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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 정덕환 외

leepuco 2011. 8. 16. 21:15

  늦게 시작한 등산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는데, 내 몸을 망친다는 쇼킹한 책 이름이 관심을 끈다. 젊은 시절, 일 년에 한두 번 다녔던 상식만 가지고 산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모하였음을 책을 보면서 인식하게 된다. 산에 오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선배 산우들로부터 산행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고, 이를 그때마다 실전에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중의 일부는 정리와 입증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바쁘게 살아오다가 어느 날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연하게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한 등산(‘08.4.15)이 현재 산을 자주 오르게 한 동기가 되었다. 그동안 산행 기록을 정리하니,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 85, ‘한국의 산하인기명산 20(100대 명산과 중복되지 않은 27개중), 백두대간 수차례, 기타산행 등을 포함 182회가 된다. 3년이 조금 지났으니, 평균 1주일에 한번 이상은 등산을 했다.

 

  처음에는 가까운 산을 혼자 오르다가 이제는 주로 산악회 산우들과 멀리지방에 있는 명산을 주로 찾아 간다. 산행을 하다보면 자의이든 타의이든 홀로 걷을 때가 많다. 이런 때일수록 찾아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크게 다가온다. 주로 겪었던 사례들을 보면 갑작스런 신체적 변화, 소나기로 인한 천둥과 번개, 깊게 파여진 멧돼지의 흔적, 정해진 등산로에서의 이탈, 부주의로 인한 부상 등이다.

 

  산을 좋아하는 3인의 산악인 의사가 안전한 산행을 위한 정보들을 의학적인 면으로 정리한 바라고 있던 도서이다. 내 몸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산을 찾을 수 있도록 건강과 산행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책이다. 읽으면서 미처 몰랐던 산행지식이나, 잘 못 알고 있었던 부분을 별도로 정리해 보았더니 새삼스럽게 많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을 올라야 하기에 책을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야겠다.

 

 

- 책 속의 주요 글, 구절을 정리해 보면 -

1. 성급한 마음은 등산에서 절대 금물이다. 천천히 산을 오르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도 눈길을 주는 느긋한 태도가 심장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등산은 심폐 기능을 좋게 하는 유산소 운동이다. 하지만 심장이 무리할 정도의 고 강도 등산은 심장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때문에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저 강도의 등산을 하고, 등산 중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20)

 

2. 무리한 등산은 관절을 망칠 수 있다. 무릎 관절은 우리 몸에 있는 187개의 관절 중에서 가장 크며 강한 근육과 인대가 붙어 있어 몸무게를 거뜬히 지탱하지만 손상을 입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근육이 약해지면 인대에 더 많은 부담이 가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이는 통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무릎에 손상이 발생하는 것이다.(23)

 

3. 히말라야 8,000m14좌를 완등 하는 등 세계의 내로라는 고산 준봉의 정상에 오른 산악인 엄홍길 씨가 소년 시절부터 수도 없이 올라 어머니 산이라고 부르는 도봉산을 신중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중략> 어제의 산이 오늘과 다르고 산은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이므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26)

 

4. 발바닥 전체에 몸무게를 싣고 허리로 중심을 잡고 무릎으로 걷는다는 기분으로 걷는다. 발 앞부분에만 몸무게를 실어 걸으면 다리 근육에 무리가 올뿐만 아니라 체력 소모가 빨라진다.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뎌야 힘이 적게 들고 자세도 안정된다. 오르막인 등산로에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하지 않은 내리막과 오르막이 공존하기에 가능하면 굴곡이 없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발바닥 전체를 디딜 수 있는 곳을 골라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3)

 

5. 산을 타는 것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지친 몸으로 등산을 하는 것은 몸을 방전시키는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력이 방전되면 쉽게 재충전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피로한 상태라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체력이 바닥나지 않게 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은 상태로 아침 일찍 등산을 간다면 피로가 쌓여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그런데도 꼭 등산을 하고 싶다면 가벼운 등산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39)

 

6. 벼락은 강력한 전류이기 때문에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어도 똑 같이 감전될 수 있다. 문제는 스틱의 소재가 아니라 높이이다. 물체를 위로 치켜들면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스틱 위치가 나무나 바위 등 주변의 물체보다 높을 경우 곧바로 벼락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산에서 벼락을 만나면 높은 장소는 피하고 스틱과 철제 장비를 몸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벼락이 칠 때 배낭에 취사연료를 지니고 있는 것은 폭약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 <중략> 폭발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여 화상 사고로 이어 진 적이 있다. (42)

