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씩 갖고 있는 옛 직장 동료 모임이 음식점을 탈피하여 산행을 하기로 한날이다. 그러나 막상 가려 하니, 바쁜지 8명중 3명만이 청계산(淸溪山)에 오른다. 옛날에는 청룡이 승천했다 하여 청룡산 이라고 불렸다. 음식점의 모임은 과반수가 안 되면 취소가 되지만 산행이기에 인원에 구애받지 않는다.
3호선 지하역 양재역 7번 출구로 나오니, ‘옛골’가는 버스가 1개 노선(4432번)만 있어 만원을 이룬다. 옛날 버스 종점 위치는 공원이 되었고 지금은 도로에서 회전하며 종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남의 시간 10시가 다소지난 10분부터 ‘이수봉 능선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흐린 날씨의 오르는 입구는 아직 나뭇가지는 앙상하지만 봄이 가까이 와있음을 느끼게 한다. 오르면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과 함께하여서 인지 정감이 가며 부드럽기만 하다. 옛날 회사에서 즐거웠던 사원 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그리워한다. 회사를 그만 둘 당시의 아픈 이야기들은 누구도 꺼내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보이는 이산은 육산 길로 소문이 나있기에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작년 6월에 과천에서 올라 이곳으로 내려 왔기에 낯설지가 않다. 얼마쯤을 걸으니 ‘봉오재 삼거리’가 나오며 이수봉까지는 3.2km(70분이 소요)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흙길이기에 전혀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는데, 시큰거리며 간헐적 통증이 온다. 지난 일요일 아이젠을 하고 장시간 걸었던 산행이 원인인 듯하다. 느긋하게 천천히 오르면서 옛날이야기는 계속된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 있는 산행이다. 구름다리 이정표를 통과하는데 열심히 찾아봐도 다리는 없다.
‘이수봉’이 지척에 있음을 군 이중 철조망이 알려준다. 군사 시설로 사진 촬영까지 금지되어 통과하니 멀리 ‘국사봉(國思峰:540m)’이 보인다. 고려 말 이색 등이 망한 고려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던 봉우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에 많은 국사봉이 선비사(士) 자를 쓰는데, 여기는 생각 사(思)자를 쓴다.
11시20분에 1차 목표지인 이수봉(貳壽峰: 545m)에 도착하였다. 여유 있게 걸었는데도 쉬지를 않고 올라와서 그런지 1시간 10분만 소요되었다. 국사봉 까지는 1500m로 30분 소요된다. 지난번 산행 때 가지 못하였기에 코스가 그곳으로 결정되길 기대했는데, 이산의 주봉인 망경대를 보여 주겠다고 한다.
이수봉에서 10분간 머물며 준비한 떡, 커피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는 망경대를 향한다. 넓은 헬기장을 지나니 삼거리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향한다. 삼거리는 막걸리를 팔고 있는데, 높은 능선의 매서운 겨울바람이 그냥 지나치게 한다. 계속 진행하면 또 하나의 넓은 헬기장이 나오며 차도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이 ‘석기봉’이라 하며 산악회에서 시제를 많이 지내는 장소라 한다. 몇 년 전 친구와 둘이서 등산을 왔다가 이곳 까지 와서 길을 못 찾고 헤매며 고생하던 생각이 나는 장소이다. 망경대에 오르는 등산로는 한동안 폐쇄되어 있기도 했다. 오늘에서야 청계산의 주봉이 매봉이 아닌 망경대임을 알게 된다.
역시 정상에 오르는 길이 쉽지 않음을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망경대에 오르는 등산로로 위험표시까지 있어 약간의 긴장을 하게 한다. 바위샘물 지역을 통과하며 계속된 험난한 암릉은 계속된다. 고려 말 나라가 망하자 통곡하던 조견 선생이 개국 초 이태조가 벼슬을 내리자 사양하고 이산으로 은거하였다.
은거하며 자주 올라 송도(개성)을 바라보며 슬퍼하였다는 망경대(望景臺: 618m) 정상을 12시5분에 오른다. 정상에서 보는 어린이 대공원과 저수지 과천시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계산을 여러 번 찾았지만 바위를 손으로 잡고, 오르기 쉽도록 설치한 로프 줄을 잡아 당겨보기는 처음이다.
12시15분에 ‘혈읍재’를 통과한다. 바위산을 직접 오르지 않고 아래로 우회하여 이곳까지 올수도 있다. 여기서 매봉은 700m거리에 소요시간은12분이다. 12시25분 매봉(583m)을 눈앞에 두고 계단 길을 피하려면 다시 내려와야 한다고 하산을 시작한다. 속마음은 가보기는 했지만 너무 오래되어 다시보고 싶었다.
원터골 이정표를 따라 흙길을 계속 내려오는데, 능선길이어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울창한 수림이 이어져 낙엽이 쌓인 곳은 길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정표를 보니 등산로가 너무 많아서 자주 오지 않는 사람은 혼돈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한 코스는 없는 듯하다.
12시50분쯤 길마재의 정자에서 5분간 휴식을 한다. 태양열 전지판을 이용한 화장실이 높은 지역인데도 설치되어 있다. 시민들이 자주 찾아 편안한 휴식을 가지라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 자주는 못 오고 가끔 올 때마다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정자에서 보니 이곳도 오거리가 되어 길을 선택하게 한다.
춥지만 않으면 자연 속에 푹 쉬면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지만, 쉽게 일어난다. 마당바위를 지나 내려오다 보니, 왼쪽의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급한 많은 계단으로 아찔하다. 아래로는 처음 보는 계곡에 얼음이 얼었지만, 밑에는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산세가 수려하고 나무들이 많아 맑은 물이 흐른다.
원터골 청계산 입구에 13시30분에 도착한다. 등산 안내도를 보면서 다녀온 길을 정리 해본다. 3시간20분의 적당한 산행이다. 25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보낸 동료들과의 산행은 즐겁기만 하다. 그것은 서로간의 성격을 잘 알고, 공통된 대화를 같이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입구의 솔밭 순두부집에서 막걸리와 바베큐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오늘 따라 막걸리가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앞으로는 만남의 장소를 음식점만 고집하지 말고, 등산을 하자한다.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서 정자와 큰 나무 두 그루가 있는 버스 정류장을 이용한다. 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산행이었다.
‘09. 2. 19. 청계산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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