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서울 외곽지역 산행

연인산-가평,백둔리,소망능선,정상,장수능선,장수봉,원점회귀

leepuco 2013. 6. 7. 14:31

  30도를 웃도는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가 산행하는 산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일요산행에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틀 쉬고, 오늘 연인산(戀人山:1,068m)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오래되지 않은 우리 솔뫼 산방에서 처음으로 해발1,000m 이상의 산에 도전하는 날이어 더 부담이 크다. 만남의 장소 상봉역에서 4(샛별님, 산토끼님, 왕자님, 푸코)이 가평으로 출발(8:58)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등산로 안내도)는 백둔리를 들머리로 하여 소망능선으로 올라 장수능선으로 내려오는 최단거리를 택했다.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는 들머리이다 보니 코스도 단조로워진다. 가평역에 도착(9:50)해서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택시(2,300)를 이용한다. 연인산은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틋한 사랑이 얽혀있고, 근래의 화전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채 가시덤불로 덮여 있던 명지산의 일부

 

 

 

 

  19993월 가평군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옛날 이곳의 주인공처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공모하여 아름다운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렸다가 청평에서 오는 군내버스에 탑승(10:10)하여, 들머리인 백둔리 연인산 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착(10:45)한다. 산행준비를 간단하게 마치고, 개인소유의 공터로 변해버린 폐교 백둔초교(10:50)를 지난다.

 

 

 

 

  폐교 안 모퉁이에서 철거되지 않고 있는 빛바랜 독서하는 어린소년, 소녀상(10:51)이 애처로워 보인다. 우리의 솔뫼 산악회 모임이 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다 보니, 그 시절의 기억들이 잠시 스쳐지나 간다. 마을길을 벗어난 등산로 입구에 초우쉼터(11:02)가 자리하고 있다. 그 위에는 등산로 안내지도(11:03)가 크게 걸려 있는 탐방로 입구이다. 지도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 샷을 한 장 찍는다.

 

 

 

 

  탐방로 입구 첫 이정표(11:04)는 소망능선과 장수능선으로 나누어지는 1차 갈림길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 소망능선 입구 이정표(11:07)러브랜드 안쪽 도로(11:08)를 가리키고 있다. 3년 전 왔을 때에도 같은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도로는 내려쬐는 햇볕 때문에 무리이다. 다시 내려와 다리를 건너, 안쪽 계곡 따라 오른다.

 

 

 

 

  건너편이 숲속 길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도 않다. 정지 작업이 끝난 넓은 공터(러브랜드 부지로 추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더니, 숲속 길(11:21)이 열린다. 입구 이정표는 소망능선:1.5km(정상:3.6km), 백둔리:1.1km를 표시하고 있다. 잣나무 숲(11:25)에서 달구어진 몸과 마음을 식히면서 삼림욕까지 하며 쉬어간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싱그러운 활엽수 숲(11:45) 능선을 편안하게 오른다.

 

 

 

 

  왼쪽 아래로 건물 한 채(12:00)가 있는데, 높은 곳에 있는 용도가 궁금하다. 깔딱은 계속되면서 가다 쉬기를 반복한다. 탐방로 유실구간 및 위험지역 공사 현장이라는 현수막(12:02)이 걸려 있더니, 정비된 계단(12:24)이 나온다. 계단 공사 중(12:56)인 이에게 건물을 물어보니, 개인이 집을 지었는데 임도는 있는데 전기 유치에 돈이 많이 들어 빈집이라 한다. 계속 이어지는 깔딱(13:01)으로 몇 번 속는다.

 

 

 

 

  요즈음 진드기 영향으로 등산객이 줄어서 오늘도 연인산을 전세 낸 듯 아무도 없다. 깔딱에서 젊은이들 20여명이 무리를 지어 올라 우리를 앞서간다. 정상을 800m 앞둔 주능선 삼거리(13:10)에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완만하게 오르는 숲속 오솔길(13:18)로 다소 마음이 놓인다. 물을 충분히 가져왔는데도 날씨가 더워 거의 소진된 상태이다. 하산할 때 보충해야할 장수능선 샘터(13:19)이다.

