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한라산 설경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어느새 봄이 다가 왔다. 산방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오늘 정기산행을 시산제와 함께 한다. 이젠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린 산행의 시산제를 처음 보게 되어 궁금한 마음과 산우들과 같이할 즐거운 마음이 교차하면서 만남의 장소로 향한다.
7시20분에 만남의 1차 장소 복정역 3번 출구에서 반가움을 나누고, 다음 2차 장소 사당역에서 산행의 즐거움을 나눈 38명은 8시에 출발한다. 김포공항 입구에서 2명과 잠진도 입구에서 승용차로 온 2팀이 승차하니 48명이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호룡곡산(虎龍谷山:245m)이 있는 인천 무의도 섬으로 간다.
산행대장께서 오늘의 산행코스와 시산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다. 무의도(舞衣島)는 섬의 형상이 마치 아름다운 춤사위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코스는 잠진도 선착장-카페리-큰무리선착장-당산-국사봉-구름다리-호룡곡산-환상의길-하나개해수욕장(시산제)- 큰무리 선착장으로 회귀한다.
산 이름은 호랑이와 용이 격전을 벌였다는 설화에서 유래 되었고 한다. 크게 보면 북쪽은 국사봉(230m), 남쪽에는 호룡곡산이 있는 섬이다. 3시간정도의 어렵지 않은 코스이며, 하산하여 1년 동안의 무사고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주변의 섬 중에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실미도가 관심이 간다.
인천공항을 지나자 서해의 바다가 갯벌과 함께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요즘 가뭄이 계속되어 바다에 물이 없다’는 산우의 익살에 한바탕 웃으며 서로 마음을 나눈다. 9시15분에 선착장에 도착하니 일행을 태운 버스가 배속으로 들어간다. 버스도선료는 65.000원이며, 승선료는 인당 2.400원(단체할인) 별도이다.
잠진도까지는 2차선 차도가 연결되어 있으나, 무의도는 가까운 거리를 배로 건너게 하여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이 증가하는 듯하다. 선착장을 떠나 새우깡으로 갈매기들과 잠깐 인사를 나누면 내려야(4분정도 소요) 한다. 추운 바닷바람이 배낭속의 옷을 꺼내게 하지만, 바다여행을 겸하니 마음들은 마냥 즐겁다.
아쉬움과 함께 내린 무룡1호 카페리 안에는 승용차(도선료:20,000원)도 많이 있지만, 섬 안을 이곳저곳 돌아볼 수 있는 마을버스도 자주 운행된다. 큰무리 선착장 풍경은 이색적이어서, 멀리 지방에 있는 섬에 온 착각을 하게 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등산객과 유원지를 찾는 여행객들로 성시를 이룬다.
각자 산행할 준비를 마친 뒤, 원을 그리고 상호 인사를 나눈다. 많은 인원의 참석으로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볍게 몸을 풀고는 건너온 바다를 배경으로 단체기년 사진도 찍어본다. 언제나 새로운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낮은 산이라도 조심하여 안산 하도록 대장들의 배려는 계속된다.
9시35분에 선착장 위로 있는 등산로 나무계단을 오른다. 입구에는 봄의 소식을 진달래의 꽃망울이 전해오며, 얼었던 흙길이 녹아 질퍽거린다. 봄의 기운이 산 아래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다. 봄의 기운을 받으며 9시50분에 당산(87m)에 오르니, 추웠던 마음은 따뜻함이 되어 하나둘 옷을 벗게 되며 5분 휴식이다.
당산은 높지 않아도 사방이 모두 바다로 가슴이 탁 트인다. 실미도가 눈앞에 보이며 썰물 때는 걸어서 왕래도 가능하다. 당산은 흔히 말하는 뒷동산과 같아 나무로 된 계단으로 내려간다. 큰 차도가 나오며 왼쪽은 큰무리 마을, 오른쪽은 실미유원지 가는 길이다. 바로가면 국사봉으로 가는 사거리 실미고개이다.
실미고개의 안내지도를 보니 지금까지는 당산에 다녀왔고, 이제부터가 국사봉에 오르는 길이다. 10시10분에 국사봉이 1.4km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곳부터는 소나무 숲을 이루며 호젓한 오솔길이 시작된다. 수종에 따라 낙엽 밟은 감촉이 틀리다. 침엽수인 솔잎낙엽은 더 느낌이 좋아 발을 편하게 한다.
