 많이 사용해 처음 맛보는 사람은 조금 역한 느낌이 들지만, 사전에 기름을 적게 넣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이튿날 중식은 현지 식 수블라키(Suvlaki)로, 우리나라 꼬치구이에 해당되어 고기와 야채를 끼워 불에 굽는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
값이 저렴하고 맛있어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편리하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하고, 생선,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이 사용 된다. 생각보다는 맛이 없었다. 호텔의 조식과 수불라키 현지식을 제외하고는 귀빈식당 등에서 한식으로 불편함이 없었다.
- 피레우스 ( Piraeus ) 항 -
공항에서 가이드와 미팅 후 바로 이곳 항구로 온다. 설명을 듣다보니, 지금 가는 에이나 섬보다는 아주 멀리 있는 산토리니 섬이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섬이다. 이곳 피레우스 항에서 산토리니 섬까지는 매일 3-5편정도의 배가 운행되며, 7-10시간 소요된다.
어느 제약회사의 TV광고에서 나오는 파란바다에 하얀 집의 풍경도 이 섬이라 하니, 일정상 가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언제 시간과 여유가 되면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 에 이 나 ( Aegina ) 섬 -
오후 2시30분에 대형 페리 호를 타고 섬으로 향하였다. 최소한 하루 10편 정도의 페리가 운행된다. 아직 관광의 성수기가 안 되어 그러한지 배에는 승용차나 버스까지 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많지 않았고, 일반 여행객도 배의 규모에 비하여 작았다. 갑판위로 올라가니 지중해의 에게 해 물빛은 맑고 아름다웠다.
약 1시간 30분정도 정도 소요되는 이 섬은 꿩 대신 닭이라 했나! 선착장에는 수많은 하얀 크고 작은 요트들이 바닷가를 가득 메웠다. 모든 건물의 벽은 흰색으로 되어 있어, 바다, 요트, 건물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앞서 이야기 하던 산토리니 섬의 일부를 미리 보는 듯하다.
이 섬에는 Pistachio Nut 농산물과 문어가 많이 나온다. 1시간정도의 자유 시간에 문어 요리를 잘한다는 음식점에 가서 문어 삶은 것에 소주 한잔씩 하고 아내와 함께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를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7-8월 여름에 그리스 섬에서 밤을 보내게 될 경우는 모기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한다.
돌아오는 선박 객실에서, 이곳 그리스인이 캐나다 친구를 초대해 구경하고 오는 우리또래의 두 사람과 섬에서 산 너트를 까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해 전 미국․캐나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오는 시간은 짧기만 하였다. 항구에 다시 돌아오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 아크로폴리스( Akrospolis ) 유적지 -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대부분은 중심지에 약간 높은 언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폴리스(Polis)라고 불렀다. 그 후 시대가 지나면서 도시국가를 폴리스라 부르게 되었다. 본래 폴리스였던 작은 언덕은 akros(높은)라는 형용사를 붙여 아크로폴리스로 부르게 되었다.
아크로폴리스는 수비하기 알맞은 곳이 선정되고 거기에 성벽을 쌓고, 그곳에 폴리스의 수호신 등을 모시는 여러 신전이 세워져 도시국가의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전시대에 이곳에 파르테논 신전과 에레크테이온 신전, 니케 신전과 같은 3개의 중요한 신전이 세워졌다.
- 파르테논( Parthenon ) 신전 -
그리스 여행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떠올랐는데, 그 신전이 멀리서부터 보이면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세계사 공부시간에 늘 사진으로만 보던 신전이 아닌가!
버스에서 내려 신전을 눈앞에 두고,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한참 오르니 5,000석 규모의 헤로데스 아티구스 음악당이 나온다. 반원형 돌계단으로 이뤄진 야외공연장은 요즘도 여름에는 공연이 활발하게 열린다. 우리나라 조수미 가수도 최근 공연을 했었다.
일부 보수중인 신전의 계단을 오르는데, 많은 해외여행객으로 혼잡을 이뤄 우리 일행이 함께 다닐 수도 없어서 나중에 고생도 많이 했다. 숨을 몰아쉬며 올랐더니, 넓은 광장정면에 8개의 원추로 이루어진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이 직사각형 건축물은 오스만 투르크의 식민지 시대에 화약고로 활용되다가 전쟁 시 폭탄이 터져 건물은 파괴 되었고, 현재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도리아식 기둥만이 그 육중함으로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신전의 기둥은 전형적인 배흘림기둥으로 기둥중간이 약간 볼록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건축기법이고, 이 기법이 도입된 걸 작품의 신전이라 한다. 옆 건물은 박물관으로 이 주위에서 출토된 유적들을 발굴하여 전시해 두고 있었고, 그곳을 관람하였다.
