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장마가 어제부터 다시 시작해, 중부권을 폭풍우에 휩싸이게 한다. 어제 날씨로는 산행이 불가능하고 오고가는 선박마저 오후 2시부터 출항 금지다. 주간 일기예보로는 내일 하루 반짝 개인 다고 하니, 걱정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고려말엽 몽고군을 피하기 위해 이 섬으로 피난 온 강화도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섬이 길고 봉우리가 많다 해서 길 장(長)과 봉우리 봉(峰)자를 썼다는 장봉도로 간다.
날씨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다가 먼 길을 대중교통으로 가자니 새벽부터 바쁘다. 4개월 전(3월9일) 산악회 따라 아내와 함께 갔다가 섬이 좋아, 친구들께 강추해 같이 또 간다. 오늘의 산행코스(등산로 안내도)는 더위를 감안해서 정상까지만 가고 해수욕장에서 즐기기로 한다. 만남의 장소 홍대입구역에서 5명(샛별님, 산토끼님, 바다님, 왕자님, 푸코)이 만나(7:30) 인천공항 가는 공항철도(7:34)에 몸을 맡긴다.
처음 타는 공항철도 전철은 일반전철보다 폭이 좁고 아늑한 분위기이다. 완행도 정차역이 몇 개 안되어 일찍 운서역에 도착(8:16) 한다. 요금도 저렴하여 방이역에서 3,450원이 찍힌다. 화물청사 역에 이어 다음이 공항임을 감안해도, 우등버스 13,000원에 비하면 차이가 많다. 사거리 7-eleven 앞에서 307번 일반버스를 타고(8:41) 삼목선창에 도착(8:50)해 카 페리호(9:10)에서 갈매기의 배웅을 받는다.
삼목선착장에서는 매시 10분(7시~18시)출항하고, 장봉도는 매시 정각 출발이다. 운서역에서 버스는 삼목선착장의 배 시간에 맞춰 1시간마다 다니는 221-1번이 있고, 인천 시내까지 다니는 307번(노선이 짧음)이 있다. 요금은 환승이 안 되고, 일괄 1,000원이라고 한다. 3층 갑판 위(9:39)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시도, 신도를 경유해 간다. 선착장이 가까워지자 장봉도의 산행할 코스(9:44)가 그려진다.
옛날 이곳 날가지 어장에서 어부의 그물에 인어 한마리가 걸렸는데, 이를 불쌍히 여겨 산채로 놓아 주었더니 그때부터 만선을 이루었다는 전설의 인어상(9:52) 앞에 도착 신고를 한다. 산에 오르기 전, 지난번 시간에 쫓겨 건너지 못한 대말도(멀곳)를 향해(9:57) 간다. 가는 길가에 추억을 부르는 코스모스가 벌써 피어있다. 멀리 보이는 잔교(棧橋)가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통로(10:03)가 넓다.
여유롭게 바다 위로 나 있는 다리를 건너니, 바위섬 한가운데 있는 정자(10:05)가 우리 일행들을 반긴다. 이곳에서 왕자님 표 냉동 파인애플을 한 조각씩 먹으니 새벽부터 오느라 고생한 피로가 바다 바람과 함께 날라 가 버린다. 휴식을 취한 후 나와, 지나쳤던 등산로 입구로 회귀(10:22)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장마에도 빨래 말릴 시간은 준다는 옛말이 생각나게, 뜨거운 햇볕을 피한 숲속(10:25)이 시원하다.
호젓한 오솔길을 오르면 능선이 나오고, 능선에서 첫 번째 높은 봉우리 상산봉 정자(지난번 산행 시 사진, 10:35)를 만난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장봉도 긴 섬의 풍경(10:36)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가야될 중간에 위치한 정상 국사봉과 지난번 종주했던 섬의 끝자락 가막머리(낙조대)까지 보인다.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있는 혜림원으로 인해 마을길로 내려와(11:00) 우회한다.
