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서울 외곽지역 산행

추읍산-양평,원덕역,정상,내리,양평역 산행('10.04.24)

leepuco 2010. 4. 30. 00:24

  이달 초에 산악회에서 산행한 주읍산(主邑山 : 583m)을 개인사정으로 참여치 못했다. 내일은 집안 행사가 있어, 하루 앞당겨 여유 있게 홀로 집을 나선다. 용문산에 읍(揖)하고 있는 형상이라고 추읍산(趨揖山)이라 하다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추읍리가 주읍리로 바뀌면서 산 이름도 주읍산이 되었다. 양평군내 일곱 개의 읍이 내려다보인다 해서 칠읍산(七邑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잠실역(10:10)→덕소역(10:30)→덕소역 출발(10:34)→8개역을 지나→원덕역에 도착(11:20) 한다. 중앙선 전철은 최근 용문역까지 연장 개통되어, 전철 안은 등산객들로 혼잡하다. 팔당역(예봉산), 운길산역(운길산), 국수역(청계산)에서 많이 내리고, 원덕역 하차는 적다. 다음 용문역(용문산)에서 내리려는 승객들이 더 많다. 자원봉사자가 나와 산행안내도를 보고 설명을 한다.

 

 

 


  전철이 연장되면서 주읍산 산행 홍보를 하는 듯하다. 10여명이 같은 전철에서 내려 설명을 듣고는 각기 흩어진다. 역에서 오르는 코스는 크게 세 곳이다. 봉사자에게 추천을 의뢰하니 1코스로 올라 3코스 하산을 권장한다. 하산 시 새로 만들어진 희망 볼랫 길을 걸어 보라는 뜻도 있다. 공사 중인 고가도로 옆 길 에서 우측의 비닐하우스가 많은 마을길(11:34)로 진입한다.

 

 

 


  올라야 할 주읍산을 보고 걷다가, 좌회전하면 쭉 뻗은 농로(11:37)를 만난다. 양쪽의 논에는 비닐하우스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논둑에는 작은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있고, 수로에는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 생동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이 떠오른다. 농로 따라 벚꽃들이 활짝 핀 신내천(흑천)까지 간다. 중앙선 고가 철로를 보면서 개천 길(11:51) 을 걷는다.

 

 

 


  멀리 보이는 다리(11:56)를 건너, 등산로 입구까지는 다시 돌아와야 하기에, 수심이 깊지 않은 개천을 가로 지르고도 싶지만 정상적인 길을 택한다. 다리를 건너니 삼성리 작은 마을이 교회와 함께 눈에 들어온다. 400년이 된 느티나무 보호수(12:02)가 외지에서 온 손님을 맞이한다. 두 개의 오래 된 펜션을 지나 고가 철길 밑(12:07)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간다.

 

 

 


  교각 오른쪽의 등산로 입구 안내도(12:07)가 2코스 들머리임을 알릴뿐, 오고가는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원덕역에서 이곳까지 37분이나 소요되는 먼 길이기에 찾지 않는 듯하다. 한적한 등산로는 깊은 산골마을의 뒷동산을 오르는 듯 정겹다. 새소리와 진달래꽃(12:16)이 혼자 찾은 나그네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곧게 뻗은 전나무 숲길(12:18)을 지나니 상쾌하다.

 

 

 


  침엽수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내딛는 발걸음의 감촉이 부드럽다. 어두운 숲속에서 밝은 햇살이 비추는 지 능선에 도착(12:22)하니, 등산로가 확연하게 안내를 한다. 잠시 후, 주능선(12:32)으로 보이는 곳에서 5분간 쉬어간다. 전철역을 출발해 처음으로 목도 축이며, 따사로운 봄볕에 붉어진 얼굴도 식힌다. 목요일 비슬산 군락지에서 보지 못한 진달래꽃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남부지방이 먼저 꽃이 피어야 하는데, 올해의 봄 날씨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가는 길에는 만개하였던 진달래꽃이 떨어져 즈려밟고 가라 한다.  정상으로 보이는 산봉우리(12:44)가 오른쪽에서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산등성이를 넘어서니, 다른 계곡(12:46) 옆으로 오르게 된다. 위로 보이는 골짜기에는 바위 돌을 쏟아 부은 것 같은 돌 더미(12:49)가 있다.

 

 

 


  산에 오를 때 잘 보이던 조망도 이제는 신록이 우거져 조망이 원활하지 않다. 이정표도 없고, 길잡이 리본도 많지 않고, 오고가는 사람도 드문,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가뭄으로 메마른 약수터(질마재, 12:49) 옆에 정상과 용문(중성)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12:49)를 처음 보니 반갑다. 골짜기를 건너 정상으로 오르는 산등성이(12:53)에 도착한다.

