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자, 서초구 서리풀 근린공원에 있는 서행길 5코스를 산책하는 야외모임을 갖다. 세월이 흐르면서 회원 수도 줄어들어 현재는 몇 명 되지 않지만, 이중에서도 건강이 안 좋아 걷기 불편한 회원들이 참석하지 못해 3명만이 함께 한다. 3, 7, 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 역 7번 출구 밖에서 11시30분에 만나 출발한다. 서행길은 서초 행복 길의 줄임 말이다. 서초 구민의「행복」과「느리게 걷다」를 함축한 의미로 주민들이 산책길을 더 쉽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초구 산책길 브랜드이다.

< 서행길 5코스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1:13, 고속터미널 지하철역 7번 출구 밖 >

< 11:13, 성모병원 앞 육교를 건너 >
작년 코리아둘레길 중에 마지막 서해랑 길을 완주하면서 마지막 걸은(5월18일) 지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파크골프에 푹 빠져 파크골프장 구장만 걸은 것이 전부인데, 둘레길이나 다름없는 서행길을 무사히 걸을지 걱정도 된다. 일반 지하철 출입구와 차이가 있는 7번 출입구로 나오니, 도로 건너편에는 성모병원과 아파트 숲들이 조망된다. 터미널 주변의 외곽은 자주 오지 않게 되어, 언제 세워졌는지 알 수 없는 아름답게 조성된 센트럴시티보도 육교가 시선을 끈다. 오늘 코스를 주관하는 회장의 리드에 따라 사평대로를 육교로 건너간다.

< 11:17, 육교를 건너자마자 서행길 5코스 입구(아파트와 병원 사이 오솔길) >

< 11:18, 단풍이 들기 전 푸른 숲속 길 따라 >

< 11:22, 서행길 이정표(고속버스터미널역 출발 300m지점) >
육교를 건너자마자 서행길 5코스 시점(반대편 방배역은 종점)인 숲속의 오솔길이 시작된다. 우측으로는 성모병원이 넓게 자리하고, 좌측으로는 고층아파트들이 조망되는 서리골 공원이다. 이곳에 위치한 골짜기가 깊어 겨울에 언 얼음이 늦봄까지도 녹지 않아 처음에는「빙고골」로 불리다, 여름에도 서리가 생긴다 하여「서리골」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름처럼 나무가 우거져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도심의 빌딩들이 보이지 않는 완전 숲속이다. 나지막한 공원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상상도 못했고 처음 알았다.

< 11:24, 팔각정(원곡정) 쉼터 >

< 11:26, 약간의 계단도 오르면서 울창한 숲속 길을 >

< 11:29, 맨발로 걷는 서초 주민들 >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심호흡을 하게 되고, 자연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걷는 힐링의 코스이다. 둘레길에서 흔히 보던 이정표가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서 300m 왔다고 한다. 원곡정이란 이름의 팔각정에는 주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가면서 약간의 계단도 있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 어려움은 없다. 능선에 올라오니 주민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해 부럽기만 하다. 맨발로 땅을 밟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체험하고도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지나치곤 했다.

< 11:31, 참나무 쉼터 >

< 11:35, 우측으로 보이는 도로를 건너는 누에다리 >

< 11:38, 누에다리를 건너기 전 앞에서 >
해보려던 생각은 얼마가지 않아 잊어버리고, 보면 또 생각이 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금은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어서인지, 출발하는 시점에 신발장(신발 보관함)과 수돗물로 씻는 세족장까지 설치하여 놓았다. 참나무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 지역이라 붙여진 참나무 쉼터를 지나 완만한 경사를 오르니 우측으로 궁금했던 누에다리가 보인다. 서리골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이 이어져 있었으나, 차도(반포대로)가 생기면서 끊어졌는데, 이를 연결시켜주는 대형 육교이다. 폭 3.5m, 길이 80m 규모로 반포대로 지상 23.7m 높이로, 2009년 11월에 건설되었다.

