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인‘무지개 원리’를 읽고서 알게 된 차동엽 신부님의 최근의 저서 ‘바보 존’을 읽는다. 얼마 전 다니는 성당에서 가졌던 저자의 특강을 듣고서 읽으니 더 이해와 감동이 빠르다. 우리가 성장하여 오면서 흔히 들어오고 친숙해진 단어이면서도, 늘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왔던 용어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정리가 된다.
어린 시절에 부모께서 운영하던 조그마한 가게 일을 도와드릴 때, 항시 들어오던 말씀이 생각난다. “장사는 10원을 보고, 10리를 간다”와 “장사를 할 때는 어수룩해야지, 똑똑하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이다. 당시는 너무 어려서 그 뜻을 잘 몰랐지만, 살아오면서 스스로 삶을 통하여 알게 된다. 이 책은 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수필 형식으로 되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러한 바보들이 성공한 사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들도 하나같이 이러한 바보 정신에 근간을 두고 훌륭하게 되었음을 일깨워준다. 여러 분야의 업종에서도 세대를 이어가면서 가업을 물려받는 장인(匠人)정신도, 자주 주고받는 대화에서 등장하는‘허허실실’도 바보 정신임을 말하여 준다.
우리가 뉴스를 통에서 접하던, 년 말이면 자선냄비에 거액을 넣는 익명의 기증자, 불우 이웃이나 학교 장학기금에 써 달라고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는 행위자체도 상식을 벗어나는 바보행위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바보처럼 살아야 함을 알면서도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망각하고 살아 온 것이다.
바보 안에 내재되어 있는 12가지 블루칩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을 제시한다. ①상식을 의심하라. ②망상을 품으라. ③바로 실행하라. ④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⑤큰일을 작게 여겨라. ⑥미쳐라. ⑦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⑧황소걸음으로 가라. ⑨충직하라. ⑩투명하라. ⑪아낌없이 나누라. ⑫ 노상 웃으라.
- 책 속의 주요 글, 구절을 정리해 보면 -
∎ ‘축기 복 많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축기’는 바보를 지칭한다. 그러니 이는 ‘바보는 복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바보가 복 받을 짓을 해서 그 복을 누린다’는 의미도 여기서 배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바보의 부족함을 측은히 여기고 위에서 특별히 채워주시고 보태주시고 보살펴주신다’는 뜻이 더 강하다. (18쪽)
∎ 바보는 패러독스다. 바보는 특유의 허허실실로 반격을 가한다. 왜? 바보는 사차원 셈법을 쓰니까. 시공(時空)에 매이지 않는 발상으로 사니까. 이런 연유로 바보는 세상의 짐인 것 같은데 종국엔 최후의 승자가 된다. 바보는 손해 보는 것 같은데 결국 남는 장사를 한다. 바보는 불행한 것 같은데 행복하다. (21쪽)
∎ 바보 리더십의 선례는 일찍이 중국에서 발견된다. 유비는 오늘날 덕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데 그는 늘 전투에 패했으며 그 패배는 그의 무능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비는 패할 때마다 고향 사람들 앞에서 미안하다며 크게 울곤 했다. 사람들은 이 때문에 유비가 인의롭다고 여겼고, 그래서 유비가 패전할 때마다 오히려 그를 높이 받들었다. 무능력한 멍청이 유비의 바보스런 눈물이 추종자를 끌어 모아 그를 출중한 인의(仁義)의 리더로 꼽히게 했다. (41쪽)
∎ 16세기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는 자신의 도발적인 책 ‘우신예찬’에서 ‘자연적 바보’와 ‘의도적 바보’를 구분하여 다루었다. ‘자연적 바보’는 사리판단 능력이 모자란다. 통상 그는 순진한 얼간이다. 악의도 없다. 이에 반하여 ‘의도적인 바보’는 어릿광대와 같이 바보의 가면을 쓰고 자신이 뜻한 바를 관철시키려는 사람을 가리킨다. 의도적인 바보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은 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들을 풍자적으로 속 시원히 떠벌린다. (74쪽)
∎ 바보라는 낱말이 지닌 부정적인 의미를 우리는 단순히 부인할 수 없다. 바보는 ‘밥보’라는 말에서 나왔다. 밥만 축내는 ‘밥통’이라는 뜻이다. 이는 ‘식충이’라는 낱말하고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바보’의 일차적이며 통상적인 정의다. (102쪽)
∎ 바보는 눈치가 없다. 눈치가 없는 것은 때로는 메가톤급 강점을 지닌다. 우리는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얼마나 많은 선한 신념을 접어야 하며, 얼마나 많은 꿈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눈치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불안해해야 하는가. (167쪽)
∎ 대한민국 국보급 바보 1호, 온달. 요즘엔 그 역할이 유아방이나 유치원으로 이전되었지만, 한국인이라면 ‘바보’온달 이야기를 어렸을 적 엄마 품에서 듣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교훈담이었기 때문이다. 온달은 집이 매우 가난하여 항상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했다. 해진 옷과 떨어진 신으로 걸어 다녀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놀렸다. 그럼에도 온달은 자신을 놀려대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다. (186쪽)
∎ 바보는 속내를 감출 줄 모른다. 바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쉽게 들킨다. 이는 약점인 듯하지만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 생각의 투명성 앞에 사람들은 허를 찔린다. 그래서 순진무구함에 공감하고 전율하고 물든다. 나아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들과 바보들은 진실을 말한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192쪽)
∎ 바보는 히죽히죽 웃는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다. 바보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바보는 현재가 즐거울 따름이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냥 재미있고 신난다. 현재 자신의 손에 주어진 것이 하염없이 만족스럽고 감사한 것이다. (210쪽)
∎ 바보는 숫자 개념에 약하다. 바보는 양의 계산에도 젬병이다. 그러기에 바보에게 ‘하나’가 꽂히면 그것은 곧 그의 ‘우주’가 되고 만다. 바보에게 ‘한 사람’이 꽂히면, 그 한 사람은 이제 흡사 지상 최후의 1인으로 여겨질 공산이 짙다. 얼마나 위험하고도 감동적인 비약인가. 이리하여 바보가 지닌 천재적 환원(還元) 논리의 귀결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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