 

7. 등산화를 고를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든지 자신의 발 크기에 맞고 발가락이 편하게 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 모양에 맞지 않는 등산화를 오래 신으면 티눈,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눌리는 부위에 굳은살 등이 생기는데 이는 보행을 불편하게 하고 심한 경우 수술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예후가 그리 좋지 않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45)

 

8. 등산이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요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등산만 한 운동이 없다고 추천한다. 등산을 생활화하는 인도 산간 지방의 주민들은 요통이 거의 없다는 조사도 있다. 등산을 하게 되면 몸의 무게와 중력이 허리에 실리면서 척추 뼈의 골밀도를 높이고 척추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47)

 

9. 등산을 하다보면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등산 중에 물을 마시면 금방 지친다는 것인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사람이 생존 할 수 있는 ‘333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은 공기 없이 3, 물 없이 3, 음식 없이 3주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52)

한꺼번에 많은 량보다는 조금씩 여러 차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신다. 갈증을 느끼거나, 입이 마르거나, 소변이 마렵지 않다거나, 소변 색깔이 짙어지면 충분히 물을 마시지 않은 의미.

 

10. 술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그러면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심장은 더욱 힘차게 뛰고 자연스레 혈압은 높아진다. 음주로 인한 이러한 현상은 이미 산을 오르며 지쳐있는 심장에 더욱 무리를 주게 되어 심장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하산 후에 즐기는 음주 역시 등산으로 지쳐있는 심장이 쉴 여지를 빼앗는다. 이 상태에서 찜질방으로 직행하는 것은 혈관 확장을 가중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도 타격을 받는다. (59)

 

11. 등산을 많이 하면 다리 근육이 발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지 두꺼워진다는 것은 아니다. 걷기, 조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등산을 하면 지방이 감소되고 다리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붓기가 빠져 오히려 탱탱하고 날씬한 다리를 만들 수 있다. ‘연약한 다리가 아니라 생기 있는 다리를 만들어 준다. (65)

 

12. 나뭇가지, 식물의 가시, 돌부리 등이 즐비한 산길을 맨발로 걸으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 쉽다. 또 경사가 많은 산에서 뒤로 걷다 잘못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중략> 산에 가면 나무의 기운을 얻는다면서 온몸을 나무에 부딪치는 사람이나, 팔을 몸 앞뒤로 휘저으며 박수를 치면서 오르는 사람도 종종 보게 되는데 이 역시 권하고 싶지 않다. 일시적인 마사지 효과로 잠시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척추 골절이 생길 수 있으므로 나무에 몸을 부딪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71>

 

13. 저체온증이나 탈진으로 구조된 사람의 배낭에는 먹을 것이 많다는 공통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산에서 음식을 먹는 첫 번째 수칙은 바로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운동인데 장시간 산을 오르내리면 식욕이 억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먹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몹시 지쳐서 입맛을 잃게 되고 만다. 또한 탈진한 상태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잘되지 않는다. (91)

 

14. 등산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호흡이 중요한데 등산 시 호흡법은 마라톤의 경우와 비슷하게 복식호흡을 통하여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중략> 복식호흡을 할 때는 들이 쉴 때 배를 부풀리고 내 쉴 때 배를 홀쭉하게 한다. 산행을 할 때는 복식호흡을 유지할 정도의 보행 속도를 지켜야 몸이 지치지 않는다. (96)

 

15. 흔히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굳이 차이점을 설명하면 하이킹(hiking)은 자연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 야외 활동을 일컫지만 국가 간에 의미의 차이가 있다. 트렉킹(trekking)은 인도나 네팔 같은 산악지형에서의 하이킹을 말하고, 백팩킹(backpacking)은 산악지형 같은 험준한 곳에서의 수일 간 트렉킹을 의미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하룻밤 동안의 하이킹을 뜻하기도 한다. (99)

 

 

16. 산행 중 비가 많이 올 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두 가지 길이 있으니 계곡으로 난 길과 바윗길이다. 계곡은 갑자기 물이 불어나 휩쓸리기 쉽고 바위는 물기와 이끼로 미끄러워 낙상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중략> 꼭 계곡을 건너야 할 상황이라면 철제 구조물 등 안전 시설물이 있는 곳이나 상류의 얕은 곳을 선택하도록 하며 자일을 확보한 뒤 건너도록 한다. (160)