< 11:40, 다리 중앙에서 시내방향 조망(남산타워가 멀리) >

< 11:41, 다리가 끝나는 곳에 누에 조각상과 설명이 >

< 11:46, 몽마르트 공원 입구 >
건너기 전에 누에다리 배경으로 일행들과 함께 인증 샷을 남기고 걷는다. 다리 중앙에서 시내 남산방향과 반대편 예술의 전당을 조망한다. 남산 방향에 국립중앙도서관과 남산 타워가 멀리 보인다.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는 대검찰청 및 대법원 등이 있다. 다리가 끝나는 곳에 누에 조각상과 소원을 들어주는「누에」란 설명이 있다. 누에는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천충(天蟲), 즉「하늘이 내린 곤충」으로 불렀다. 알에서 깬 누에는 뽕만을 먹고 4번의 허물을 벗으면서 자란다. 2000년 상수도 배수지 공사를 하면서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야산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 11:48, 몽마르트 공원의 잔디광장 >

< 11:49,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조각상 >

< 11:46, 몽마르트 공원을 둘러보고 코스로 돌아와 >
주민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인근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점을 착안하여 파리의 유명한 명소인 몽마르트 언덕으로 명명하였다. 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각종 장식물과 조각 등이 공원에 산재해 있다. 공원 중앙에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조각상과 시계탑이 있다. 매일 공원을 걷거나 조깅하며 한 바퀴 도는 방문객들이 많으며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오는 가족들도 많다. 몽마르트 공원은 코스를 벗어나 있는데, 지나칠 수 없어 잔디광장 등을 돌아보니 공원입구로 다시 나온다.

< 11:55, 갈림길에서 좌측 서행길로(우측은 하산로) >

< 11:56, 곳곳에 있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

< 11:57, 서리풀 다리를 건너 >
다시 이어지는 코스도 울창한 숲속이라 깊은 산중에 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가다 보면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주택가나 상가 등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을 잊고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몽마르트 공원에서 서리풀 다리를 건너면 서리풀 공원으로 바뀐다. 산책로에 있는 사색의 공간 안내도를 보니「서리풀」의 뜻을 설명한다.「서초(瑞草)」는 우리말로 상서로운 풀이라 하여 벼를 뜻한다. 평야지대가 많은 서초구의 이름은 바로 서리풀에서 따온 것으로,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함을 가슴에 담았다.

< 11:58, 가파른 계단과 돌아가는 완만한 길 중에 선택하여 >

< 12:09, 시간이 더 소요되는 완만한 데크(무장애 숲길) >

< 12:24, 정상인 곳에는 쉼터 정자와 전망대 >
서리풀 근린공원이라고 하면 3개의 공원(서리골, 몽마르트, 서리풀)이 포함되는 듯하다. 서리풀 다리를 건너면 등산로처럼 고도를 올리면서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산과 높이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민들은 산으로 여기고 많이 오른다고 한다. 정상적인 가파른 길과 돌아가는 완만한 길인 두 개의 데크를 설치하여, 자신의 체력에 맞는 길을 선택해서 오를 수 있게 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처음부터 무릎의 충격이 적은 완만한 데크 길을 선택하여 걷는다. 주위의 사무실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과 산책을 겸해 많이 걷는다.

< 12:27, 정상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대모산 방향 >

< 12:28, 서리풀 근린공원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2:28,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사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가파른 계단이 아닌 완만한 데크길로 가다보니, 정겨운 이름을 붙인 할아버지 쉼터, 할머니 쉼터, 도토리 쉼터 등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어 아쉽다. 해발 높이를 알 수 없는 정상이지만, 쉼터 정자와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강북 시내 방향이 아닌, 강남 일대의 일부분만 조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최고 123층의 롯데월드타워와 자주 올랐던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등이 선명하게 잘 보인다.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조망까지 즐길 수 있으니, 거리와 높이를 비교 할 수는 없지만, 등산과 둘레길 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들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코스이다.

