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국내여행

비운의 왕인 단종의 능, 장릉을 찾아 떠난 강원도 영월 여행

leepuco 2015. 10. 9. 07:27

  단종(端宗)의 애환과 김삿갓(김병연)의 풍류가 깃들어 있는 강원도 남단에 위치한 영월로 가을 여행을 아내와 함께 떠난다. 영월은 이웃에 살다가 오래전에 내려와, 2의 고향이 된 지인이 살고 있어 처음 찾기 시작한 곳이다. 이후에는 이 고장에 명산이 많아 등산을 왔다가 스쳐 지나가듯 많이 찾았다.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유를 가지고, 당일 코스로 시간 허락하는 곳 까지만 관광키로 한다.

                      < 영월(寧越)읍 시내 관광 지도 >

                      < 10:30, 영월시외버스 터미널 >

                  < 10:38, 터미널 맞은편 영월 서부시장 >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상경하는 버스 예매(18:00)부터 하고 일정을 시작한다. 건너편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던 서부시장이 바로 앞에 있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몰라, 나중에 들려도 되지만 첫코스로 간다. 현대화된 건물 안에 들어선 재래시장으로 입구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에는 온통 메밀전병을 부치는 작은 분식점들이 많다. 천정의 명품소나무 사진들이 충절의 고장임을 말한다.

                          < 10:38, 입구에 즐비한 음식점들 >

                      < 10:41, 예진네 분식집에서 전병 등을 >

                     < 10:50, 주문한 메밀전병과 녹두 빈대떡 >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부부가 정겹게 전을 부치는 가게에서 일반전병과 백년초가 들어간 전병 그리고 녹두 빈대떡을 가볍게 먹고 장릉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아침식사를 일찍 하고 와서 시장기를 느껴서 일까? 아무튼 지금까지 먹어본 전병과 녹두전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니, 영월시내가 넓지 않아 장릉과 청령포는 걸어서 다닐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

                    < 11:05, 서부시장 나와 우측 차도 따라 >

                  < 11:12, 창절사, 창절서원(彰節祠, 彰節書院) >

                       < 11:28, 장릉 노루 조각공원 >

  서부시장을 나와 우측 차도 따라 가는데 도로명이 단종로이다. 영월의료원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서니,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세조에 의하여 피살되거나, 절개를 지키었던 충신들의 위패가 모셔진 창절사가 있다. 이어서 단종의 능과 노루에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오는 넓은 연못이 있는 장릉 노루조각공원이다.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엄흥도는 시신을 수습하여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오른다.

                       < 11:29, 조각공원에는 노루들이 >

                    < 11:34, 장릉 주차장(무료)과 능 표시 >

                    < 11:34, 관광안내소, 매표소, 정문 >

  눈이 많이 쌓여 모실 곳을 찾지 못하다가 노루가 놀던 자리에 눈이 녹아 쉬어 가기로 한다. 일어나려는데 지게 목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모신 곳이 지금의 장릉이다. 장릉에 도착하여 시간을 체크해 보니, 곧장 오면 20여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두 곳이나 구경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비공개를 제외한 37기의 왕릉이 입장료를 받는데, 두 곳만 1,000(영월:1,400, 여주: 500)이 아니다.

                     < 11:37, 단종 역사관(옆은 재실) >

             < 11:44, 역사관 계단 위에 걸린 단종의 영정 >

             < 11:54, 역사관과 낙촌비각 사이로 왕릉 오르는 계단 >

  입장료는 비싸더라도 단종의 슬픈 넋을 위로하려는 관광객과 참배객의 행렬은 그 어느 왕릉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역사관에 들려 단종의 생애에 대한 공부를 하고 능으로 오른다. 역사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걸려있는 단종의 영정을 보니 더 애절하다. 영월 군수이었던 박충원이 노산묘를 찾은 일에 대한 사연을 기록한 낙촌 비각과 역사관 사이로 있는 왕릉 올라가는 계단 따라 오른다.

                 < 11:58, 숲속을 지나 능선으로 가면 능침이 >

                      < 12:00, 장릉(莊陵, 6대 단종의 능 >

                      < 12:02, 장릉(莊陵) 능침 앞에서 >

  능선 숲길을 지나자 바로 능침공간이 나와 이상하다 했더니, 제향공간은 저 아래에 있다. 순서가 바뀌어 능침을 먼저 보고 뒤돌아서서, 제향공간으로 내려가는 길 따라 간다. 단종(端宗, 1441~1457)은 제5대 문종의 아들로 1452년 문종이 재위 24개월 만에 세상을 뜨자, 1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의 출산 후유증으로 출산 후 하루 만에 승하 하였다.

                          < 12:10, 홍살문과 제향 공간 >

                         < 12:25, 수연이 피어있는 연못 >

                  < 12:28, 엄흥도(嚴興道)의 정여각(旌閭閣) >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세조)이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자, 세조에게 왕위를 내주고 상왕이 된다. 사육신의 복위운동 실패로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청령포로 유배된다. 강물이 범람하여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긴 후 사약을 받고 승하한다. 정여각은 호장이었던 엄흥도가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三族)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강물에 버려진 시신을 수습해 암장하여, 그 충절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세웠다.

