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에 들어와 처음 산행을 하면서 젊은 시절의 추억도 함께 하였던 소요산이 다시 부른다. 옛날부터 소요산 단풍은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 있기에 기대와 설렘으로 출발한다. 전철을 한번 바꾸어 타고 50여분 지나니 도봉산역에 도착한다.
올해의 단풍을 가슴에 가득 담아 또 한해를 보내자고 등산객들은 모두 소요산을 찾는 듯 전철 안은 만원이다. 소요산역까지 운행되는 전철이 배차 간격이 30-40분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제 내린 비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빨간 단풍을 상상하니 40분이 쉽게 지나 소요산역에 도착한다.
7월에는 승용차로 와서 몰랐는데, 타고 온 전철은 컬러풀하며 역사도 현대식 건물이다. 옛날에 타고 왔던 기차나 정겨운 간이역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많은 등산 인파의 물결처럼 세월도 그렇게 흘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인파에 밀려 밖으로 나오니 광장은 큰 혼잡, 그 중에 우리 산방 깃발만이 펄럭인다.
뿌듯한 마음들을 가지고 깃발 아래로 집결시간인 10시에 맞추어 반가운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회장을 포함하여 남 산우 7명과 여 산우 9명이 함께 인사를 나눈다. 산행하기에는 적당한 인원으로 화기애애하고 빠른 산행이 될것 같다.
여 산우의 구령에 맞추어 몸 풀기를 하는데, 추어진 날씨인데도 쉽게 부드러워진다. 이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10시30분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3개월 전 이곳에서 앞으로 나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는데, 이제는 인사하는 순간이 제일 기쁘기만 하니 이 산방에 푹 빠져가고 있는 모양이다.
오르다 왼쪽 산책로 길(오른편: 팔각정)을 택한다. 동두천시가 단풍축제 홍보를 잘하여 그러한지 앞사람의 등만 보고 가야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뒤에서 오는 등산객이 “소요산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등산로 사색의 길에 있는 시 들이 신음소리로 들려온다.
앞서가는 중년 여인의 배낭에 매달린 수건이 향수에 젖게 한다. 옛날에는 수건을 허리춤에 매든가 저렇게 배낭에 매고 다녔는데..... 20여분 오르게 되니,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5분간 휴식을 하고 능선 길을 오르니 전에 안개로 인해 전혀 보지 못했던 절경이 답답하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줄을 지어 오르다보니 안전산행은 되지만 시간은 많이 흐른다. 11시25분 ‘일주문 위’ 이정표 부근에서 갈증과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한다. 산우가 준비한 막걸리와 홍어무침은 궁합이 잘 맞는다. 뱅어포구이도 안주로 부족함이 없다. 안주가 좋다보니 막걸리가 저절로 넘어간다.
“이슬만 먹고 살다가 막걸리 한잔 하였더니 핑 돈다”는 여 산우의 유머에 같이 핑 돈다. 오늘의 산행대장은 온몸으로 깃발맨을 대신한다. 샌드위치맨의 뒷 모습 이 가을 산 모습 과 함께 외로워 보인다. 대장의 이러한 산방사랑과 산우들을 위한 봉사가 산악회 발전을 보장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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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번째 봉우리 하백운대(440m)가 나오는데, 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이정표 사진 찍기도 어렵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여 산우가 “얼굴은 작게, 몸은 S라인으로 찍어주세요.”라고 크게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지나니 중백운대(510m)의 모습이 보인다.
산방이 다 알고 있는 배꼽시계는 오늘도 어김없이 울렸으나, 많은 인파로 장소잡기가 쉽지 않다. 12시30분에 오늘의 주봉인 상백운대(559m)를 지나 칼바위 능선을 통과한다. 지난번 같이 미끄럽지는 않으나, 제일 어려운 코스이다. 어느새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낙엽소리가 스산함과 함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칼바위 정상 아래에서 12시50분부터 점심을 한다. 산방 깃발아래 둥글게 앉아 각자가 준비한 음식을 같이한다. 오늘 점심의 메뉴 중 단연 인기는 도토리묵이다. 직접 산에서 무치니 더욱 맛이 배가 된다. 땀이 식으면서 벗었던 옷을 모두 입게 된다. 식사시간도 20분으로 다녔던 산행중 제일 빠르다.
식사 후 20여분 동안 남은 칼바위 능선을 지나다 보니,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사진 찍는 것도 많은 인파로 쉽지가 않다. 칼바위 이정표를 보고는 지난번 갔던 나한대(571m), 이산의 최고봉 의상대(587m)와 아직 가보지 못한 공주봉(526m)을 뒤로 하고 13시30분부터 하산을 시작한다.
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 어느 산우가 “산이 노화되어 그런지 헐벗은 것 같다. 이런데 단풍축제를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였는데,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에 약간의 단풍이 보인다. 심한 내리막에 돌이 많은 하산 길을 25분정도 내려오니 선녀탕 입구이다. 스틱이 많은 도움을 준다.
일석이조라 했는가! 산행을 마치고 소요단풍 축제를 보는 일만 남았다. 일주문을 지나며 단풍지대가 나오기만 기대했는데, 몇 개 안남은 단풍잎과 말라버린 단풍잎이 실망을 가져다준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빨라 다음 주 정도가 절정이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아쉽다.
매표소 부근에 있는 축제의 광장을 가보니, 여기도 머무를 장소가 아니다. 국화 전시장이 있어 단풍을 대신해 국화꽃을 보며 가을을 느껴본다. 역과 가까이 있는 ‘뒷풀이’ 장소로 오니 15시, 오늘의 산행을 정리한다. 3시간 코스로 계획하였는데, 많은 인파로 지체되어 4시간30분이나 소요되었다.
입구에 있는 ‘소문난 왕족발집’에서 이른 시간에 ‘점저’를 하게 된다. 족발과 전어구이가 술맛과 함께 산우간의 우정을 돈독히 한다. 16시40분 전철을 모두 함께 타고 산행 뒤에 오는 즐거움을 같이한다. 다음 주 산행에서 만나기로 하며 하나 둘 헤어지는 아쉬움도 함께 한다. 산우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08. 10. 26. 소요산 단풍축제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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