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이 이제 시작인데, 초보에게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전날 밤 늦게 꼬리를 잡고, 이른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발이 간헐적으로 휘날린다.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눈이 온다 했는데 너무 일찍 온다.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하면서 집을 나선다. 언제쯤이 되어야 산이 보이기 시작할까!
그동안의 어려움과 힘들었던 일을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묻어 보려고 약속장소인 불광역 2번 출구로 간다. 9시30분에 두 산우를 만나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다. 34번 의정부행 시외버스 대기 줄은 계절을 모른다. 9시50분에 출발해 10시25분에 송추입구에 도착, 두 산우를 더 만난다.
입구에 있는 2차 만남의 장소 중국 음식점은 지금까지 고정관념을 깨고 고즈넉하게 자리한 모습이 보기 좋다. 년 말을 맞이하여 모든 산우들이 바쁘고, 산방도 엊그제 송년회가 있어서인지, 금일은 남 산우 5명만 산에 오른다. 화기애애하게 10시30분부터 단출한 분위기로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입구에는 북한산 국립공원이라는 안내판과 오봉사진이 반갑게 맞아준다. 전날 영하 12도까지 내려 간 날씨는 어제보다는 많이 풀렸지만 차갑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오르면서 따끈한 오뎅 국물이 쉬었다 가라 한다. 몇 개의 음식점을 지나니 여성봉 2km, 오봉 3.2km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 논길을 지나 ‘오봉 탐방지원 쎈터’(시인마을)에 10시50분에 도착한다. 앞에 설치된 등산안내도를 보고, 오늘의 대장은 산행할 코스를 설명한다. 송추 남 능선을 이용해 여성봉과 오봉을 가고, 오봉 샘에서 중식을 한 후 송추폭포로 하산한다.
넓고 편안한 오솔길은 잠시 사색을 해 볼 수도 있게 한동안 지속된다. 이후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며 능선이 나온다. 숨이 차며 추위로 입었던 옷을 벗게 된다. 30분정도 지나니 길이 좁아지면서 큰 바위에 로프가 매어져 있다. 바위에 오르니 앞에는 올라야 할 여성봉이 위용을 드러낸다.
오른쪽으로는 삼각산 상장능선이 보이는데, 현재는 자연환경과 등산객 안전을 위하여 개방하지 않고 있다. 왼쪽으로는 사패산 정상이 보이며, 멀리는 지난주 다녀온 불곡산의 3개의 봉우리가 선명하다. 이곳부터 제일 어려운 깔딱이라 하는데 삼각산에서 단련이 되어서인지 무난하다.
11시35분, 여성봉에 도착한다. 이야기처럼 바위모양이 여성 신체의 한 부위를 닮았다. 바위 한가운데 있는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바위에 올라 오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다. 한 산우가 준비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늘 안주를 준비해오던 여산우들을 큰소리로 불러 보지만, 대답은 김치가 대신한다.
11시55분, 오봉(1.2km지점)으로 향한다. 능선길이 이어지면서 나뭇가지를 스치는 칼바람소리가 가슴까지 파고든다. 한 산우는 그 소리를 집에서 연상하면 그렇게 시원하다고 한다. 또 한 산우는 그 소리를 저장해 여름에 상품화 할 수 없을까? 눈 내리는 2봉과 3봉 사이를 전문가들은 줄을 연결해 건너간다 한다.
이를 ‘트롤리안 브릿지’라하며 우리말로는 ‘통닭구이’라 한다. 계단 길을 오르다보니 길가에는 샛길을 통제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여기저기 통제를 하고 있다. 지정등산로가 74개소인데 현재는 등산객이 600여개나 만들어 놓아,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한다. 해발 660m의 오봉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내심 걱정이 되어 “다섯 개 봉우리를 다 넘느냐?” 우문도 해본다. 철탑이 서있는 오봉 정상에 12시30분에 오른다. 세찬 눈보라에 눈을 뜨기가 어렵고 모자는 날아갈 것만 같다. 정상에서 보는 오봉의 설경이 아름답다. 그것도 잠시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식사를 하기위해 헬기장에서 오른쪽 길로 내려간다.
왼쪽 길이 ‘자운봉’으로 가며 하산을 하는 코스이나, ‘오봉 샘’을 가기위해 우회하여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반대편 방향에서 보는 오봉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두 산우는 산방 의 대외 홍보활동을 계속한다. 다음산행 시는 새로운 여 산우의 인사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20여분 내려오니, 샘과 함께 주위가 넓고 평평하여 일명 ‘오봉샘 식당’이라 한다. 한쪽 구석에 조촐한 밥상을 차리니, 왠지 허전하고 식단도 부실하다. 그러나 따끈한 라면 국물로 추위를 녹여본다. 13시25분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하는데, 내려온 만큼 다시 오른다. 아름다운 설경을 온몸으로 느낀다.
여 산우들을 대신하여 모델이 되어 보지만, 놀라는 일이 벌어진다. 그 추위에 산방 사진실을 위해 갖은 포즈를 다 잡았는데,디카에 칲이 안들어 있다한다. 이때부터 예비 카메라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설경의 아름다움을 잡아보지만, 전문가를 따라 갈수가 있는가! 찍는 속도부터가 틀리다.
설경에 빠져 많은 시간을 보내고 14시부터 자운봉을 1km 남겨둔 지점에서 송추폭포로 하산한다. 내려오면서 날씨는 언제 눈이 왔느냐고 햇살이 비친다. 14시35분 송추폭포에 도착하니, 물줄기는 모두 얼었다. 올랐던 코스보다 내려오는 코스의 거리가 길어, 지루한 느낌이다.
10분정도 내려오니 ‘사패산 능선’으로 가는 이정표와 함께 다리가 보인다. 내년에는 한번 저 다리를 건너보리라 생각해 본다. 10분정도 더 내려와 계곡 다리를 넘으니 음식점 행렬이다. 이 근처 산장을 보니 젊었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산은 그대로 이건만 친구가 없다.
아직도 입구까지는 2km로 30분정도의 거리, 식당차로 15시10분에 도착한다. 4시간40분의 사부작 산행이다. 뒤풀이 장소는 소문으로 널리 알려진 ‘밤나무 산장’의 '잡고기 매운탕'이다. 구호를 외쳐보지만 인원이 적어 아쉽다. 멋있는 설경은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이다.
‘08. 12. 07. 도봉산 산행을 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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