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산행하면서 아프기 시작한 감기가 10여일 이상 계속되어 3주일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산에 오르기 좋은 늦가을 날씨에 찾아온 불청객으로 인해 체중만 늘어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근교 산중에서 육산으로 제일 오르기가 편한 양평 청계산(淸鷄山: 658m)으로 간다. 만남의 장소인 국수역(10:00)으로 가는데, 덕소역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공사로 인해 바뀌어 아침부터 잠실역 부근을 한 바퀴 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국수역에서 1코스인 신촌으로 올라 형제봉을 거쳐 정상까지 오른 뒤에 하산은 등산 안내도에 표시된 4코스로, 여우 길 따라 된 고개로 가다가 중간지점 갈림길에서 반월형으로 내려가 원점회귀 한다. 하산 코스는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오지 않겠다는 내 욕심이 반영되었는데, 코스가 어떠할지 걱정이 많다. 솔뫼 산방의 고정멤버 5명이 3주 만에 만나 국수역에서 산행(10:05)을 시작한다.
역에서 직장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를 만났는데, 고교 동창생들과 정기적인 산행을 한다고 한다. 역시 나이가 들면, 건강관리는 등산이 최고 인 듯하다. 오늘 이 산은 네 번째 산행으로 철길 지하보도를 건너는 청계산 안내표시(10:10)가 정겹다. 갈림길에서 마을길이 긴 정자동을 피하고, 신촌으로 하여 들머리에 도착(10:20)한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라는 안내판(10:45)이 편한 길을 예고한다.
전에 보지 못한 맨발 구간(10:49)이 있는데, 날씨가 추워 실행은 불가능하다. 언제 계절에 맞게 다시 찾는다면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길이다. 물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 중에 유일한 거북 샘 약수터(10:53)에서 쉬어간다. 왕자님께서 준비한 말랑말랑한 가래떡에 조청까지 가지고와 오랜만에 찍어 먹으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부른다. 능선까지는 편안한 오솔길(11:12)과 함께 잣나무 숲이 이어진다.
굴다리를 지나서 나누어진 신촌과 정자동 길이 만나는 능선에 국수봉 이정표(11:17)이다. 오르막 경사에 세워진 국수봉 이정표의 위치가 이해되지 않는다. 좌측 도곡리로 빠지는 갈림길(11:21)을 지나서는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오르막이다. 형제봉 직전의 오르막(11:45)에서 왼쪽의 길이 우회로인 줄 알고 잠깐 알바를 한다. 이곳을 세 번씩이나 잘 올랐는데, 안일한 선택이 그만 체면을 구겼다.
산에 오르다 보니 늦가을의 정취는 어디로 가고, 얇은 장갑이 손이 시릴 정도다. 능선에서부터 맞는 스산한 바람은 벗었던 겉옷을 다시 입게 하면서, 한해가 또 다 간다는 생각에 그만 혼자 서글퍼진다. 표시석과 전망대가 훌륭해 정상으로 착각할 정도의 형제봉(507.6m, 11:53)에 도착한다. 남한강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11:58)에서 바다님이 준비한 검정 토마토를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오늘 처음 먹게 되는 검정 토마토는 일반토마토와 비교하여 작고, 겉은 검은색을 띄지만 속은 색깔과 모양이 똑 같다. 당도는 일반토마토 보다 2~3배 높고, 아삭하고 보관이 매우 길다고 한다. 올수록 더 멋진 소나무(12:13)가 있는 형제봉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가기 위해 급경사 내리막(12:15)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중간 능선에 3코스인 청계리 탐곡(1.95km)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철탑을 지나기 전에 샛별님이 멋진 하늘을 보라한다. 철탑 위의 하늘(12:28)은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구름 한 점 없으니 아직 가을이다. 형제봉에서 본 건너편의 정상은 금방 갈 듯 가까워 보이지만, 만만치 않아 여기가 정상이겠지 하고 몇 번 속는다. 중간에 쉬어가라고 우람한 소나무 아래 의자(12:37)가 준비되어 있다. 예상한 시간을 맞추기라도 하듯 형제봉 떠나 40분 만에 정상에 도착(12:54)한다.
