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다가온 겨울추위가 년 말을 일찍 맞은 것 같아서 인지, 예정된 산방의 스케줄이 성원미달로 취소가 많이 된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 40여일 이상 산행을 못한 아내와 함께 연인산(戀人山:1,068m)을 가기로 한다. 오래전부터 다녀오자고 계획하였던 곳이기에, 선뜻 동참은 하는데 걱정이다. 도중에 힘들면 바로 내려오자고 하면서, 사부작 초보산행을 하기로 한다.
산행코스는 백둔리 장수코스로 올라 소망능선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로 정한다. 사전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미리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출발한다. 잠실(7:25)→대성리종점(8:25)→가평행기다림(30분간)→청평버스터미널(9:02)→시외직행버스 가평도착(9:12-9:25,1,500원)한다. 기다리던 환승버스, 가평행(1330-2)이나 목동행(1330-3)의 배차간격은 30분이상인 듯하다.
더 기다리지 않고 조치를 취하였기에 터미널에서 9시35분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이제는 가평행 버스가 없다면, 교통이 편리한 청평까지 가서, 춘천행 직행(강원고속, 진흥고속)을 이용해야 하겠다. 여름철 성수기 때 배낭으로 줄을 세우고, 기다렸다 탑승하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좌석도 못 채운 버스는 백둔리 등산로 입구(10:05)에 내려준다.
비박을 하겠다고 큰 배낭을 짊어진 어느 팀과 연인교를 같이 건넌다. 등산로 안내판은 보이지 않고, 시골마을로 진입하는 기분이다. 폐교가 된 백둔 초교를 지나, 물소리가 차갑게 들리는 계곡을 따라 계속 오른다. 주위는 최근에 지은 펜션들이 아름답게 꾸몄지만, 오래된 민가들을 더 초라하게 만든다. 등산로 입구인 초우쉼터(10:16)가 나오면서 산을 찾아 온 듯하다.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몸속까지 파고들어 추위를 느껴, 산행 준비도 미루고 걷는다. 안내판(도립공원)이 있는 들머리는 보수 중에 있다. 명지산의 일부(우목봉)를 가평군이 공모에 의해 1999년 연인산으로 바꾸고, 명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본다. 가파른 소망(깊은)능선을 피하여 1.9km나 긴 장수능선을 택하여 조심스럽게 오른다. 넓고 수량이 많은 계곡을 지난다.
공모한 아름다운 이름으로도 유명해졌지만, 봄철이면 장수능선과 연인능선에 피는 철쭉꽃이 장관을 이룬다. 가평군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매년 5월 하순이면 철쭉꽃축제를 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백둔리 자연학습장(10:28)을 지나, 소망과 장수능선의 삼거리에 도착(10:30)한다. 왼쪽 방향에 있는 초보자도 오르기 쉽다는 장수능선(10:32)으로 오른다.
입구는 잡초가 우거진 좁은 통로이나, 잠시 후 잣나무, 참나무 등이 울창한 숲속 편한 길이 나온다. 추위를 안 느끼기 시작해, 산행준비를 하고 오른다. 침엽수 낙엽이 뒤덮인 길은 딛는 발을 편하게 해준다. 주위는 이끼긴 나뭇가지가 있고, 길을 막고 있는 쓰러진 나무를 건너고 아래로 지나는 원시림 같은 숲속이다. 서서히 경사도를 올리더니 한동안 깔딱이 계속된다.
깔딱이 끝나면 정상을 3.8km(쉼터에서 1.6km 지남)남겨둔 삼거리 능선(11:15)이다. 거칠어진 호흡을 조절하며 과일을 먹으면서 5분간 쉬어간다. 아무리 우회하는 쉬운 길이라도 1,000m이상의 산을 오르기는 쉽지가 않다. 능선 길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조망이 트이며 주위의 봉우리들이 눈높이를 맞춘다. 철쭉 터널 길(송학봉)이 20여분(11:35-11:55)간 계속된다.
작년 이때쯤 남양주에 있는 서리산을 아내와 함께 올라서도 철쭉축제 때 간다고 했는데, 못가고 한곳을 더 추가한다. 장수능선 갈림길(12:15)에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시계를 보니 정오가 지났다. 정상은 아직도 1.9km 남았기에, 우선 초콜릿과 음료수로 보충하며 5분간 휴식한다. 휴식하며 고사한 나무를 감싼 이상한 버섯을 찍어본다. 장수봉(879m, 12:31)에 도착한다.
