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서울 외곽지역 산행

천마산-마석쉼터,호평동 산행('08.10.19)

leepuco 2009. 4. 18. 04:20

   지난 여름날 뙤약볕 아래 산행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 다시 천마산에 오른다. 산방에 들어오기 전 이곳에 왔을 때, 가을단풍과 겨울설산이 더욱 아름다운 산이라 했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위하여 마석 쉼터휴게소에서 9시30분에 최종 집결한다. 오고가며 차창 밖으로 보던 쉼터는 생각보다는 큰 규모이다.

 

 

 

 

 다른 날에 비하여 다소 적은 10명이 함께 9시45분에 출발한다. 쉼터 왼쪽 차도를 따라 걷다보니, 가로수 은행나무 단풍과 어린 시절 시골 학교 길에 발로 차서 베껴먹던 무밭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제는 산에 오르기 시작하며 느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한 산우가 “오늘은 전산우의 간부화”를 외친다. 그동안 수고한 세 대장을 쉬게 한다는 배려다. 각자의 배역이 주어지며 ‘가을 천마산’의 드라마는 막이 오른다. 산행대장:향기, 중간대장:물안개, 후미대장:앨리스, 깃발맨:진달래, 찍새:나뭇꾼, 폭탄1:하이트, 폭탄2:벨라, 지나가는사람1,2:하늘사랑1,2, 푸코:총무.

 

 

 

  15분정도 차도를 따라 가면, 천마산 입구와 함께 천마산 군립공원 대문이 반겨준다. 각자 주어진 배역에 맞게 옷차림으로 바꾸고 반가운 산우들끼리 인사를 나눈다. 주일이면 만나는 산우들이지만 만날 때마다 즐겁고 오고가는 대화에서도 건강이 넘친다.  오늘도 안산, 즐산이 되기를 바라며 10시부터 산에 오른다.

 

 

 

  관리사무소 왼쪽으로 오르니 숲속 오솔길과 함께 가을을 느끼게 한다. 10시25분에 파란 구름다리가 사진 한 장씩 찍고 가라고 갈 길을 붙잡는다. 이 다리는 길이가 72m나 되는 긴 현수교로 지난번 왔을 때는 이름을 몰라 파란다리라 했는데, 오늘 ‘천마산구름다리’라는 것을 확인한다.

 

 

 

    심신수련장 광장 약수터 옆(10시40분)에서 15분간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 등으로 목을 축인다. 향기님이 준비한 찐 계란과 매실 음료수, 앨리스님이 사온 도너츠가 힘을 복돋아 준다. 작은 표주박은 손잡이 부분까지 채워져 양이 많고, 맛까지 더하여준다. 광장 주위에있는 숲속은 삼림욕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휴식과 에너지 보충을 하고는 깔딱 고개를 오르는데, 데크로 된 계단을 피하여 약수터 윗길을 이용하여 오른다. 10여분 숨을 가쁘게 몰아쉬니 능선이 나오며, 단풍이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난번 산행 시 내려오던 코스로 오르니, 완전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산은 오를 때가 더 그 매력에 빠지는 것 같다. 

 

 

 

  능선 길은 햇볕에 노출이 되며,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다. 일요일이라 등산객이 많아 겹칠 때는 흙길이어 약간의 먼지가 일기도 한다. 중간에 있는 멋진 소나무가 휴식을 취하게 한다. 후미대장 역을 맡은 앨리스님은 건강 때문에 오랜만에 참여하여, 끝까지 도움을 받으며 후미를 고수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능선은 평탄하지만은 않아 몇 번의 깔딱 고개를 넘고, 약간의 바위 길에 로프 줄과 철 구조물도 밟아야 하는 아기자기한 코스이다. 그러나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능선에서 두 번의 휴식을 하고는 무사히 12시35분에 정상을 밟는다.

 

 

 

  정상(812.4m)에서 이불을 펴고는 10명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지난번에 없던 태극기가 오늘은 바람에 펄럭인다. 약간의 안개로 인하여 마석 시내가 흐릿하게 보인다. 역시 산은 계절에 따라 또 누구와 같이 산행을 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과 즐거움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12시50분에 정상에서 이정표를 따라 샘터 방향으로 하산한다. 건너편 산봉우리가 완전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이 산은 가을이 되면 단풍이 그림같이 물든다.”라고 한 말이 실감난다. 거북바위에 앉은 두부부의 식사하는 모습이 옥에 티다. 그렇게 둘만의 장소가 필요하여 택한 것 일까!

 

 

 

 

  오늘 코스중 제일 난이도가 높다고 할 직 하강 바위 길이다. 20분정도 내려오니 샘터가 나오며, 인근에 점심을 위한 자리를 편다. 많이 준비한 음식들은 진수성찬이고, 여기에 두 산우가 직접 요리한 카레라면 맛과 오뎅이 첨가된 우동 맛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식사가 끝나고는 원시림 같은 숲속에서 여러 산우들이 나무 줄기를 잡고 스윙을 하면서 타잔이 되어본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가고 또 하나가 되는듯하다. 14시에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한다. 깊은 숲속에서 홀로 피어난 야생화가 아름답기만 하다. 

 

 

 

 

  계곡 길로 내려오는 코스는 새로운 코스로 단풍이 오늘의 백미(白眉)다. 이곳을 두고 멀리 단풍놀이를 갈필요가 없다. 모두가 추남(秋男), 추녀(秋女)가 되어 사진으로 남기기 위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눈으로 보고 가슴에 열심히 담아본다. 시선을 거둘 수가 없어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단풍지대를 지나니 이제는 삼림욕지대가 나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있는 전나무 숲에 이어 차도인 큰길이 나온다. 멀리 산속에 보이는 서울시 학생 교육원인 천마의 집 앞을 지나간다. 차도에서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이제는 잣나무 숲과 함께 쉴 수 있는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흐르는 계곡의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족욕을 실시한다. 벌써 계절이 바뀌었다고 오래 발을 담글 수가 없다. 동남아 여행 시 흔히 보던 닥터피시 물고기가 여기에도 있는 듯, 그만한 물고기가 사람이 그리운 듯 달려든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구에 있는 대문을 통과하니 16시로 6시간의 산행이다.

 

 

  입구에 있는 순두부 집에서 간단하게 뒷풀이를 한다. 옥외에 있는  평상 위에서 가을 산행을 정리해본다. 많이 준비하여 남은 음식의 그릇까지 비우면서 다양한 주류(막걸리, 동동주, 새로 나온 소주)의 맛을 경험한다. “우리가 남이가?-아니다. 음악과 산사랑을!-위하여”힘차게 외쳐본다.

 



                                      ‘08. 10. 19. 천마산 산행을 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