헬기장을 겸한 정상에는 단체 인증 샷을 찍어 줄 누구하나 없다. 국수역에 이어 형제봉에서 만났던 회사 동료의 동창들이 올라온다. 단체에 이어 개인 인증 샷(12:56)을 한 장씩 남긴다. 지난번 발틱 여행 시 핀란드 헬싱키 마켓광장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뜨개질해 파는 털모자가 따뜻하다. 이산을 아내와 처음 와서 눈 위에서 식사하던 곳에서 남한강 양평방향과 올라온 형제봉 능선(12:58)을 조망한다.
정상 주변에서 따뜻한 양지를 찾아 식사하려 했지만 마땅치 않다. 정상인 넓은 헬기장 한 코너에서 점심(13:00~13:55)을 한다. 두 번 정상에 올랐는데 한번은 올라온 코스 그대로 내려갔고, 다음에는 형제봉을 거쳐 부용산을 경유해 양수역까지 갔다. 이번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4코스에 도전한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 청계리(반월형, 12:58)방향으로 급경사 내리막길(14:00)과 로프를 잡고(14:05) 하산한다.
올라온 1코스보다 험한 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통행이 없어 수북하게 쌓인 낙엽으로 길이 안보이니 불안하다. 스틱으로 낙엽을 치우며 겨우 내려간다. 로프잡고 하강하는 코스에서 뒤 따라 오던 산토끼님이 못 내려가겠다고 해 놀랐는데, 우회 길을 찾아 가볍게 내려온다. 역시 산에 다닌 경륜이 그 실력을 입증한다. 로프(14:07), 암릉(14:11)에 낙엽과 씨름하며 내려오니 안부의 안내판(14:30)이 반긴다.
안부에서 작은 무명봉(14:33)에 오르니, 갈림길 철탑이 보이는데 반갑다. 이정표(14:38)에서 철탑 아래(14:40)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산을 서두른다. 어느 산객의 블로그에는 정상에서 이곳 갈림길까지 20분소요 되었다고 했는데, 우리는 배정도 더 걸렸으니 그만큼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정상까지 왔다가 다시 온 길로 하산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괜한 도전의식이 친구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
주능선의 낙엽은 치워도 길이 안보여 너무 싫더니만, 편안해진 지능선에 소복하게 쌓인 낙엽(14:59)은 동심을 자극하니 인간의 마음이 다 그런 것 같다. 한참을 내려오니 오지와 같은 숲(15:16)이 나와 작은 가지들이 발길을 막는다. 옛날에 벼슬을 지낸 묘소(15:22)부터 최근 납골 형식의 신묘까지 다양한 장례문화를 엿보게 한다. 지 능선은 이상할 정도로 거리나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하나도 없다.
언제 다녀갔는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리본(15:23)만이 유일한 길 안내자이다. 금년에 정원박람회가 열리지 않았더라면 생각하니 아찔하다. 마을이 반달같이 생겨 반월형(半月形)이라 했는지 날머리(15:29)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 마을길에서(15:37) 주민에게 국수역까지 거리를 물으니 4km(속보時 40분)다. 하루 몇 번 있는 버스는 기대하기 어려우니, 택시를 부르라 한다. 음식점 차를 이용하기로 한다.
마을도로와 차도 사이에는 개천이 있어 계속 평행선이다. 개천을 건너는 다리로 가는 마을 길 코너에 이정표(15:56)가 있다. 날머리 까지 1.2km(3코스 탑곡리 입구:0.8km, 국수역:2.5km)이다. 젖소 축사 지붕위로 보이는 형제봉과 정상(16:05)을 바라보며, 등산로 안내도의 4코스를 이용하기에는 관계기관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대아초등학교(16:05)에서 6시간의 산행을 종료하고 음식점 차를 부른다.
작년 말에 운길산을 송년 산행하고, 뒤풀이를 했던 예마당(16:16)을 찾는다. 남한강이 인접하고 있어, 잠시 강변의 풍경(16:20)도 감상한다.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메뉴(단호박통밥+훈제오리한마리+아욱수제비)의 가격은 동일한데, 섹스폰 연주 공연이 없어져 아쉬웠다. 전철시간에 맞춰 역까지 태워다주니 편하게 귀가한다. 괜한 욕심 때문에 친구들 고생시켜 미안합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등산로를 함께 했다는 즐거움에 행복했습니다.
2013. 11. 20(水). 양평 청계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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