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일주일 앞두고 타고 갈 배 세월호가 침몰되는 충격적인 참사가 발생한다. 제주도 산행계획을 다시 협의키로 하고, 한라산을 대신하여 가까운 삼성산(三聖山, 481m)을 오른다. 금년부터 정기 산행일자를 첫째, 셋째 수요일에서 둘째, 넷째로 변경한 것이, 우리 모임 6명의 생명을 구했다. 10시에 만나기로 한 서울대 입구로 가는 발걸음이 희생된 어린 꿈나무들로 인해 무겁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칼바위능선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멀리 인천에서 처음 오는 친구를 위해 쉬운 계곡코스로 변경한다. 호수공원→제1광장→제2광장(철쭉동산)→삼거리→깔딱고개→거북바위→정상→삼성산국기봉→삼막사→제4야영장→아카시아동산→호수공원→원점회귀 한다. 만남의 장소 관악산 도서관 앞(10:15)에서 다소 늦게 출발한다. 새로운 친구가 합산하니, 출발부터가 힘찬 에너지를 느낀다.
이산은 신라시대 때 삼성(三聖)으로 일컬어지는 원효. 의상. 윤필이 일막, 이막, 삼막 등의 세 암자를 지어 수도한데서 이름이 유래된다. 일막, 이막은 임진왜란 때 타버리고 삼막만 남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삼막사라고 한다. 많이 다녔던 등산로 입구(10:19)가 녹음으로 우거져 정겹다. 호수공원(10:30)을 옆으로 지나, 관악산 갈림길(10:32)이다. 우측 성주암으로 가면 입구에서 오르는 칼바위 능선과 만난다.
제2광장(10:39)에서 쉬고 있는데, 참석이 어렵지만 늦게라도 합류하겠다던 산토끼님이 오는데 이산가족이 만나기라도 하듯 반가워한다. 광장 옆이 철쭉동산으로 알았는데, 철쭉꽃이 안 보인다. 샛별님께서 좌측 길로 더 올라야 한다고 한다. 오래전 오늘 멤버가 주가 된 9명이 계곡다리 위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 찍고, 숲속 데크계단(10:55)을 오른다. 옛날 약수터가 있었던 삼막사 삼거리(11:21) 갈림길이다.
6년 전에는 마지못해 친구가 좋아 왔는데, 이곳 갈림길에서 우측 제1야영장 방향으로 가서 마당바위를 올랐다. 오늘은 젊은 시절에 많이 올랐던 깔딱 고개로 오르는데, 양 옆에 산철쭉(11:25)이 반겨준다. 그 때는 흙길이어서 미끄러워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돌계단과 데크로 되어, 쉽게 제1깔딱고개 능선(11:40)에 도착한다. 높은 능선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니, 호압사에서 오는 깔딱고개 삼거리(11:47)이다.
지난번에는 호압사 능선으로 와 삼거리에서 위로 보이는 국기봉(11:48)을 몇 명만 올랐었다. 오늘은 정상 옆에 있는 삼성산(삼막사)국기봉만 오르려고 오솔길로 우회(11:53)하여 편하게 간다. 오솔길이 끝나는 능선(11:58)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깔딱 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거북바위 위 암릉에서 관악산과 삼성산의 조망을 즐긴다. 맑은 날씨이지만, 미세먼지로 관악산 정상(12:03)이 희미하다.
우측으로 가려는 삼성산의 정상인 통신 탑(12:06)이 손짓한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통제되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개방되어 옥상에서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배려했다. 2년 전(‘12년2월)에 산악회 따라 와서 처음 알게 된 멋진 코스를 친구들한테 소개해줄 생각을 하니 기쁘다. 거북바위에서 하산할 이정표(12:13)를 지나, 통신 탑으로 가던 차도로 오르다가, 위쪽 등산로(12:14)로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통신 탑 아래가 나온다. 왼쪽으로 오르려하면 거북바위에서 올라오는 포장도로와 만난다. 철제 계단(12:22)을 오르면 구축물 옥상이 삼성산의 정상이다. 아직까지 많은 산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듯, 단체 인증 샷을 찍어줄 사람조차 없다. 서울대 방향(12:25)을 비롯한 사방의 조망이 탁 트여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관악산의 정상을 배경으로 각각 인증 샷(12:26)도 .....
