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가 산행하는 산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일요산행에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틀 쉬고, 오늘 연인산(戀人山:1,068m)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오래되지 않은 우리 솔뫼 산방에서 처음으로 해발1,000m 이상의 산에 도전하는 날이어 더 부담이 크다. 만남의 장소 상봉역에서 4명(샛별님, 산토끼님, 왕자님, 푸코)이 가평으로 출발(8:58)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등산로 안내도)는 백둔리를 들머리로 하여 소망능선으로 올라 장수능선으로 내려오는 최단거리를 택했다.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는 들머리이다 보니 코스도 단조로워진다. 가평역에 도착(9:50)해서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택시(2,300원)를 이용한다. 연인산은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틋한 사랑이 얽혀있고, 근래의 화전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채 가시덤불로 덮여 있던 명지산의 일부를
1999년 3월 가평군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옛날 이곳의 주인공처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공모하여 아름다운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렸다가 청평에서 오는 군내버스에 탑승(10:10)하여, 들머리인 백둔리 연인산 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착(10:45)한다. 산행준비를 간단하게 마치고, 개인소유의 공터로 변해버린 폐교 백둔초교(10:50)를 지난다.
폐교 안 모퉁이에서 철거되지 않고 있는 빛바랜 독서하는 어린소년, 소녀상(10:51)이 애처로워 보인다. 우리의 솔뫼 산악회 모임이 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다 보니, 그 시절의 기억들이 잠시 스쳐지나 간다. 마을길을 벗어난 등산로 입구에 초우쉼터(11:02)가 자리하고 있다. 그 위에는 등산로 안내지도(11:03)가 크게 걸려 있는 탐방로 입구이다. 지도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 샷을 한 장 찍는다.
탐방로 입구 첫 이정표(11:04)는 소망능선과 장수능선으로 나누어지는 1차 갈림길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 소망능선 입구 이정표(11:07)가 러브랜드 안쪽 도로(11:08)를 가리키고 있다. 3년 전 왔을 때에도 같은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도로는 내려쬐는 햇볕 때문에 무리이다. 다시 내려와 다리를 건너, 안쪽 계곡 따라 오른다.
건너편이 숲속 길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도 않다. 정지 작업이 끝난 넓은 공터(러브랜드 부지로 추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더니, 숲속 길(11:21)이 열린다. 입구 이정표는 소망능선:1.5km(정상:3.6km), 백둔리:1.1km를 표시하고 있다. 잣나무 숲(11:25)에서 달구어진 몸과 마음을 식히면서 삼림욕까지 하며 쉬어간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싱그러운 활엽수 숲(11:45) 능선을 편안하게 오른다.
왼쪽 아래로 건물 한 채(12:00)가 있는데, 높은 곳에 있는 용도가 궁금하다. 깔딱은 계속되면서 가다 쉬기를 반복한다. 탐방로 유실구간 및 위험지역 공사 현장이라는 현수막(12:02)이 걸려 있더니, 잘 정비된 계단(12:24)이 나온다. 계단 공사 중(12:56)인 이에게 건물을 물어보니, 개인이 집을 지었는데 임도는 있는데 전기 유치에 돈이 많이 들어 빈집이라 한다. 계속 이어지는 깔딱(13:01)으로 몇 번 속는다.
요즈음 진드기 영향으로 등산객이 줄어서 오늘도 연인산을 전세 낸 듯 아무도 없다. 깔딱에서 젊은이들 20여명이 무리를 지어 올라 우리를 앞서간다. 정상을 800m 앞둔 주능선 삼거리(13:10)에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완만하게 오르는 숲속 오솔길(13:18)로 다소 마음이 놓인다. 물을 충분히 가져왔는데도 날씨가 더워 거의 소진된 상태이다. 하산할 때 보충해야할 장수능선 샘터(13:19)이다.
