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멋진 한라산의 설경을 오래 기억에 두고 싶은 마음과 다른 사정으로 인해 이번 주 산행은 쉬기로 했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쾌청한 봄 날씨가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오라 한다. 이제는 일요일이면 산에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아내와 함께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소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오늘의 산행은 사패산(賜牌山:552m)이고, 북한산 국립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같은 공원 안의 삼각산과 도봉산을 즐겨 찾는데 비하여 이곳은 그렇지 않다. 산행코스는 망월사역-원도봉계곡-덕제샘-망월사-포대능선-회룡사거리-사패능선-사패산정상-회룡사거리(회귀)-회룡사-회룡역 코스로 한다.
도봉산역에서 환승하며 무심코 앞 칸에 탔더니, 3번 출구까지는 많이 걸어야 한다. 10시에 1호선 전철 망월사역에 도착해 나오니 ‘엄홍길 전시관’ 건물이 반긴다. 조금 지나니 ‘신흥대학 정문’과 함께 두 곳이 만남의 장소이다. 동네 슈퍼에서 부족한 것 몇 가지를 구입해 배낭에 넣고 산에 오른다.
도봉산의 자운봉과 고가 외곽순환도로 보이는 등산로 입구는 낯설지가 않다. 작년 5월 초등학교 동창들과 한번 산행하였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망월사를 보고 싶다하여 이 코스를 택하였다. 고가 밑으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다리를 지나면 다락능선을 타고 포대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편 고가 밑으로 가니 원도봉 계곡 코스이다. 덕천사 와 대원사 입구를 지나 10시20분에 망월탐방 지원센터에 도착한다. 망월사까지 1.7km라는 이정표를 보며 서서히 오르면서 적응해 나간다. 원각사와 쌍용사를 지나니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입구에 있는 사찰만 네 곳을 지난다.
두 계곡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오른쪽 길은 원효사 방향이다. 왼쪽 망월사 방향으로 10분정도 오르니 바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작은 소리를 내고 옆에는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다. 머지않아 냇가에 버들강아지 필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계곡의 왼쪽, 오른쪽 길을 번갈아 다리로 통과하며 계속 오른다.
10시50분 두꺼비바위 옆으로 통과 한다. 여름에는 울창한 숲으로 가리어 잘 보이지 않더니 지금은 선명하게 보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기저기에서 시산제를 올리느라 바쁘기만 하다. 11시에 덕제샘에 도착하니 오랜 가뭄에도 두 곳의 약수 물줄기는 강하기만 하다. 땀 흘린 만큼 물맛이 시원하다.
처음 10분간 휴식을 취하며, 소진된 에너지를 초콜릿으로 보충한다. 바로 삼거리 이정표와 함께 양쪽이 포대능선으로 가는 길이지만, 왼쪽은 민초샘을 거쳐 자운봉으로 가고 오른쪽은 망월사를 경유해 사패산으로 가는 길이다. 11시20분에 망월사에 도착하니 규모면에서 도봉산에서 제일 큰 사찰임을 알려 준다.
신라 선덕여왕 때 국가안정과 삼국통일을 염원하는 도량으로 지었다. 월성(月城 :慶州)을 바라보면서 신라 왕실의 융성을 기원했다 하여 망월사(望月寺)라 했다. 대웅전으로 보이는 주 건물과 건너편으로 보이는 영산전과 도봉산 주봉의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많이 찍는다. 이곳부터는 처음 가보는 등산로다.
사찰을 벗어나 포대능선까지는 500m이지만 경사가 급한 계단 길로 힘이 든다. 11시45분에 포대능선에 이정표, 안내판과 산불감시 초소가 반겨준다. 이정표는 사패산이 자운봉보다 먼 2.3km나 되어 다소 실망이다. 안내판에는 포대능선(砲隊稜線)은 주봉인 자운봉에서 북쪽 사패산 방향으로 1.4km의 능선을 칭한다.
능선 중간에 대공포 진지인 포대가 있었다고 해서 불려 진 이름이라 한다. 정오에 오늘 산행중 제일 높은 봉우리(649m)에 오르니 멀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사패산 정상 모습을 줌으로 당겨 보았다. 또한 의정부 시내의 아파트 숲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에 오기 전 이름이 생소하여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사패(賜牌)’는 ‘궁가나 공신에게 종, 산판, 논밭 따위를 줌’ 이다. 등산로의 안내판이 보충설명을 하여 준다. 조선시대 선조의 여섯째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올 때 이산을 하사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애틋한 사연이다. 도봉산의 아름다운 풍경 바위들이 아쉬움과 함께 발목을 잡는다.
100여m 아래에 정상이 있어 내려감은 당연한데, 마냥 계단 길로 내려간다. 너무 내려가는 것이 아까워 옆에 오는 등산객에게 사패산 가는 길이 맞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그러나 두 개의 산을 구분하기 위하여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듯싶다. 거의 경계선이라 느껴지는 지점 회룡사거리에 12시25분에 도착한다.
몇 개의 작은 봉우리 능선을 넘으며 오른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건너편에 갓바위가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래로는 의정부 시내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을 밟을 때의 기분이 배가 되도록 이곳도 철제 난간과 함께 힘든 구간이 있다. 배꼽시계는 계속하여 알람을 울려오지만 정상에 오르고 하기로 한다.
12시50분에 드디어 정상을 밟는다. 오면서 보던 정상은 바위산으로 보기가 좋았는데 넓은 암장으로 평범한 야산의 봉우리 인 듯 착각하게 한다. 정상 표시석 대신 철제탑이 있고, 전망 포인트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산세가 너무 아름답다. 북쪽은 불곡산, 동쪽은 수락산, 서쪽은 송추, 서남쪽은 도봉능선이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와 양지 바른 바위에 앉아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비록 오천원(컵라면, 봉지 떡, 막걸리 1병 외)도 안 되는 조촐한 식사는 눈앞에 펼쳐지는 자운봉, 도봉능선, 오봉, 그리고 삼각산의 세봉우리들이 산해진미(山海珍味)로 바꾼다. 아내와 오순도순 이야기까지 하니 세상 부러워할 것이 없다.
숲이 울창하고 계곡에 물이 풍부하여서 인지 계곡 길을 철제 계단과 다리를 이용하여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보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정겹다. 그만큼 이 산은 그다지 험하지 않고 편안하다고 모두가 느끼는 모양이다. 등산은 이곳으로 하고, 하산은 다른 곳으로.....
돌담과 함께 내려오는 길에서 보는 사찰 측면 전경이 아름답다. 14시45분에 회룡사(回龍寺)에 도착하여 유래를 본다. 신라 신문왕 때 창건할 당시는 법성사(法性寺)였는데, 태종3년에 태조가 함흥으로부터 한양으로 환궁하다 되돌아가려는 것을 무학대사께서 당사로 초치하여 환궁한 사연으로 개칭되었다.
15시에 회룡탐방 지원센터에 오니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도를 보면서 오늘 산행코스를 복습하여 본다. 매주 산방에서 주관하는 산행만 하다 보니 매번 쫓아가기 바쁘고, 단체 활동이다 보니 산행중 개별적인 시간을 못 가진다. 앞으로는 둘만의 산행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회룡역까지 오는 시간이 시내길이면서 좀 지루하다. 아파트 사이 길로 오다보니 시계탑 시간은 15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산행은 5시간 30분이나 소요되어 당초계획보다 많이 초과 되었다. 뒤풀이는 집근처 ‘옛골 토성 오리집’에서 오리 1마리와 이슬이 1병 하니 인당 1만원의 비용원칙에 벗어났다.
‘09. 3. 1. 사패산 산행을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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