신전의 동편에는 파란 줄과 하얀 줄이 그어진 그리스 국기가 펄럭이는 전망대가 있다. 파랑과 하양은 ‘에게 해’의 파도를 의미하고 십자가는 그리스 정교를 상징한다. 제2차 세계대전 끝나기 전 그리스 두 청년이 게양대를 타고 올라가 국기를 걸고는 독일군에 의하여 체포 되지만, 곧 종전이 되어 영웅이 된다. 그 이후 국기는 영원히 그곳에서 펄럭이게 되었다.
- 에렉테이온( Erechtheion ) 신전 -
전망대에서 시내를 두루 내려다보고는 에렉테이온 신전을 구경하였다. 이 신전은 에레크테우스 등 3위의 신을 모시기 위하여 지어졌다. 동쪽 끝에는 6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되어있는 현관 복도가 있고, 옆에는 6개의 여신상(소녀상) 기둥으로 된 작은 복도가 있다.
- 소크라테스의 감옥 -
아크로폴리스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서, 도보로 다른 동산 밑으로 가니 소크라테스의 감옥이 있다. 작은 동굴인데 철창문이 달려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소크라테스가 갇혔던 감방이라는데, 정말로 그가 거기에서 투옥됐는지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 코린트( Korinthos ) 운하 -
오후 일정은 코린트 유적지 관광으로 버스를 이용하여 1시간30분 정도 장거리(아테네에서 81Km) 이동이 있었다. 오고가는 길이 해안도로로 돌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들이 굴곡인 해안선을 따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지다.
가는 도중에 코린트 운하 옆 휴게소에 버스를 정차하고, 운하 위를 지나는 다리 중간지점까지 걸어가서 밑을 보니 아찔할 정도였다. 이곳은 여름에는 번지점프장이 되기도 한다. 이운하는 세계3대 운하 중 하나로 수에즈 운하를 설계한 사람이 이곳도 설계하였다 한다.
이오니아 해와 에게 해를 연결하는 운하로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쪽으로 가는 뱃길 약320Km를 단축한다. 운하 길이는 6.4Km이고, 70m의 높이의 암벽을 폭 25m로 잘라서 만들었고, 수심은 약 8m 정도다. 까마득한 밑에서 기다란 화물선이 작은 견인 선에 의하여 끌려가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 코린트( Korinthos ) 유적지 -
운하에서도 멀리 떨어진 코린트에 도착해 보니, 유적지는 거의 폐허로 된 들판에 옛날에 세워진 아폴론 신전과 박물관, 고대 극장 터 가 남아있었다. 유적지 위에는 커다란 돌산이 있었는데, 옛날 신화에서는 산에서 돌이 굴러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먼저 박물관에 들리니 이곳에서 발굴된, 신석기에서 로마시대까지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여기는 질 좋은 고령토가 풍부해 옛날부터 도자기로 유명해서 최근에 이르기 까지 수출도 많이 한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7개의 기둥만이 보이는데, 아폴론 신전이었던 곳으로 그리스 본토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신전 중에 하나였다. 신전 터에서 넓은 광장(아고라)으로 가는 길에는 상점 터가 보이고, 유적지 한 가운데에 고대는 물 저장고로 사용되었다는 피레네 샘이 있는데 현재에도 물이 졸졸 흐른다. 이곳이 폐허로 변한 것은 로마와 그리스 전쟁 때문이다.
옛날에 그리스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이 지역 괴짜 철학자 이오게네스 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다. 술통 속에서 거지처럼 살아가고 있던 그가 “당신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 주시오”라 대답하니,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대왕도 그의 목을 치지는 않았다. 이는 코린트의 유명한 일화이다.
- 올림픽 양궁장 -
코린트에서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서 2년 전 아테네 올림픽의 양궁장 이었던 데켈리아 양궁장을 방문했다.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경기장을 2004년 올림픽 때 양궁장으로 변경하였는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 양궁실력을 저지하기 위하여 돌풍이 자주 일어나는 이곳으로 정했다고 해서 말이 많았던 곳이다.
- 기타 시내 관광 -
국회의사당에서 무명용사의 비와 전통복장에 전통신발을 한 근위병 교대식 등을 보고, 대통령궁, 아카디아(학원)거리 등 시내구경은 버스 창을 통해 보면서 그리스의 짧은 일정을 모두 끝냈다. 거리의 가로수인 오렌지 나무에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리어 있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 기 념 품 상 점 -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지닌 수공예품, 민예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옛 모습 그대로의 촛대, 집시, 향토인형, 구두나 가방 등 가죽제품도 싸다. 아테네 시내 한곳의 기념품 가게와 코린트 운하 옆의 기념품 가게 두 곳을 들리어 제각기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 아테네 공항을 떠나며 -
2박 3일(4월14일-4월16일)의 짧은 그리스 여행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이 나라는 빛나는 역사와 유적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외부의 잦은 침입으로 모두 골격인 기둥만 남아 있는 것이 관광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해양국가의 장점을 살려, 2,000여개나 되는 섬을 잘 개발하여 관광자원화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06년 4월 여행을 정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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