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산행을 해야 한 주일의 컨디션이 좋은데, 오랜만에 갖는 형제들의 여행이 우선이다. 전국에 걸쳐 살고 있는 7남매 부부가 함께 하는 즐거운 나들이 날이다. 애석하게도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난 큰형님 부부와 해외에 거주하는 동생부부가 제외되었다. 또한 일정동안 바쁜 아내와 제수가 빠져 12명이 동행을 한다. 근래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12인승 승합차로 남쪽으로 향한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최종목적지 울산 전에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한 양동(良洞)민속마을에 들린다. 우리의 전통주거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민속촌은 젊었을 때 아이들과 갔던 안동 하회마을과 얼마 전 손자와 함께한 아산의 외암마을 뿐이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양동마을 이름 자체도 생소하다. 방문객이 없어 주차장 안까지 들어가니, 양동리 사무소(노인회관)와 안내판만이 있다.
사무소까지 깊이 들어오다 보니, 팜플렛을 주는 부스를 통과해 안내도도 없으니 대충 보기로 한다. 대구를 벗어나면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보려는 행동반경을 좁힌다. 마을 왼편 방향부터 사진을 찍어, 사후에 받은 안내도와 비교해서 건물 명칭을 추정해 보는데 확실치가 않다. 멀리 좌측부터 본 사진은 관가정(觀稼亭)으로 보이고, 가운데가 향단(香壇)이며, 아래는 사무실 맞은편 마을 풍경이다.
이 마을은 설창산을 주봉으로 하여 물(勿)자 모양으로 뻗어 내린 세 구릉과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상류층 양반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으로, 조선시대 가옥 150여 채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 가운데 종가나 큰 기와집은 대체로 높은 곳에 있고 초가집은 평지에 있다고 한다. 가는 길 왼편 연못 위 초가집들은 아래에 있다. 오른편 방향으로 높게 자리한 것은 심수정 인듯하다. 이정표는 이채롭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형태를 한 저택들은 역사적 인물들을 배출시켰고, 귀중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가 오래된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고, 담장 넘어 활짝 핀 수국만이 우중에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 준다. 비는 계속하여 내리고 안내도마저 없어, 두루 살펴보지 못하고 수 박 겉핥기식이 된다. 비슷한 기와집과 나지막한 토담은 어느 집인지 가늠조차 힘들다. 두곡 고택인 듯하다.
서백당(書百堂)으로 가는 이정표 상에 있는 집인데 확실치가 않다. 숲속 길로 올라 마을 위쪽으로 오르니, 수졸당(守拙堂)으로 보이는 전통가옥이 시선을 끈다. 집들의 기본구조는 대개 ㅁ자형이거나 튼ㅁ자형임을 볼 수 있고, 간혹 대문 앞에 행랑채를 둔 예도 있다. 혼합배치 양식으로 ㄱ자형이나 一자형도 있지만 대체로 집의 배치나 구성은 이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낸 것이라 한다.
수졸당 뒷동산은 오늘 오른 곳 중에서 제일 높은 지역이다. 쉬어가라고 벤치도 있고 넓은 잔디밭도 있으나 비가 오고 있어 앉을 수가 없다. 주차장이 있는 마을 입구와 전통가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어렸을 때 보고자라온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하다. 1992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이 곳을 방문했다고 하며, 2010년 7월31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산 한국의 역사마을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주차장 인근 회귀하여 나오니, 인근 평지에 위치한 초가집들이 더 정감 있게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날씨가 좋았다면 미리 안내도를 준비해서 이곳저곳 들려보는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서 인지 상업적인 입간판들이 어설프다. 진입로 입구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을 보면, 다음에 찾을 때는 더 훌륭한 민속마을이 되어있기를 기원하며 숙소가 있는 울산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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