 

 

 

      

  산등성이에 올라 들머리 방향을 내려다보니, 진달래꽃 아래(12:56)로 마을이 보이고 건너편 산 아래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듯 곧게 뻗어 있다. 육산으로 알았는데, 짧은 구간의 너덜 길(12:58)을 처음으로 밟게 된다. 험하면서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정상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의 과정인데 그러치가 않다. 완만한 숲속 능선 길(13:12)이 계속 정상까지 이어진다.

 

 

 

    

  많지도 않은 이정표의 거리 표시가 특별해 혼돈을 가져온다. 표시된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데, 이곳은 가까이 있는 분기점까지의 거리인 듯하다. 정상 전의 이정표(13:22, 1코스와 3코스 하산을 같이 하는 듯)를 무심코 지난 것이 결과적으로 하산 길이 힘들었던 것 같다. 헬기장(13:24)을 지나서 정상(13:26)에 오르니, 안내판이 표시석을 대신한다.

 

 

 


  안내판 아래로는 용문으로 가는 능선과 용문읍의 모습이 보인다. 넓게 자리한 정상에는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증명사진을 찍는다. 주위에는 따사로운 봄볕 아래 점심식사를 즐기는 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커다란 데크 평상도 마련되어 있다. 만개한 진달래꽃 아래로는 저수지와 마을이, 다른 한편으로는 산수유마을인 내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에 있어야 할 이정표가 없다. 올라온 방향의 반대편은 벌목의 흔적(13:36)뒤에 능선 길이 열려 있다. 원덕역에서의 설명만 머릿속에 그리며, 그 방향이 3코스로 생각하고 하산을 한다. 내리와 주읍리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13:40)에서, 내리 방향으로 가다가 작은 폭포 부근에서 철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된다는 기억을 한다. 급경사와 나무사이 로프(13:42)는 계속이어 진다.

 

 

 


  올라오는 길(2코스)에서 10여명을 만나고, 정상은 많은 인파, 예상한 3코스는 전혀 만날 수 없다. 처음 오는 산에 홀로 왔고, 등산로는 확실한 표시가 없어 불안함을 느낀다. 넓은 평지에 진달래꽃(13:57)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군락지의 꿈을 꾸는 듯하다. 부드러운 흙길에서 벗어나, 활짝 핀 진달래꽃 아래 식사(14:00~14:35)를 한다. 움집 쉼터(14:37)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진달래꽃은 들머리에서부터 시작하더니, 날머리가 가까워 오는데도 계속 따라와 즐겁게 해 준다. 오솔길(14:39)을 지나니, 수류탄 투척 훈련장으로 보이는 군 시설(14:43)이 시선을 끈다. 훈련장 위로는, 정상부터 급경사의 하산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이정표와 함께 임도(14:46)가 나오는데,  있다고 한 작은 폭포와 철문은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알바를.....

 

 

 


  축제가 끝난 산수유나무와 함께 원덕역에서 보았던 희망 볼랫 길(14:49) 표시가 있다. 원덕역이 볼랫 길의 종점이니, 희망도 가져본다. 도로와 냇가 따라 서있는 많은 산수유나무(14:52)들이 축제 때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지나는 주민에게 물으니, 잘 못 하산하였다고 한다. 내리 산수유마을 표시석(15:20)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추정 7km의 산행에 3시간50분 소요되었다.

 

 


  원덕역까지는 교통편이 없고, 이정표처럼 7.8km를 가야 양평역이라 한다. 마을에는 하루 3회만 버스가 운행되어,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20분 이상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지나가는 봉고차를 히치하이킹 하니, 손자를 태우러 정류장으로 가는 85세의 할아버지이다. 감사합니다. 개군면 내리마을이 소 축산단지이더니, 정류장 건너편은 개군 암소 한우식당(15:26)과 군부대가  있다.

 


  시내버스로 양평역(15:53)까지 와서 귀가 길을 재촉한다. 원덕역에서 처음 듣는 희망 볼랫 길을 가보자고 택한 3코스가 이상하게 알바를 한 것이다. 지금도 어떤 코스로 잘 못 내려왔는지 복습도 안 된다. 아름다운 길로 가꾸어 누구나 가서 보고 싶어 하는 길을 의미한다고 하는 볼랫 길은 정녕 걸어보지도 못하고.....




                           ‘10.  4. 24. 주읍산 산행을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