< 12:29, 정상에서 내려가는 포장 시멘트길 >

< 12:32, 서리풀 숲속 상상학교 조형물 >

< 12:37, 종점(660m)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시점 2.5km) >
정상에서 종점 청권사(방배역)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로 편안하다. 길가에 색다른 명칭의 서리풀 숲속 상상학교 조형물이 있어 검색을 하니, 서초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장애인 대상 AR콘텐츠 숲 체험시설인 상상학교를 개장하였다고 한다. 숲(서리풀공원)안에서 숲길을 거닐면서 디지털AR(증강현실) 콘텐츠를 활용한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무장애숲길에 조성하여, 산을 오르기 어려운 장애인 등 거동약자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서리풀공원 등지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곤충류 등 전체 102종 콘텐츠를 관찰할 수 있다.

< 12:39, 내려왔다 다시 오르는 산길이 경사가 급해 >

< 12:50, 청권사 쉼터를 지나 하산 >

< 12:51, 쉼터 앞 아래는 정보사 건물이 철거되고 공사 중 >
종점(660m)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는 오솔길이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질퍽거려 걷기가 불편하다. 내려 온 만큼 다시 오르는 높이 때문인지, 조금 전에 올랐던 정상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청권사 쉼터 앞에 정보사 건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보사 건물이 있었기에 개발의 손길을 피할 수 있어 녹지공간과 생태공간을 잘 보존되었던 것 같다. 쉼터 앞에는 길게 뻗어 있는 청권사(淸權祠)의 경계선 돌담이 지나고 있다. 하산 길도 경사가 급해 계단이 많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 13:02, 청권사(淸權祠) 후문으로 들어갔다 >

< 13:06, 청권사(淸權祠) 정문으로 나와 >

< 13:07, 2호선 방배역 4번 출입구 >
청권사는 효령대군(孝寧大君)을 모시는 사당(祠堂)이고,「청권(淸權)」의 뜻은 옛날 중국 주(周)나라의 우중(虞仲)왕자가 아버지 태왕(太王)의 뜻을 헤아려 아우에게 왕위를 양보한 미덕을 공자(孔子)는 청권이라 하였다. 효령대군께서 아버지이신 태종(太宗)대왕의 의중을 헤아려 아우인 충녕대군(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양보한 미덕을 세종대왕께서는 나의 형이 곧 청권이라 칭송하였고, 정조(正祖)대왕께서 효령대군의 사당을 청권사로 사액(賜額)하신데서 연유한다. 내려오면서 후문을 만나 잠깐 들렸다 가기로 한다. 한쪽 코너의 건물만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온다.

< 13:12, 방배역 건너편 음식점 거리의 송가네 보쌈(2층)에서 >

< 13:14, 메뉴에서 보쌈특정식을 주문하여 점심식사 하기로 >

< 13:20, 주문한 보쌈특정식 상차림에 막걸리 한잔씩 >
정문 앞은 2호선 방배역이 위치하니, 시,종점이 모두 지하철과 연결되어 교통도 편리하다. 방배역 건너편 음식점 거리의 송가네 보쌈(2층)집에서 뒤풀이를 한다. 보쌈 특정식을 주문하니, 개인 접시에 보쌈과 된장찌개기 각각 나온다. 보쌈은 물론 함께 마시는 막걸리가 걸아서 인지 맛있다. 서행길 5코스 안내도의 거리는 5km, 소요시간은 2시간이라 하는데, 실제 걸어보니 1시간54분(11:13~13:07) 소요되는 적당한 거리로 시간이 나면 자주 찾아야겠다. 비록 3명만이 참석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젠 세월의 흐름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열심히 걸어야겠다.
2025. 10. 16. 서초구 서행길 5코스에서 정기모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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