 

 

 

 

  정상을 200m 앞둔 이정표(13:27)가 오늘 따라 반갑다. 철이 지나 몇 송이 남지 않은 철쭉꽃들(13:31)이 수고 했다고 우리들을 반겨준다. 정상에 도착하니 먼저 앞서간 팀들의 후미가 사진을 찍고 있어, 부탁하여 정상 표시석(13:36)과 함께 단체 인증 샷을 남긴다. 3년 전 여름(8)에 나 홀로 같은 코스로 올랐을 때는 2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오늘은 2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동창모임인 솔뫼 산악회에서 처음으로 1,000m 이상의 고지에 올랐으니 기쁘다. 그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하여 하이파이브 까지 힘차게 해본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에 도전하자고 한다. 그 이전에 가야할 명지산과 화악산의 산세(13:40)가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운악산과 포천 청계산(13:40)이 다녀가라고 손짓을 한다.

 

 

 

 

  새롭게 단장된 정상에 위치한 이정표(13:41)가 우정능선과 연인능선을 가리킨다. 장수봉을 향해 하산을 시작해 내려오다 보니, 무인 연인산장(13:44)이 저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젊었어도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하루 밤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을 텐데 아쉽다. 바람이 잘 부는 넓은 공간 나무 그늘에서 점심(13:45~14:45)을 한다. 상추쌈에 밥, 삼겹살, 우렁쌈장을 같이 넣어 싸 먹는 맛은...

 

 

 

 

  오늘의 코스 중 장수 능선은 가끔 큰 바위들이 나타나 우회하기도 하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유일하게 본 단체 팀 일행 일부가 올라왔던 소망능선 갈림길을 지나쳐 알바를 하고 뒤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니 안 되었다. 정상에서 장수봉(15:21)까지는 2.3km의 거리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장수봉 지나서도 암릉(15:25)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 장수능선 갈림길 이정표(15:28)에서 좌측 백둔리 방향으로 간다.

 

 

 

 

  직진하면 청풍능선이 시작, 날머리는 용추계곡인 긴 코스이다. 철쭉 군락지(15:36)가 능선에 길게 이어 지는데, 폭이 좁은 숲이 우거져 어두워 을씨년스럽다. 전에 혼자 이 길을 갈 때 무서웠다고 하니, 모두 동감을 한다. 중간에 군락지가 끊어진 밝은 숲(15:45)에서 과일을 먹으며 쉬어 간다. 전에는 이정표(16:11)가 장수고개 400m를 표시했었는데, 오늘은 백둔리 3.4km를 표시하고 있어 헷갈린다.

 

 

 

 

  옛 생각이 좌측인 것 같아 넓은 등산로 따라 급경사를 내려오니 전에 내려왔던 길이다. 잘못된 이정표(?)로 인하여 알바를 할 번했다. 고목 한그루(16:24)가 죽어서도 천년이란 주목을 닮으려고 한다. 올라갈 때의 지점으로 합류되는 계곡에서 알탕(16:47)을 하니 더위에 시달린 피로가 풀린다. 계곡 따라(17:06) 내려오니,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수량도 많고, 물이 맑아 다시 들어가고픈 심정이다.

 

 

 

 

  오늘 산행은 잘 알려진 산 이름에 걸 맞는 조망이나 볼거리가 없어 사진 찍을 기회도 없다. 어느 친구의 이야기처럼 연인끼리 와서 육산의 숲속을 거닐어야 하는데,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란 인연끼리 와서 별재미가 없다고, 다음에 꼭 연인과 함께 오겠다고 한다. 매점(17:22)에 내려와 시원한 캔 맥주 한잔 하니 비로소 갈증이 해소된다. 버스 시간(18:00)에 맞춰 일찍 연인교(17:35)를 넘어 정류장에 도착한다.

 

  가평 버스터미널 근처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하려고 돌아 다녀보아도 마땅한 곳이 없어 서울 상봉역 부근에서 하기로 하고 택시 타고 가평역으로 간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20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상봉역에서 자주 다니던 맛있는 동태 집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인근에 있는 옛골토성(20:08)에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친구들! 더운 날씨에 최고의 높은 산을 오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2013. 6. 5(). 연인산을 산행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