마을도로는 뜨거워 각자 준비한 양산과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며 통과 한다. 큰 차도까지 나와서는 다시 등산로로 진입(11:06)한다. 오르는 소나무 숲(11:08)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가 육지보다 더 진하게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출렁거리면 흔들리는 짧은 구름다리(11:30)를 지나, 거미지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본 서해바다(11:33)는 넓은 갯벌, 푸른 바다 와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삼거리 이정표(11:42)를 지나 말문고개(11:45)에 다다른다. 고개를 두고 섬의 동쪽지역에 속한 이 지역은 조선시대에 말을 키웠던 목장이 있었던 곳으로, 이곳에 목장의 출입구가 있었다하여 말문고개라 부른다고 한다. 커다란 말 조각상과 함께 인증 샷도 함께 한다. 섬 산행의 멋인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장봉도에서 제일 높은 국사봉(151m, 11:56)에 오른다.
높이가 낮아서인지 표시석은 없고 정자각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정자각를 배경으로 인증 샷(11:58)을 찍고는 올라가 정상에서의 조망을 즐긴다. 장봉도에서 제일 큰 마을이라고 하는 장봉2리 마을(11:58)도 바로 앞에 선명하게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감투섬(11:59)과 그 뒤로 해무에 가려진 강화도 마니산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정자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멋진 식사(12:05~13:05)를 한다.
식사가 끝났는데, 시원한 바다 바람에 아무도 찾지 않는 정자에서 마냥 머물고 싶다. 다음 일정을 위해 내려와 등산로 안내도(12:06)를 보며 장봉도의 유래를 읽는다. 하산은 이정표(12:06)방향 따라 한들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버스나 도로로 걸으려 했는데, 뜨거운 햇볕으로 코스를 변경한다. 왔던 숲 속 길로 회귀하다가 옹암 해수욕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해안 둘레 길로 내려가는 삼거리(13:26)벤치이다.
후미로 오던 두 여친이 안 보이더니, 휴대폰이 울린다. 삼거리에서 해안 둘레 길로 빠져 알바를 한다. 다행이 통화가 되어 왕자님이 찾으러 다시 올라가고, 20여분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지금까지 그러한 일이 없었는데, 후미대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천공항의 활주로(13:53)가 바다 건너 보이듯, 비행기도 5분여 만에 1대씩 뜨고 내리는 것 같다. 거머지산 전망대(13:58)을 지나, 구름다리(14:00)를 다시 건넌다.
말문고개로 오르던 등산로 입구(14:20)에서 우측 도로 따라 조금 걸으니 옹암 해수욕장(14:27)이다. 예상 한데로 물이 빠져 백사장 아래 갯벌(14:43) 밑에 바닷물이 출렁인다. 물때까지 맞춰서 오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해수욕은 포기하고 갯벌 체험에 나선다. 굴을 5개 정도 따서 먹는데, 맛이 짭짤한 것이 옛날 추억을 불러온다. 더 따서 먹으려는데, 산토끼님이 월(7月)이름에 R자가 없으니 먹지 말라 한다.
아차 했지만, 다녀온 뒷날 종일 배앓이로 고생을 했다. 점점 물은 더 빠지고 있어 조개와 조그마한 게 등을 잡아보며 바닷물까지 가서(15:07) 발을 적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늘에는 비행기, 바다에는 페리호, 백사장과 갯벌 등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평일이 되어 더욱 찾는 이가 없어 음식점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해송의 그늘(15:32)을 뒤로 하고, 옹암선착장으로(15:36) 계획보다 1시간 일찍 떠난다.
집에서 나오면서, 어제 오후같이 비바람이 불면 섬에서 못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 오후도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풍랑이라도 일면 친구들과 하루 더 머물 수도 있겠다했는데 바람 한 점 없다. 장봉도 선착장을 떠나(16:00), 선실에서 왕자님이 해외여행에서 사온 도수 높은 보드카를 한잔씩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배위에서는 술이 기분 좋게 취하더니, 삼목 선착장(16:41) 육지에 내리니 정신이 없다.
선착장과 운서역만 운행하는 221-1번(매시 정각에 출발) 버스를 타고 운서역에 도착한다. 다소 뒤풀이 시간이 이르기는 하지만 인근에 있는 음식점(17:43)에서 아구찜과 해물 칼국수로 마무리 한다. 돌아오는 공항 철도의 승객은 예상외로 많아 대중교통 수단으로 정착화 된 듯싶다. 약속했던 인천 친구들이 참석치 못함과 간조로 인해 아쉬움은 컸지만, 그래도 1타3피(여행, 등산, 해수욕)에 참여해준 친구들! 수고 많았고, 즐거웠습니다.
2013. 7. 3(水). 장봉도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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