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국에서 불어오는 불청객 미세먼지가 산행에 대한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설상가상, 오늘은 짙은 안개까지 끼어 산행조건이 최악인 상태로 시계는 제로 수준을 예고한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가장 많이 올랐던 관악산(冠岳山, 629m)을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앵콜산행에 나선다. 산토끼님께서 과천향교에서 올라가는 환상적인 코스를 안내한다하여 기대를 갖고 만남의 장소 4호선 과천역으로 향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4호선 과천역에서 과천교회를 들머리로 해 용마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에서는 케이블카 능선을 타고 하산하여 과천향교를 날머리로 할 계획이다. 고정멤버 5명(왕자님, 샛별님, 산토끼님, 바다님, 푸코)이 과천역 7번 출구(10:05)에서 10시에 만난다. 출구 앞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10:06)는 많은 산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자하동천(紫霞洞天)계곡 코스(4.1km)를 소개하고 있다.
과천 향교를 가기위해서는 갈림길 도로에서 좌측 과천교회 교육관(10:13) 앞을 지나 한동안 가야 되지만, 바로 능선 산행을 시작하려고 우측 맞은편의 등산로 입구(10:14)를 택한다. 도로 건너편의 과천교회 건설 현장을 보면서 입구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안내도 상의 계곡 코스로 오르는 것보다 가고자 하는 능선코스가 돌아감으로 거리는 더 먼 듯하다. 천혜수 탐방로 쉼터 1 이정표(10:18) 따라 오른다.
관악산 둘레 길은 이곳에서(과천교회) 산불감시초소까지 올랐다가 과천향교로 내려와 원점회귀(2.1km, 1시간) 코스이다. 초입에 갈림길이 나와 머뭇거리게 하는데, 우측은 산책로이고 좌측으로 간다. 과천향교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이정표(10:26)에서 용마골 방향으로 오른다. 청계산과 과천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10:36)이나,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둘레길 제2쉼터(10:42)에서 쉬어간다.
미세먼지로 인해 들머리부터 마스크를 써 보지만, 거칠어진 호흡만 더 가중 시킬 뿐 벗게 된다. 관악산다운 바위 능선(10:46)이 선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무난하다. 산토끼님과 샛별님은 젊은 시절에 관악산을 자주 찾았고, 이 코스의 경험담도 이야기 하면서 발걸음이 가볍다. 둘레 길의 반환점 산불감시초소(10:53)를 지나, 첫 번째 봉우리(11:03, 과천향교 1.4km, 연주대 1.2km)를 만난다.
커다란 바위(11:09)에서 행동식 하면서 10분간 휴식한다. 휴식하며 발아래 있는 깊은 계곡, 물이 맑아 반석이 아름답고 경치와 산수가 좋아 명명된 자하동천(紫霞洞天)을 날씨로 인해 조망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앞으로 가야될 희미한 암릉(11:25)마저 험하지 않아 이 코스에 대한 매력에 빠져든다. 또한 능선 주위로 소나무들이 많아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두 번째 봉우리(11:43)에 도착한다.
2봉과 삼거리 사이(11:55, 6부 능선 지점)봉우리를 허리로 돌아간다. 이정표에서 연주대 까지는 750m만 남았으니, 정상 능선(12:07)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우측으로는 사당동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보이는 긴 능선도 점차 거리를 좁힌다. 편안한 우회로(12:10)는 봉우리가 높은 만큼 한 참을 걷는다. 사당역에서 오는 능선과 만나게 되는데, 정상아래 수직절벽 바위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당능선 아래 위치한 신 이정표(12:19)는 사당(4.5km), 관악사지(300m)를 표시하고 있는 우회로이다. 위에 있는 구 이정표는 연주대 600m(20분), 연주암 1km(40분)을 알리고 있다. 결국 정상인 연주대까지 가려면 연주암에서도 500m를 올라야 하니, 우회로는 900m를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겨울 산행의 안전을 위해 일행 모두가 우회로를 택하니, 처음 가는 계곡의 너덜 길(12:25)이 낯설며 편안하다.
과천시 중앙동 소재 관악사지(冠岳寺址, 12:41)는 1999년 10월 발굴조사 결과 5곳의 축대에 10여채의 건물이 시기를 달리하여 건립되었던 조선시대의 절터였다고 한다. 응달에는 지난번 내리었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연주암 직전에 설치된 수많은 데크 계단(12:44)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연주암 입구의 이정표(사당전철 5km, 연주대 500m)를 보고 지나칠 때마다 어떤 길인가 궁금했는데 해결되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중간에 멋진 연주대(12:54)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으라고 과천시에서 마련한 포토 존(12:57)에서 추억을 남긴다. 기암 절벽위에 석축을 쌓아 터를 마련하고 지은 이 암자는 원래 신라의 승려 의상대사가 문무왕 17년(677)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지었으며 당시는 의상대로 불렀다고 한다. 무려 3시간여 만에 바위산답게 큰 바위로 된 정상 표시석(13:05)을 만나게 된다.