10분후, 헬기장과 체육시설이 있는 휴식처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700m 거리에 국사봉이 우뚝 솟아 있다. 오르면서 여산우가 “오늘따라 산행이 어려움이 없어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 옆에서 뒷동산이라고 했다”한다. 이 말은 들은 남 산우는 언덕이라 한다. 산과 자연은 오늘도 있는 그대로 우리를 반겨준다.
첫 번째 전망대에 이어 바로 위 두 번째 전망대가 정상 국사봉으로 10시50분에 도착한다.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큼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의 괴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덕적도, 소이작도, 선갑도, 소야도 등 섬들도 조망이 가능하나 해무(海霧)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남측 200m 되는 지점에 절터가 있어 옛날에는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산방의 시산제도 이곳을 택한 것 같다. 산 이름이 없다가 최근에 동호회에서 국사봉(國史峰) 이라하고 표지석까지 세웠는데, 전망대 테라스 밑에 가려 있다.
11시에 국사봉을 떠나 첫 번째 전망대까지 내려와, 이정표를 보고 좌측의 호룡곡산으로 향한다. 내려오면서 조망대(쉼터)에서 보니 내려가 시산제를 지내야 할 하나개 해수욕장과 모 방송국 ‘천국의 계단’ 드라마 촬영 세트장과 바다의 안전을 위한 경찰 배의 큰 선풍기 두 대가 후미에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돌이 많은 너덜길을 지나, 11시30분에 큰 차도 위를 건너는
전망대(쉼터)에서 잠깐 쉬면서 샘꾸미 마을과 광명선착장의 모습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디카에 담는다. 인천공항 개항 전부터 정기적으로 인천에서 운행되는 여객선이 하루에 한번 운행된다고 한다. 직접 노선은 없고 여러 섬을 순회하며 이곳까지는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금은 큰무리 선착장에서 평일에는 30분, 휴일에는 수시로 운항된다. 상권도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썰물 때는 2시간정도 운항이 불가하기에 사전 물때를 확인해야한다. 정오에 호령곡산 정상을 밟는다. 넓은 평지로 정상 표시석을 측량용 철탑이 대신한다. 하나개 해수욕장도 한폭의 그림으로 들어온다.
이제는 시산제를 위해 12시10분에 바삐 하산한다. 내려오며 보니 급경사와 암벽으로 인한 위험 경고판, 너덜길, 깔딱이, 약간의 암릉길 등, 산으로서 갖출 것은 모두 지니고 있다. 눈에 띄지 않는 부처바위를 통과하여 계곡 길을 택해 환상의 길로 들어선다. 붉은 바위와 소나무사이로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산행길이 끝나는 바닷가 절벽 위에서 하나개 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풍경을 20분여동안 온몸으로 느낀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는 것을 오늘 알게 된다. 이곳을 두 번 온 산우의 설명은 ‘썰물 때 절벽아래 바닷가를 거닐며 보는 풍경도 환상’이라 한다.
13시에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천국의 계단’ 드라마 세트장 외관만 볼 수 있다. ‘하나개 유원지’를 벗어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13시15분으로 산행을 종료한다. 산행시간은 3시간 40분으로 인원이 많아 다소 지체가 되었다. 이제는 좀 더 여유를 찾으면서, 아름다운 섬 여행을 하는 것도 멋있게 느껴진다.
미리 준비한 제수를 차려 놓고, 모든 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산제가 엄숙하게 치러진다. 처음 대하는 시산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성대하다.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도와 예를 표하였다. 이는 주관을 맡은 산방의 임원과 대장 그리고 운영위원들의 준비와 많은 산우가 참여한 결과이다.
1시간정도 제례를 치루고 가진 점심식사는 떡국과 함께 잔치 날 분위기이다. 선착장에서 밀물로 가뭄이 해갈된 바다를 보니, 그리스의 에게해가 부럽지 않다. 15시40분 갈매기들의 배웅을 받으며 무의도를 떠난다. 남 산우의 하모니카 독주를 들으며, 사당역에 16시40분에 도착하여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09. 3. 8. 호룡곡산 산행과 시산제를 하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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