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주자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읽는다. 17년 전(1993년 화차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 일본은 이미 플라스틱 시대의 전성기를 맞아 발생되는 문제점을 소설 속의 주인공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많은 고객 가입을 위해, 가판대를 설치하고 작은 선물과 함께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기억이 새롭다.
높기만 하던 금융기관의 문턱은 신용사회를 구현한다는 미명아래 카드의 출시와 함께 모든 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듯했다. 이후 은행, 백화점, 음식점, 호텔 등 무수히 많은 플라스틱 카드의 홍수시대를 맞는다. 지갑을 열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카드 들, 옆에서 보기만 하여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번 카드를 이용한 사람들은 그 한 장의 위력에 깊이 빠지게 됐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고, 현금이 필요하면 현금까지 제공하는 요술카드였다. 여기에 소비를 조장하는 기업체의 판촉 광고는 갈수록 구매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옛날 우리나라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란 말이 있듯이, 우선 구매를 한다. 결제일이 다가오면, 그렇게 문턱을 낮추었던 금융기관들은 굳건한 벽으로 변한다.
주위에서 우리는 흔히 카드로서 카드를 막는 사람들을 흔히 보아왔다. 수많은 카드를 이용해 그 결제 일자를 뒤로 미루는 임기응변의 수단이다. 결국에는 친구 간 상호보증으로 고금리의 대출을 일으켜 막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급기야 친구를 잃게 되고, 모두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카드를 발급할 때 친절하던 금융기관 직원들은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다.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안보이면, 부실채권 회수 전문기관에 회수 의뢰나 채권매각을 한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달림을 받게 된다. 이른 새벽부터 잠자리에까지 전화나 방문으로 괴롭힘을 당했다(후에 밤에 회수 활동을 금하도록 시정). 처음 정착하는 과정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만들어진 신용사회 구현에 서민들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희생양이 되었다.
지금도 제도상으로 많이 보완되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남아 있다. 아직도 카드의 마력에 빠져 불량자로 전락해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신용사회 구현에 희생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는 장편소설이다. 좀 더 일찍 많은 사람들에게 이소설이 읽혀졌다면, 지금과 같이 많은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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