 

17. 평지보다 고도가 높은 산은 벼락이 내릴 확률이 높다. 산의 정상이나 능선, 노출된 암벽은 특히 위험한 곳이다. 벼락을 피하는 최선책은 계곡처럼 능선 상에 움푹 들어간 곳으로 피하는 것이다. 혼자 서 있는 큰 나무 아래로 대피하는 것은 나무가 피뢰침 역할을 하므로 매우 위험하며 같은 높이라면 평지에 설치된 텐트라도 똑같이 위험하다. (162)

 

18. 멧돼지는 자극을 하지 않는 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지만 새끼를 거느린 멧돼지는 예민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무엇보다 침착해야 한다. 대부분 등산객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고 스스로 놀란 나머지 달아나다가 실족해 다치는 사고를 당한다. 황급히 달아날 경우 오히려 멧돼지의 공격본능을 자극하게 되므로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멧돼지의 눈을 주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략> 멧돼지는 시력이 좋지 않으므로 우산 등을 펼치면 바위로 착각해 멈춰 서고 빨간색을 싫어한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175)

 

19. 인식표란 연락처, 주소, 이름, 생년월일, 병력(본인이 가지고 있는 병명, 복용하는 약물 등)을 적은 것이다. 인식표는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해서 사고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구조자가 응급 처치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신상자료이다. (190)

 

20. 등산화를 구입할 때에는 발이 부은 저녁에 두꺼운 등산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 요령이다. 크기는 등산 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손가락 하나가 들어가는 정도가 적당하다. 양발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양쪽을 다 신고 큰 쪽 발의 크기를 기준으로 맞는 것을 고른다. (195)

 

21. 계절에 관계없이 피부 노출이 심한 반팔과 반바지는 좋지 않다. 여름에는 독충과 잡목, 화상 등에 직접 노출될 위험이 있고 봄, 가을 , 겨울에는 급격한 체온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옷을 입을 때는 두꺼운 옷을 한두 개 입는 것이 아니라 얇은 옷을 여러 겹 덧입는 일명 레이어드 스타일로 입어야 훨씬 보온성이 높고 효율적이다. (201)

 

22. 스틱의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오히려 허리와 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등산용 스틱은 허리를 곧게 펴고 어깨를 살짝 낮춘 상태에서 가장 편했을 때의 길이로 맞추어야 한다. 때문에 사용자의 신장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데 대체로 팔꿈치를 구부려 팔의 내각이 90도 정도가 되게 했을 때가 알맞다. 스틱의 길이는 경사도에 따라 다르게 조절해야 한다. (213)

 

23. 등산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산행 전 준비운동을 워밍업이라고 부르는 것과 반대로, 산행 후 정리 운동은 쿨링 다운이라고 부른다. 정리 운동을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강도 높은 운동에서 혹사당한 근육이 풀리고 근육통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체내에 쌓인 젖산이 축적되지 않고 원활하게 배출돼 피로가 풀린다. (229)

 

24. 흔히 쥐가 났다라고 표현하는 증상은 의학 용어로 수분 경직을 뜻한다. 급작스런 통증과 마비를 동반하는 수분 경직은 근육에 무리가 갔을 때 많이 생기는데 특히 초보 산행자들이 많이 겪는다. 초보뿐만 아니라 숙련자도 예외는 아니므로 등산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수분 경직을 예방하도록 한다. (256)

 

25. 흔히 알고 있는 민간요법으로 쥐가 났을 때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찔러 피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감염의 위험이 있고 신경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쥐가 났을 때의 치료 방법은 휴식을 취하는 것, 온찜질을 하는 것, 서서히 주물러주고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조심스럽게 스트레칭 하는 것 등이다. (257)

 

26. 경련이 일어났을 때는 신발, 양말, 허리띠를 벗기거나 풀어서 경련이 일어난 부위를 느슨하게 한다. 땀에 젖은 옷은 갈아입고 여분의 옷을 덧입어 차가워진 근육을 따뜻하게 해주고 스포츠 드링크 같은 이온 음료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땀과 함께 방출된 칼슘, 비타민, 마그네슘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일 등을 먹는 것도 좋다. 경련이 잦아들면 경련이 일어난 부위를 중심으로 마사지해주고 스트레칭해서 근육을 이완시킨다.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