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지형이 병목처럼 입구는 작은데, 안에는 깊고 넓다 하여 이름 지어진 안양 병목안으로 간다. 인기명산인 수리산의 들머리 또는 날머리가 되어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입구의 시민공원에서 15분정도 오르는 음식점에서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한다. 처음 수리산 산행에서 길을 잘 몰라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본 성지 아래에 있는 음식점으로 생각되어 먼 곳이지만 낯설지 않다.
< 수리산 성지 위치도 >
< 14:00, 수리산 성지 순례자 성당 >
음식점(삼거리마트)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11-3번: 잠실↔창박골)를 탔더니만 1시간15분정도 걸리는 장거리이지만, 안양역에서는 4km로 가깝다. 식사 하면서 배가 아파, 대충 마치고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온다. 전에 산행하며 보았던 성지 순례자 성당을 찾아간다. 그때 당시에는 바쁘게 내려오다 보니, 길가에 있는 성당만 보았었다. 그 후에 성지임을 알고는 궁금했었는데, 오늘은 두루두루 돌아보기로 한다.
< 14:03, 순례자 성당 입구 및 안내표시 >
< 14:05, 성당 들어가는 현관 >
이곳은 조선후기(순조~헌종)에 천주교 신자로서 수리산 일대의 주민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인심을 순화하고 상부상조와 만민평등의 사상을 몸소 실천하다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때 순교한 최경환(1804~1839, 세례명:프란치스코)성인, 그의 가족들, 그 외 순교한 교우들의 거룩한 순교정신을 기념하는 성지라고 한다. 성당입구에 성지임을 알리는 표시석에 담배촌이라는 문구가 있어 그 유래를 본다.
< 14:06, 계곡 건너편 성례 마리아집(피정, 식당) >
< 14:08, 체험 십자가의 길 입구 >
신도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담배 밭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가며 사는 이곳 작은 마을에 이주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양지바른 산비탈을 개간하여 담배를 경작했다고 하여 담배촌이라 칭한다고 한다. 계곡 건너편에는 식당이나 피정 와서 이용하는 성례 마리아집이 있다. 성인 최경환(崔京煥)의 아내이자, 최양업(崔良業, 토마스)신부의 어머님이신 이성례(1800~1840, 세례명:마리아)순교자의 이름을 붙였다.
< 14:10, 최경환 성인 고택(생가터) >
< 14:10, 고택(생가터 기념) 성당 >
순례자 성당 위로 오르니, 왼쪽 계곡 건너서는 체험십자가의 길이자 성인의 묘소 가는 길이고, 곧장 오르면 성인의 생가터 고택성당이다. 충청도 홍주 다락골(현 충남 청양군 화성면 농암리)에서 태어나신 성인은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거친 후에 이곳 담배촌에 정착해 다섯 아들과 함께 생활한 집터이다. 2006년 고택을 완공하여 내부에 작은 성당을 마련하여 매일 성인과 그 가족을 기리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14:10, 사무실 앞 미사 안내 >
< 14:12, 십자가의 길 입구 계단 >
성인은 성경 독서와 교리공부를 열심히 하여, 교리 지식에 해박했고 강론에도 뛰어난 모범적인 생활을 하셨다. 또한 가난하면서도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었고, 절약을 통해 동냥을 주는 것을 좋아하셨다. 성당 사무실이 고택성당 내에 있어 미사시간 및 찾아오는 길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밑으로 내려와 굳은 신앙으로 이 땅에 피 흘리신 모든 순교자들을 생각하며 걷는 체험십자가의 길로 들어선다.
< 14:14, 입구에는 수리산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도 >
< 14:14, 십자가의 길 제1처:예수님께서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 >
입구에는 수리산 정상 태을봉으로 가는 등산로 이정표를 보니 반갑다. 이곳에서 직접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이 있는 듯하다. 입구에는 성지순례를 온 대형버스 10여대 이상이 있더니만, 곳곳에는 신자들이 그룹을 지어 기도, 묵상, 휴식을 하며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본다. 신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까운 발안성당에서 560명(버스 14대)이 오셨다고 한다. 가파른 언덕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다.
< 14:17, 중앙은 십자가의 길, 좌우는 직접 오르는 길 >
< 14:20,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제13처와 제14처 >
성지순례 오신 신자들이 10여명씩 팀을 이뤄 1처부터 기도를 드린다. 중앙은 십자가의 길로 기도드리며 오르는 길이고, 양 옆은 직접 오르는 계단이다. 신심이 깊지 못해 한 번도 14처를 향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린 적이 없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도 못하고 좌우의 길만 이용 한다. 성지가 협소한 원인도 있겠지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메고 올라가셔 못 박하시었던 골고다 언덕을 연상토록 한 것 같다.
< 14:22, 야외 미사 터 >
< 14:22, 최경환 성인의 묘 >
십자가의 길 기도가 끝나는 위로, 성인의 묘역 아래 소나무 숲에 반원형 야외 미사 터가 있다. 자연석을 이용한 타원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미사 터 중앙에는 제단을 설치했고, 이곳에는 500명까지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한다. 1839년 순교하신 성인의 시신은 여러 장소를 옮기는 어려움 끝에 성인의 둘째 형인 영겸씨 부자가 이곳에 안장하였고, 1984년 시성식에 즈음하여 성인의 묘역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 14:23, 성 모 동 굴 >
< 14:31, 십자의 길 아래 병목안 계곡 >
성인의 시성 3주년과 성모성년 개막 기념으로 성인이 묘 우측에 석 동굴을 만들고 여기에 성모상을 모셨다. 3개월여 작업 끝에 완성된 된 성모 석 동굴은 최경환 성인의 직계 후손들에 의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내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며, 서서히 내려와 식당으로 회귀한다. 입구의 다리에서 보는 계곡은 가물어 수량이 부족하지만, 일찍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성급하게 찾아 온 피서객들이 눈에 띤다.
< 14:35, 성례마리아 집 내려가는 길 >
< 14:55, 모임을 가졌던 식당으로 회귀 >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곡 따라 성례마리아 집을 들려, 멀리 보이던 서울외곽순환도로 고가 밑으로 내려가 잠깐의 성지 순례를 마친다. 전혀 생각지도 안했기에 카메라도 준비하지 않아, 핸드폰으로 찍다보니 사진도 선명치 않다. 기대에 반해 실망만 안겨준 식당에서 식사 중에 배가 쌀쌀 아파 여흥시간을 같이할 컨디션이 아니었다. 살짝 빠져 나와 홀로 찾았던 성지의 1시간이 앞으로 나의 신앙생활에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2014. 6. 15(日). 수리산 성지를 다녀와서 .....
'살아가는 이야기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자와 남한산성에 올라 음식점서 식사한 후 버스타고 내려오다 (0) | 2016.12.27 |
---|---|
아침 산책길에 본 올림픽공원 9경, 몽촌토성 산책로, 조깅코스 (0) | 2016.06.18 |
어린 시절의 겨울 이야기 (0) | 2013.12.22 |
어느 청명한 가을날 식사 후 소풍을... (0) | 2013.11.21 |
그리운 어린시절의 가을 (0) | 2013.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