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등산의 계기를 부여해준 친구들과 2번이나 올랐던 도봉산(道峰山, 740m)으로 그들과 함께 추억의 산행을 한다. 그때는 마지못해 이끌려 뒤 따라갔는데, 지금은 리딩해 오르자니 책임감과 함께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태풍 너구리가 북상하면서 한때 내린다는 비예보가 신경을 쓰게 한다. 혹서기(7월과 8월)산행은 피하는데, 지난번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천둥번개로 둘레 길을 먼저 다녀와 순연 되었다.
< 오늘의 산행코스 개념도 >
< 등산로 안내도 >
< 9:07, 만남의 장소 도봉산역 >
건강이 안 좋은 바다님과 산토끼님이 빠진 4명(봉황님, 샛별님, 거북이님, 푸코)이 도봉산역에서 9시에 만난다. 공지한 코스는 천축사→마당바위→정상→오봉→여성봉→송추로 하산이었으나, 날씨와 여러 상황이 무리가 되어 추억의 코스로 변경한다. 친구들과 첫 산행은 도봉역에서 원통사까지 올라, 무수골로 하산했다. 두 번째는 망월사역에서 민초샘과 Y계곡을 거쳐 신선대 아래서 도봉탐방센터로 하산했다.
< 9:21, 도봉 탐방지원센터 >
< 9:22, 북한산 국립공원 환영 조형물 >
< 9:24,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산지구 표시석 >
두 번째 올랐던 코스를 역으로,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행키로 한다. 날씨가 더워 만남의 시간을 평상시보다 1시간 앞 당겼는데도, 들머리까지 걸어가는데 땀이 쏟아진다. 서울 근교산 중에서 제일 아늑하고 정겨운 풍경인 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국립공원 환영 조형물에서 단체 인증 샷을 찍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명지산 산행이 힘들었기에, 오늘은 가까운 산에서 사부작 산행키로 한다.
< 9:26, 첫 이정표는 북한산 둘레길과 함께 >
< 9:32,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분소 >
< 9:42, 우이암과 자운봉 갈림길 >
북한산 둘레길 표시와 함께 한 이정표가 있는 국립공원 도봉분소 건물 앞에서 최종 산행준비를 마친다. 정상까지 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이면서 된비알이 많은 오늘 코스를 오르기 위해 지난번 산행 후기를 읽어 보니 벌써 2년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이산을 올랐다고 기억되어, 작년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세월의 빠름을 실감케 한다. 우이암과 자운봉 갈림길삼거리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간다.
< 10:19, 전에 없던 데크 계단이 길게 >
< 10:24,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
< 10:28, 경사 급한 돌계단은 계속되고 >
태풍 너구리가 북상하면서 열대의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 올려 폭염주의보(30도이상)까지 내려져, 조금만 움직여도 무더워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여기에 나무 잎사귀마저 꼼작하지 않고 있으니 계곡이 찜통이다. 2년 전에 없던 데크가 길게 설치되어 산행을 편하게 한다. 갈림길 삼거리에서 천축사 방향으로 이동하며, 이번에는 천축사로 올라가 경내를 둘러보리라 생각하며 돌계단을 열심히 오른다.
< 10:36, 천축사 일주문 >
< 10:41, 천축사 오르는 계단 >
< 10:42, 사찰입구에 모셔진 부처님들 >
지난번 산행 시 없었던 천축사 일주문이 세워진지 얼마 안 되었음을 알리 듯 단청(丹靑)이 되어있지 않다. 학창시절에도 한번 지나쳤었고, 요즈음 산을 다니면서는 산악회 따라 가다보니 두 번 정도 오르지 못했던 계단을 오른다. 오르자마자 사찰 입구에 모셔진 수많은 부처님들이 잠시 놀라게 한다. 웅장한 선인봉을 배경으로 울창한 수목 속에 있는 조용하고 경관이 뛰어난 천년고찰 천축사(天竺寺)이다.
< 10:44, 대웅전과 우뚝 솟아 있는 선인봉 >
< 10:50, 천축사 대웅전을 배경으로 >
< 11:28, 마당바위에서 휴식 >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에 의상대사가 수도하면서 현재의 자리에 옥천암 이라는 암자를 세웠다. 1398년 조선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후 왕위에 올랐다하여 절을 새롭게 고치고 천축사라 했다. 인도 승려 지공이 나옹화상에게 이곳의 경관이 천축국의 영축산과 비슷하다하여 천축사라 부르게 된 유래가 전해진다. 대웅전을 바라보는 쉼터에서 20여 분간 휴식하고는 마당바위로 올라가 또 쉰다.
< 11:37, 마당 바위 위 이정표 따라 >
< 11:50, 넓은 등산로를 옆에다 두고 >
< 11:56, 마지막 된비알 구간 >
넓은 바위 틈사이로 자라나는 소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시내를 조망해 보며 쉬어간다. 쉴 때마다 각자 준비해 온 과일로 땀으로 배출된 에너지를 채워 보지만 체력은 자꾸만 떨어져 간다. 단체로 온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인증 샷도 주고받는다. 이정표 따라 오르다가 능선 윗길보다 옆 숲길이 넓어 보여 갔다가, 그만 우회하는 알바를 한다. 이제 정상을 목전에 두고 된비알 구간이 시작된다.