국기봉 가는 능선을 타려면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 통신탑 울타리(12:31)를 C자형으로 돌아간다. 암릉으로 가다 식사 겸 제주산행에 대한 산중회의(12:40~14:00)가 열린다. 5월 첫 산행 일에 비행기로 가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차액까지 완불하여 주니 고맙다. 저만치 멀리 보이는 국기봉(14:05)까지 환상적인 코스가 펼쳐진다. 첫 번째 우회했더니, 넓은 평지(14:17)가 식사장소로 적합한데...
통신 탑에서 600m 온 지점의 국기봉 밑 사거리 이정표(14:18)가 왼쪽은 안양으로 가는 상불암(200m)이고, 우측은 국기봉(200m)을 다녀와 삼막사(500m)로 하산할 방향을 제시한다. 앞에 우뚝 솟아오른 암릉(14:20)을 젊은 산객은 거침없이 오르면서 우리 일행보고는 위험하니 우회하라고 한다. 한번 다녀 온 경험이 있어, 편안한 두 번째 우회 길(14:22)을 선택해 삼막사(삼성산) 국기봉 앞에 다다른다.
난간이 설치된 짧은 암릉(14:25) 뒤에, 삼막사 국기봉이다. 통신 탑 아래 정상이 개방되기 전에는 이곳이 삼성산 정상을 대신한 것으로 보이는 표시석(14:27)이 세워져 있다. 각기 멋진 포즈로 인증 샷(14:30)을 한 장씩 남기는데, 오늘 처음 온 인천친구가 앙증맞은 포즈로 모두를 즐겁게 한다. 어떻게 그러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까! 초딩 친구들과 같이 하다 보니, 그 시절의 순수함이 묻어 나왔을까!
아무튼 하루 종일 우리를 즐겁게 해준 표정은 오래도록 화제가 되며 추억이 될 것이다. 삼막사 풍경(14:39)을 보며, 그 곳으로 내려가 거시기를 찾는 일만 남았다. 한 여친이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삼성산에서 거시기를 꼭 닮은 바위를 보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내어준 숙제를 풀러간다. 등산로와 경내 칠성각으로 오르는 계단이 만나(14:49)서 50m 올라 삼막사 남녀근석(14:51)을 찾았다.
도 민속 문화재 3호인 남녀근석은 2개의 자연 암석의 모양이 남.녀의 성기를 닮았다. 여근석의 중심에는 누가 물을 부었는지, 물이 흔근히 고여 있다. 바위를 만지면 순산하고, 가문의 번영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면 이뤄진다고 많이 찾아와 치성을 드린다. 암벽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상(14:55)은 칠성각 안에 모셔졌다. 많이 다녔어도 삼막사 경내는 처음으로 천불전(15:04)등을 두루 보고 일주문(15:11)으로 나온다.
하산코스는 모두 서울대 입구를 원해 원점회귀하기로 한다. 거북바위로 오르는 길에 마애부도(15:17)를 보니, 젊었을 때 부질없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부도인 줄도 모르고 안에 돌을 던져 넣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지금은 부도함을 상자로 덮었고, 하단에 돌을 던지지 말라고 관리도 하고 있다. 거북바위로 돌아와 서울대 방향 이정표(15:21) 따라 숲속 데크(15:23)로 하산한다.
젊은 시절 인근에서 살아, 휴일이면 새벽에 대형 플라스틱 물통을 넣은 배낭을 메고 이곳 무너미고개 갈림길(15:47)약수터까지 와서 물을 받아 갔던 추억의 장소를 지난다. 제일 많이 걸었던 등산로인 관악산으로 오르는 제4야영장(16:14)과 아카시아 동산(16:26)을 지나며, 한동네에 살았던 인천친구와 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살다보니 기회가 없어 많이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같이 하자고 하니, 쾌히 승낙해줘 천군군마를 얻은 듯 기쁘다. 호수공원(16:39)에 들려 오전에 철쭉동산에서 보려고 했다가 못 본 철쭉꽃을 보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한라산 산행을 다음차로 미루고, 오랜만에 갖은 6명의 산행은 그 숫자만큼 웃음과 즐거움이 많았다. 신림역 6번 출구에 있는 맛 집(17:41)으로 이동하여, 섞어찜, 콩나물국밥, 양푼보리밥, 이슬이, 뽕 술로 우정을 더 깊게 한다. 친구들! 수고 많았고, 다음은 제주에서...
2014. 4. 23(水). 삼성산 산행을 마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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