육산이란 소문대로 부드러운 흙길이지만, 산행의 묘미를 느끼도록 잠깐 암릉 길(12:41)이 나온다. 900m 남긴 정상을 다녀온 후 하산할 소망능선 삼거리(12:54)이다. 소망능선으로 올라온 젊은 커플은 진흙길이 녹아 미끄러워 고생했다고 하면서 우리가 온길 사정을 물어본다. 하산코스를 마일리로 바꾼다. 참나무 고사목은 죽어서도 천년이라는 주목과는 차이가 많다.
정상을 400m 앞둔 능선아래의 장수 샘(13:05)은 식수의 부족함을 해결해 준다. 멀리서 흰 눈이 나뭇가지에 있는 봉우리를 보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 부분이 정상 오른쪽이다. 갑자기 우박이 내린다 했는데, 나무에 있는 얼음 꽃이 녹아 바람과 함께 날려 온 것이다. 일종의 상고대라고 보아도 될 듯싶다. 왼편 아래에는 조그마한 연인산장(13:21)이 다녀가라 손짓한다.
3시간 20분 만에 정상(13:25)을 밟으니, 표시 석에‘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인 듯싶다. 각 방향 이정표 중 명지산(6.7km)방향에서 지난번 산행 시 보았던 아재비고개를 다시 본다. 오랜 굶주림에 지친 산모와 관련된 슬픈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녀온 명지산, 화악산 방향 산세가 운무로 희미하다.
마일리로 가는 능선 왼편으로 무인 연인산장이 있고, 건너편 넓은 고지는 헬기장이다. 연인산장으로 내려가 점심을 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내려가는 산장 옆 벤치가 옛날 길수와 소정에 관한 아홉 마지기 조밭으로 여겨진다. 화전을 일구는 길수와 참판 댁에서 종처럼 일하는 소정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연인산장에서 점심(13:40-14:10)을 한다.
연인산장 실내는 1/3정도가 잠을 잘 수 있는 마루이고, 2/3정도는 난로가 와 약간의 테이블이 있는 바닥으로 되어있다. 마루는 나이든 어른들이 삼겹살에 술 한 잔씩 하고, 어느 젊은이는 선발대로 온 듯 혼자서 밤을 지새울 준비를 한다. 연인산장 위로 보이는 정상을 보고, 옆에 있는 샘터도 둘러본다. 능선에 다시 올라 하산하며, 헬기장(14:24)에서 정상을 바라본다.
마일리로 내려가는 우정능선 길(14:38)은 방화선 정리 작업이 잘되어있어 신작로같이 넓다. 산의 흙 색깔은 검은색을 띄며 비옥해서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자란다고 한다. 봄과 가을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우정봉(906m, 14:57)에서 이정표를 보니, 마일리까지 남은거리는 3.9km로 멀게 느껴진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경사가 완만한 낙엽 쌓인 연인 길은 계속된다.
왼편으로 울창한 잣나무 숲(15:16)이 이지역이 가평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나무가 굵고 큰 조림지에 감탄한다. 두 번째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막힌다. 리본을 찾아서 숲을 끼고(15:37) 좌측으로 하산한다. 재난관리 비상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나무모양 탑(15:40)에 파란 가지를 달았다. 우정능선으로 올랐다가 연인능선으로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많다.
탑이 있는 곳이 우정고개 갈림길 사거리로 가는 길이 다양하다. 산행기점은 북면의 백둔리, 하면의 마일리, 승안리의 용추구곡 세 곳이 있고, 연계코스는 명지산의 아재비고개가 있다. 용추구곡에서 청풍능선, 연인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는 오르기만 5-6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사거리에서 편안한 도로는 잠시 뿐, 도로개설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너덜지대와 같은 험한 길이다.
15분정도 힘들게 내려오면 마을이 있어, 버스정류장까지 거리를 묻는다. 10여분 걸으면 되는데 막차가 6시로 하루에 현리까지 세 번 운행된다. 산장에서 듣던 것과 같이 교통이 불편함을 느낀다. 택시를 정류장에서 부르기로 하고 포장길로 내려온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삼거리는 작은 대기실(16:25)만 있을 뿐, 아무도 없다. 내려오는 승용차에 자연스럽게 손을 든다.
산행하고 돌아가는 젊은 커플이 현리까지(승용차:10여분거리) 태워줘, 쉽게 귀가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산행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쉽게 응해준 젊은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산행시간 6시간20분(산행거리: 약13.1km)동안 힘들어도 완등해준 아내한테도 고맙다. 이번 산행이 아픈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어, 자주 동반산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마친다.
‘09. 11. 28. 연인산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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