< 12:36, 계단을 힘들게 올라 >
< 12:42, 신선대 오르는 철제 난간 >
<12:55, 신선대 정상, 포토 존 >
마지막 데크 계단을 힘들어 오르면서 입었던 옷을 보니, 속옷은 물론 겉옷까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 흘러내린다. 아무리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어도 일반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인 신선대(725m)를 철제 난간을 잡고 오른다. 정상에 서니 건너편으로 보이는 북한산과 함께 서울의 명산임을 입증한다. 땀 흘리며 친구들과 고생해 올랐던 만큼, 어느 때보다 보람과 기쁨이 크다.
< 12:59, 신선대(725m) 정상에서 >
< 13:04, 사실상 최고봉인 자운봉(740m) >
< 13:04, 선인봉과 함께 수락산과 불암산 조망 >
화강암의 우람한 기암괴석들과 주위에 있는 산들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사실상의 최고봉 자운봉(紫雲峰)과 아래에 위치한 선인봉(仙人峰) 그리고 가려서 안 보이는 만장봉(萬丈峰)이 도봉산을 대표하는 바위들이다. 선인봉 아래로는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 숲과 그 위로 수락산과 불암산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평일이어 단체 인증 샷을 못 찍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
< 13:05, Y계곡입구와 포대정상 >
< 13:19, Y계곡 일방통행 현수막 >
< 14:19, 식사 후 산행 하자마자, 소나기가 시작된 숲 >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산할 코스 Y계곡 입구와 끝나는 지점의 포대 정상이다. 주말과 공휴일은 포대정상 방향에서 일방 통행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6년 전에는 겁 없이 친구들과 통과했지만, 오늘은 평일로 제한이 없지만 무리라 생각되어 우회키로 한다. 그 때 없었던 친구들은 Y계곡을 잘 몰라 의아해하며 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우회코스로 내려가다가 숲속에서 점심(13:30~14:15)을 한다.
< 14:19~14:56, 소나기를 만난 포대능선 구간 >
< 14:56, 망월사(500m) 갈림길 포대능선 >
< 15:14, 낙뢰위험지역 안내판 >
식사를 마치는데 갑자기 숲속이 어두워지더니, 배낭 매고 몇 발자국 옮겼을 때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포대 능선으로 나오자, 천둥 번개가 가까이서 치는데 모두 몸을 자신도 모르게 움츠린다. 헬기장과 민초샘 갈림길 능선에서는 정도가 심해져, 나도 모르게 능선 아래 작은 숲길로 가고 있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송추까지 갈 것 같아, 방향을 바꿔 치고 올라 갔더니 계획된 망월사 갈림길이어 반가웠다.
< 15:15, 망월사 이정표 >
< 15:17, 망월사(望月寺) 대웅전 >
< 15:17, 영산전(靈山殿)과 도봉산 주봉 풍경 >
등산안내도상, 민초샘에서 망월사 갈림길까지 700m를 낙뢰를 피한다고 숲길로 가길 잘했다. 망월사로 내려오며 있는 안내판을 보니, 왔던 포대능선이 낙뢰 위험지역 이었다. 500m 내려온 망월사 경내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망월사란 이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절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봉우리인 월봉이 있어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 15:44, 낙뢰발생시 행동요령 >
< 15:59, 두꺼비 바위는 예나 지금이나 >
< 16:22, 원도봉 계곡에서 피서를 >
많은 사찰 중에서 제일 크다는 망월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니 내리던 비도 소강상태다. 민초샘과 망월사 갈림길 삼거리에 있는 낙뢰발생시 행동요령 안내판을 읽는다. 산행 자제가 원칙이고, 큰 나무 밑, 산 정상이나 봉우리, 바위 등에서는 몸을 낮추고, 저지대, 우묵하게 파인 곳, 동굴 등 안전한 곳에 신속 대피한다. 비에 젖은 로프, 난간 등은 고압전류로 위험하니 잡거나 기대지 말고 옆 사람과 간격을 둔다.
< 17:00, 망월 탐방지원 센터 >
< 17:06, 북한산둘레길 보루길 >
< 17:17, 뒤풀이 식당 싸리골 >
두꺼비 바위를 지나, 산행의 피로와 낙뢰로 인한 스트레스를 원도봉 계곡의 흐르는 물에 씻어 날려 보낸다. 아내와 함께 용문산 능선에서 겪었던 소나기 보다는 덜한 정도였지만, 여름 산행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될 산행이다. 망월탐방센터를 지나, 북한산 둘레길 보루길과도 만난다. 망월사역 인근에 있는 싸리골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약 9km의 거리를 점심시간 포함 8시간10분(9:07~17:17) 소요되었다.
< 17:47, 자연산 버섯전골 >
< 18:36, 신한대학교(信韓大學校) 캠퍼스 >
< 18:37, 새롭게 단장한 망월사역 >
뒤풀이 식당에서 주문한 자연산 버섯전골은 몸에 좋은 음식이어서 인지 맛은 별로였다. 오랜만에 온 망월사역 주위는 바뀌어, 신흥대학교는 신한대학교가 되었고, 코너에 있던 엄홍길 전시관은 없어졌고, 전철역은 그 바람에 겉모양만 예쁘게 단장했다. 산행코스를 변경하여 일찍 끝나나 했는데, 산은 여러 변수들이 많음을 알려준다. 날씨도 덥고, 많이도 쉬고, 낙뢰로 가슴 조렸던 산행! 수고 많았습니다.
2014. 7. 9(水). 도봉산 산행을 하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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