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아산만과 삽교천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고향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두 방조제 사이 길 언덕위로 보이는 첨탑만 보고, 한동안 무심코 지나쳤다. 이후에 이야기를 듣고 이른 봄에 찾았는데, 고풍스러운 작은 본당과 주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봄만 되면 그 멋진 그림이 떠올라 몇 번 더 찾곤 했다. 지금도 그 풍경이 생각나서 지난 사진을 들춰본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의 본당은 바닷가와 인접해 있어, 옛날 선교사들이 포구에 상륙해 전교 활동을 하기 좋았던 지리적 위치에 있다. 그래서인지 고향에는 지금도 가톨릭 신자가 많고, 인근에는 건물양식이 같은 합덕성당이 있다. 서울 방향에서 아산방조제를 지나자마자, 인주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동네 길로 오른다. 주차장 언덕위에 핀 봄꽃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처음에는 동네의 민가를 교회로 사용하다가, 현재의 본당은 1922년 10월8일 완공되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아담한 본당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위에는 300년 된 느티나무들이 오랜 세월동안 성당과 함께 하였음을 보여준다. 이 고딕양식의 성당은 명동성당과 합덕성당(145호)등 전국에 몇 개 안된다고 한다.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144호이다.
성당 건물은 고딕 첨탑 양식으로 아담한 규모이며 천장과 창문 등은 아치형을 기본으로 하고 유리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건물이 아름다워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모래시계, 에덴의 동쪽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본당 입구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은 아담한 크기로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이다.
성당을 나와 오솔길에는 예수의 수난을 표현한 14처가 있다. 이 길을 십자가의 길이라 하며, 성당 주위를 감싸고 있다. 흥선 대원군의 병인박해 시기(1866년~1871)에 인근에서 순교한 32명을 기리기 위한 순교자 현양비가 세워져 있다. 벚꽃이 활짝 핀 높은 곳에 오르니, 옛날에 바다였음을 말해주는 평야가 보인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곳 공세리는 조선시대에 아산, 서산, 청주, 옥천 등 39개 고을의 조세를 조운선을 이용하여 서울의 경창으로 보내던 공세 곶고지가 있던 곳이라 한다. 본당 아래로 내려오면 우측에 피정의 집 가는 길이 있다. 많은 신자들이 전국에서 피정을 오고 있어 넓은 피정의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고 있어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성당이 고향 가는 길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가끔 외국에 나가 관광을 하다보면 코스 중 빠지지 않는 곳이 성당이다. 대규모성당에서 부터 작은 규모까지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미 고려하고 있겠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이제는 봄철만 기다려 갈 것이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 가 봐도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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