                 < 12:38, 소문난 장릉 보리밥 집에서 점심을 >

                 < 13:01, 보리밥(7,000) 식단과 동동주 >

                    < 13:58, 선돌입구, 소나기재 정상(320m) >

  장릉을 나오면서 아무리 보아도 전에 먹었던 보리밥집이 기억이 안나, 관리 직원에게 묻는다. 좌측에 있어 찾아 갔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다른 집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기다리는 시간이 긴 점심이었다. 식사하며 지인에게 다녀간다고 전화했더니, 당장 나오시겠다고 한다. 승용차로 남은 관광까지 시켜주겠다고 하니, 농사일 가을걷이로 바쁜 시기인데 괜히 전화한 것 같아 미안하다.

                       < 14:00, 선돌로 가는 숲속 데크 >

                            < 14:03, 선돌(立石) >

                        < 14:06, 선돌을 배경으로 >

  장릉 정문 앞에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선돌을 보기 위해 소나기재(320m)로 오른다. 오후 일정은 택시를 타고 선돌, 청령포를 보고, 터미널로 돌아와 서부시장 옆에 있다는 청산회관에서 곤드레 밥을 먹고 상경하려 했다. 택시 보다는 지인이 승용차로 안내하니,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편하니 감사할 뿐이다. 등산 왔다가 청령포와 선돌까지 들렸다갔는데, 잊고서 다시 오니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가보다.

               < 14:40,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은행나무 >

                          < 14:55, 왕방연 시조비 >

              < 14:59, 나루터 위 공터에는 큰 건축물이 >

  우뚝 솟아 있는 선돌 바위는 서강(西江)의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수령이 가장 오래된(1,000~1,200년 추정) 천연기념물 제76호인 은행나무 위로 영월의 진산인 봉래산(蓬萊山, 800m)이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별마로 천문대가 있고,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이 있어 하늘을 날아 내려온다. 시조비는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 15:00, 청령포 행 나루터는 장사진을 이루고 >

                 < 2008. 11. 9. 청령포 나루터에 있는 안내도 >

                < 2008. 11. 9. 나룻배를 타고서 바라본 나루터 >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 없어 청령포를 바라보면서 시조를 읊었던 곳이라 한다. 강 건너 외곽에서 청령포를 먼저 본 후에 배를 타려 했다. 장사진을 이루어 2008년도에 다녀온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남쪽은 층암절벽으로 막혀 있고 동서쪽은 남한강 상류의 지류인 서강(西江)이 흐르고 있어, 배가 아니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특수지형으로 배를 타고 청령포로 가야한다.

                    < 2008. 11. 9. 청령포 안에 있는 안내도 >

                         < 2008. 11. 9. 단종어소(端宗御所) >

                        < 2008. 11. 9. 어소 옆 소나무 숲 >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된 단종이 유배되어, 그 해 여름 홍수로 강이 범람하여 처소를 객사인 관풍헌(觀風軒)으로 옮길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입구의 안내도를 보고는 단종어소(端宗御所)부터 들린다. 임금이 머물렀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있던 사랑채가 있다. 밀납 인형으로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소 주변에는 수백 년 동안 자란 거송들이 숲을 이룬 울창한 송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 2008. 11. 9. 관음송(觀音松) >

                       < 15:20, 지인의 집에 도착하여 >

              < 15:29, 지인의 집에서 산책하며 위에서 본 마을 풍경 >

  천연기념물 제349(수령 600)인 소나무는 단종의 유배 당시의 모습을 보았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하여 관음송(觀音松)이라 한다. 한양을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 탑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 그리고 유배 당시 세웠다는 금표비(禁標碑) 등도 돌아보았는데, 당시의 사진이 없다. 당일로 올라가려던 계획은 접게 되고, 승용차는 김삿갓면(옛 하동면)에 위치한 지인의 집으로 향한다.

                        < 지인이 찍은 한반도 지형 사진 >

                         < 지인이 찍은 국장 재현의 모습 >

                 < 8:00, 서부시장내 영월 전통 해장국을 하고는 >

  지인이 이사 오며 심었던 정원수들은 거목이 되어 놀라게 한다. 병풍처럼 둘러싼 덕가산(832m) 암벽 아래를 산책하며 마을을 조망하니, 아래는 강이 흐르는 명품마을에 지인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에 가까운 지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무궁화 꽃이 피는 시기에 가야 찍을 수 있다는 한반도지형의 선암마을, 18년 전에 갔을 때보다 많이 변했다는 김삿갓 유적지, 신선이 머물고 갔다는 바위 요선암,

 

  지인이 추천하는 단종문화제 때 치러지는 국장의 모습 등을 보기위해서라도 다시 영월에 와야겠다. 묘호를 받지 못한 연산군과 광해군을 제외한 임금 중에 국장을 치루지 못한 유일한 왕이기에 국장을 재현하고 있다고 한다. 명품마을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 1박의 힐링 여행이 되도록 한 지인에게 감사를 드리며 오래도록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15. 10. 4(). 영월 여행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