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이야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손미나

leepuco 2010. 7. 2. 05:23

 다음 달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일정이 계획되자 딸이 책 한권을 주며 읽고 가라한다. 우리가 브라운관을 통하여 친숙하게 보아오던 아나운서가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란 책이다. 아무래도 여행하는 나라를 미리 알고 관광을 하는 것은 그만큼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 주리라 기대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아나운서로서의 안정된 생활만 추구하고, 변화가 없으면 죽은 삶이나 같다고 갑자기 스페인 유학길에 오른다. 대학원에서 1년간 석사과정을 밟으며 보고, 느끼고, 경험하였던 바를 사진과 함께 재미있게 글로 썼다. 보통 명소의 사진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주는 여행책자가 아니다.


  힘든 석사과정의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베이비시터도 마다하지 않고 고생하며, 나이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많은 나라 젊은이와 만난다. 틈틈이 유명한 곳을 찾아가 소개도 하며, 스페인 사람들이 대체로 보수적으로 고집불통이며, 시간 안 지키는 것, 자존심을 내주지 않는 국민성을 엿보게 한다.


  절대 다수가 믿고 있는 종교와 신앙과도 같은 축구에 대해서는 맹목적임을 보여준다. 정열적인 투우에 관련된 이야기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된 집시의 춤 플라멩코를 잘 표현하고 있다. 생활에서 겪은 경험담은 책에서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한다. 세네갈 흑인 신사의 호의와 오해, 배가 뒤집혀 표류 중 구출,


  경찰서 기자실습중 공포탄 소리에 차 바닥으로 숨는 일, 클럽에서 동성으로부터 프러포즈 받고 깜짝 놀란 일, 지중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가 있는 친구네 별장에서의 생활, 바다낚시에서의 사고, 고 안익태의 부인인 로리타 와 만남, 몬주익 언덕의 분수 등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유럽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이기도 하며, 한때는 전 세계를 지배했던 태양의 제국을 여러 지인들과 어울려 단체로 가는 패키지여행이 되어 아쉽다.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 사전에 달래 보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작은 일까지 신경을 많이 써 주는 딸이 고맙다.


- 책 속의 주요 글,  구절을 정리해 보면 -

∎ 화려한 여인 같은 이 나라. 아름답고 정열적이지만 왠지 남모르는 비밀을 감추고 있을 것 같은 신비로움 때문에 한번 사랑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여인 같은 나라. 나의 스페인, 나의 마드리드는 9년 전 내가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의 풍경도,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빛깔 고운 하늘도, 크고 강렬한 태양도, 모두가 여유 있고 낙천적인 듯한 거리의 풍경도.


∎ 혹자들은 투우경기가 인간의 ‘결혼’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그 설에 의하면 소는 남자를 의미한다. (지금은 소를 사육하지만, 원래는 야생의 소를 잡아다) 남성상을 뽐내며 마음껏 여자들을 범하고 원하는 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살던 야생의 투우는 신랑, 화려한 복장으로 물레따(붉은색 천)속에 에스빠다(긴 칼)를 숨기고 투우를 유혹해 결국 무릎을 꿇게 만드는 투우사는 신부, (.....) 투우경기는 신혼 첫날밤이라는 것이다.


∎ 이 성당을 가우디 사후에 다른 건축가가 계속 이어 짓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도시 사람들 중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다른 작곡가가 완성했단 얘기 들어 봤어? 이 성당도 가우디가 죽었을 때 거기서 공사를 마무리했어야 더욱 가치가 있었을 거라고 봐. 미완성된 작품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건대 왜 그걸 다른 사람이 완성시키려 하는 건지.....


∎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 축구는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와도 같다. 전체 국민 중 90퍼센트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스페인에서는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지를 묻는 법이 없다. (.....) 일요일에 성당에 나가 미사에 참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묻는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좋아하느냐 아니야는 그들에게 전혀 필요 없는 질문이다. 어느 선수, 어느 팀을 좋아하느냐, 혹은 얼마나 자주 축구장에 가느냐 하는 것이 화재에 오른다.


∎ 잠시 후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고 한 쪽 귀에 붉은 꽃을 꽂은 여자 무용수가 등장해 발을 구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격렬하게 춤을 추면 출수록 노래를 부르는 남자들은 점점 피를 토할 듯 한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무대가 무너져 내릴 듯 강하게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무용수의 얼굴 표정은 마치 굿판에서 춤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무당의 그것을 떠 올리게 했다. 실제로 플라멩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의 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