평일이기에 정상 표시석에서의 인증 샷(13:07)은 여유가 있었지만, 산객들이 생각보다 많아 명산임을 입증한다. 정상 옆 연주대로 가는 철제 난간 통로 앞의 말 바위(13:10)가 일행들을 반긴다. 연주대 응진전(應眞殿, 13:15)앞 좁은 통로에는 불교 신자들이 열심히 소원을 빌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 암자는 16나한을 모시는 3평 정도의 작은 건물로 나한 신앙을 배경으로 조성된 사찰 당우 중 하나라고 한다.
관악사와 의상대가 연주암과 연주대로 바뀐 사연 중 하나는 고려의 충신들이 이곳에 올라 개성을 바라보며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해서 이다. 조선 태종의 첫째 양녕대군과 둘째 효령대군이 왕위계승이 멀어지자 이곳에서 미련과 동경으로 왕궁을 바라보았다가 다른 유래다. 연주대에서 올라오는 철제난간 밑에 어느 산객이 거북이(13:19, 줌)를 보라 한다. 헬기장(13:30~14:30)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포토 존에서 본 연주대와 헬기장에서 보는 정상의 사진이 동절기에다 미세먼지와 안개로 선명하지 않다. 단풍이 붉게 물든 늦가을 쾌청한 날씨에 다시 찍고 싶다. 산토끼님 따라 좌측 연주암 위 암자로 내려오니 돌지 않고 가깝다. 연주암(14:38)에서 잠깐 쉬었다가 우측 케이블카 능선으로 올라가니 여섯 번째 철탑(14:57)이다. 예보대로 오후 들어 농도가 낮아져 과천 시내가 어렴풋이(14:59)보인다.
산악회 따라 두 번 하산하고, 손자와 한번 올랐던 능선이라 쉽게 보았는데, 왜 오늘따라 험하게 느껴지는지 일행들도 힘들어 한다. 일부 응달에 눈과 빙판이 있어서 만은 아닌 듯, 세월을 탓해야 할 것 같다. 건너편 용마능선에도 우뚝하게 보이던 두꺼비바위(15:01)를 지난다. 화물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카(15:03)도 때마침 옆을 지나간다. 주위를 아무리 찾아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새 바위 이정표(15:13)다.
다섯 번째 케이블카 철탑(15:24)이 우뚝 솟아 길을 안내한다. 빠른 하산을 위해 세 갈래길 이정표(15:24, 과천향교 1.7km, 연주암 1.0km)에서 과천향교로 하산하려 했는데, 내려 가다보니 일명사지와 3-7사이 이정표(15:27, 과천시청 1.6km, 연주암 1.2km)이다. 과천향교 대신 과천시청이 나와 향교 길이 지나쳤음을 직감한다. 두 곳 가보지 않은 코스이기에 시간이 더 걸려도 알고 있는 문원폭포로 간다.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15:47)에서 문원폭포를 확인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일명사지(15:50)→마당바위(16:00)을 거쳐 문원폭포(16:06)에 이르러 사진에 담아보았지만 역시 폭포는 물이 흘러야 한다. 등산로가 안 보일 정도로 소복하게 쌓인 낙엽 길을 지나 중앙공무원 교육원 등산로 입구(16:32)에 도착한다. 한적한 넓은 차도를 따라 계속 직진하여야만, 정부과천청사역 7번 출구(16:55)가 나온다.
이곳 출입구에도 등산로 안내도(16:56)가 있어, 지나온 길을 복습하게 한다. 과천역 7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정부과천청사역 7번 출구까지 오는데 6시간50분이나 걸리는 장시간 산행이었다. 정상 전 우회로를 이용해 1시간정도 더 소요되었고, 과천향교로 직접 내려가지 못해 1시간정도 초과해서 2시간정도를 더 걸리는 힘든 산행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5시간 정도의 산행을 계획했는데 차질을 빚었다.
7번출구 대각선 방향의 1번출구 인근 볼테기탕 음식점(17:07)에서 뒤풀이를 한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대구 볼 살(17:28)과 함께하는 소주 한 잔이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한 산우가 산행하기 좋은 몇 개의 산을 지정해 놓고, 돌아가면서 그 산만 다니자는 제안을 한다. 아직까지는 친구들과 더불어 좀 더 많은 산과 여행지를 다니며 추억을 쌓고 싶다. 이 마음이 내 개인의 욕심인지? 성찰(省察)해 봐야겠다. 친구들! 수고 많았습니다.
2013. 12. 04(水). 관악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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