정상을 200m 앞둔 이정표(13:27)가 오늘 따라 반갑다. 철이 지나 몇 송이 남지 않은 철쭉꽃들(13:31)이 수고 했다고 우리들을 반겨준다. 정상에 도착하니 먼저 앞서간 팀들의 후미가 사진을 찍고 있어, 부탁하여 정상 표시석(13:36)과 함께 단체 인증 샷을 남긴다. 3년 전 여름(8월)에 나 홀로 같은 코스로 올랐을 때는 2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오늘은 2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동창모임인 솔뫼 산악회에서 처음으로 1,000m 이상의 고지에 올랐으니 기쁘다. 그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하여 하이파이브 까지 힘차게 해본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에 도전하자고 한다. 그 이전에 가야할 명지산과 화악산의 산세(13:40)가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운악산과 포천 청계산(13:40)이 다녀가라고 손짓을 한다.
새롭게 단장된 정상에 위치한 이정표(13:41)가 우정능선과 연인능선을 가리킨다. 장수봉을 향해 하산을 시작해 내려오다 보니, 무인 연인산장(13:44)이 저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젊었어도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하루 밤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을 텐데 아쉽다. 바람이 잘 부는 넓은 공간 나무 그늘에서 점심(13:45~14:45)을 한다. 상추쌈에 밥, 삼겹살, 우렁쌈장을 같이 넣어 싸 먹는 맛은...
오늘의 코스 중 장수 능선은 가끔 큰 바위들이 나타나 우회하기도 하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유일하게 본 단체 팀 일행 일부가 올라왔던 소망능선 갈림길을 지나쳐 알바를 하고 뒤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니 안 되었다. 정상에서 장수봉(15:21)까지는 2.3km의 거리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장수봉 지나서도 암릉(15:25)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 장수능선 갈림길 이정표(15:28)에서 좌측 백둔리 방향으로 간다.
직진하면 청풍능선이 시작, 날머리는 용추계곡인 긴 코스이다. 철쭉 군락지(15:36)가 능선에 길게 이어 지는데, 폭이 좁은 숲이 우거져 어두워 을씨년스럽다. 전에 혼자 이 길을 갈 때 무서웠다고 하니, 모두 동감을 한다. 중간에 군락지가 끊어진 밝은 숲(15:45)에서 과일을 먹으며 쉬어 간다. 전에는 이정표(16:11)가 장수고개 400m를 표시했었는데, 오늘은 백둔리 3.4km를 표시하고 있어 헷갈린다.
옛 생각이 좌측인 것 같아 넓은 등산로 따라 급경사를 내려오니 전에 내려왔던 길이다. 잘못된 이정표(?)로 인하여 알바를 할 번했다. 고목 한그루(16:24)가 죽어서도 천년이란 주목을 닮으려고 한다. 올라갈 때의 지점으로 합류되는 계곡에서 알탕(16:47)을 하니 더위에 시달린 피로가 풀린다. 계곡 따라(17:06) 내려오니,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수량도 많고, 물이 맑아 다시 들어가고픈 심정이다.
오늘 산행은 잘 알려진 산 이름에 걸 맞는 조망이나 볼거리가 없어 사진 찍을 기회도 없다. 어느 친구의 이야기처럼 연인끼리 와서 육산의 숲속을 거닐어야 하는데,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란 인연끼리 와서 별재미가 없다고, 다음에 꼭 연인과 함께 오겠다고 한다. 매점(17:22)에 내려와 시원한 캔 맥주 한잔 하니 비로소 갈증이 해소된다. 버스 시간(18:00)에 맞춰 일찍 연인교(17:35)를 넘어 정류장에 도착한다.
가평 버스터미널 근처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하려고 돌아 다녀보아도 마땅한 곳이 없어 서울 상봉역 부근에서 하기로 하고 택시 타고 가평역으로 간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20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상봉역에서 자주 다니던 맛있는 동태 집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인근에 있는 옛골토성(20:08)에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친구들! 더운 날씨에 최고의 높은 산을 오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2013. 6. 5(水). 연인산을 산행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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