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억 찾기 산행은 수락산(水落山)으로 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절반이 지나는 날 이른 새벽에 나선다. 아침운동을 산행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집을 나서니 직장 생활하던 시절 출근길이 생각난다. 손에 들었던 손가방 대신 어깨에 메어진 배낭이 내가 가야할 길을 말하여 주는 듯하다.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지하철을 한번 바꾸어 타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에 도착한 시간은 7시20분이다. 미주아파트를 옆에 두고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7시30분 나 홀로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에 있는 가게들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상태이고, 수락산을 알리는 표시석만이 환하게 반긴다.
수락산은 바위산이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지 않고, 곧바로 흘러내린다 하여 수락산이라 한다는 설과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들 수락을 찾는 부정(父情)이 산 이름으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넓은 계곡사이에 흐르는 물과 아침햇살 그리고 바위들이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다.
만남의 광장도 넓게 잘 정리 되어있고,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3.8km를 표시하고 있다. 옛 말로 10리 길, 평지 같으면 쉽겠지만, 산이기에 만만하지 않다. ‘덕성여대 생활관’도 지나면서 포장도로는 계속된다. 15분정도 지나니 ‘노인 요양원’ 입구와 ‘수락산 도시자연공원 안내도’가 갈 길을 확인하여 보라한다.
깔딱 고개와 밧줄잡고 오르던 추억을 찾아, 오르는 코스로 수락계곡을 택했다. 하산코스는 최근 다녀온 아내의 조언을 받아 기차바위를 지나 장암역으로 간다.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좁은 길에 잘 정리된 돌길이 나온다. ‘염불사’ 입구를 지나, 2002년 UN이 정한 ‘세계 산 의해’를 기념해 만든 도시 산림공원 입구가 나온다.
산림청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체험하기 위해서 조성했다 한다. 옆에는 ‘영월암’으로 가는 길도 나있다. 입구에서 30분이 되어갈 즈음 ‘벽운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배드민턴장에서 아저씨, 아줌마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을 축여본다.
넓은 제2 야영장을 지나자 바로 계곡 삼거리가 나온다. ‘수락산 정상’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경사가 급해지며 숨이 차기 시작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자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내가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느끼며, 감사하게 된다. 머릿속의 복잡함은 한 순간 날아 가버리고 숨 쉬기만 바쁘다.
휴식이 필요함을 느끼는 곳은 1시간 정도 올라온 ‘깔딱고개’ 중간이다. ‘큰 바위샘’ 포인트로 바위와 함께 옆에는 약수터도 있다. 일부 노약자 한 두 명은 이곳을 정점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다른 새소리는 안 들리고 유독 까마귀 소리가 아이들 울음소리 정도로 크게 울어대어, 혼자 온 사람의 마음을 심난하게 한다.
10분정도 쉬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하여 5-6분후 능선이 나온다. 이제부터 밧줄에 의하여 힘들게 올라야 한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이때 밧줄 위 나무에 까마귀 몇 마리가 가 날아와 울어댄다.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흉조(일본은 길조) 이기에 마음이 불편하다.
이정표에 정상까지 800m를 표시하고 있으니, 이 바위 길을 숙명적으로 올라야 할 거리이다. 옛날에는 밧줄로 연결되어 앞사람에 따라 밧줄과 같이 흔들리며 올랐는데 쇠줄로 변경되었다. 평일에다 이른 아침으로 앞서 올라간 사람 이외는 내려오는 사람도 없고, 뒤에 오는 사람도 없으니 약간 불안도 하다.
사지를 다사용하여 숨 가쁘게 한 단계 오르니, 앞에 도봉산과 북한산 인수봉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 와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의 회색빛 아파트 숲은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고 있다. 올라 갈수록 힘은 드는데, 경관은 더욱더 좋아진다. 이렇게 어렵게 바위산을 오르기는 도봉산, 백운대에 이어 세 번째다.
다행이 중간에 최근에 만들어진 나무 계단이 있어,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오른다. 또 다시 기다리는 철 난간지대 힘을 다하여 오른다. 9시20분 햇볕은 강하고, 얼마를 더 가야 할지 끝이 안보이며 힘이 빠진다. 난간 중간에서 10분간 휴식을 하면서, 초콜릿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때 나이가 드신 건장한 분이 올라오고 있다.
바위 길을 오르면서 처음 만나는 분이라 무척 반갑다. 질문은 남은거리를 물어 보는 것이 당연하다. 다 왔다고 하여 기운을 내어 하나의 큰 바위를 넘으니 정상 능선이다. 2분정도의 거리에서 걱정하며 휴식을 하였으니,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산을 오를 적엔 늘 겸손한 마음여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낯선 산은 잘 알고 있는 사람과 동행을 하고, 부득이 혼자 일 때는 익숙한 산을 가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하산 길을 협의하니, 기차바위-장암코스는 전철역까지 지루하다 한다. 능선코스로 수락산역으로 다시 가며, 정상은 기다려 줄 테니 다녀오라 한다. 정상 능선에서 조금 가니 주봉(637m) 표시와 태극기가 펄럭인다.
다녀오니 기다리고 있는데, 큰 도끼 한 자루의 도끼날과 몸통을 종이로 감싸고 있다. 이곳에서 주웠다는데 주말농장에서 사용할 것이라 하며 배낭에다 묶는다. ‘철모바위’를 돌아서 10시경 하산을 시작한다. 뒤 따라가다 보니 시선은 도끼에 가며, 신경이 쓰인다. 내려와 보아야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카메라 줌으로 당기니 철모 모양과 같다.
그래도 매일 이 산을 등산하는 분의 안내를 받으니 편하다. 조금 더 내려와서는 물개바위와 코끼리바위를 알려주어 보니, 비슷하게 닮았다. 누군가가 이름도 잘 붙여준다. 한참 내려오다가 인적이 드문 오솔길이 나온다. 갑자기 배낭에 매어진 도끼를 풀어 달라하며 어깨에 멘다 한다. 풀어 주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탱크바위'와 ‘치마바위’ 포인트가 나온 후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동막골’ (당고개)가는 방향으로 가다가 수락산역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장군약수터 철탑’ 포인트 표시가 나오면서 한동안 철탑과 함께 능선을 내려온다. ‘노원골 약수터’를 지나 계곡과 함께 숲속길이 나오며 여기저기 쉼터와 자연학습장이 있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1시30분경으로 4시간의 산행이 되었다. 꼭 들린다는 가게 앞 나무 그늘에서 막걸리로 오늘 산행 마무리를 한다. 마른안주는 배낭에 준비하고 다니기에, 막걸리 한 병 1,200원이면 하산주로는 최고라 한다. 신세를 질수 없어 각각 사다보니 각2병씩 되어 취하는데,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하다.
간단히 생각하고 왔던 나 홀로 산행, 처음에는 좋은 출발이었다. 오르면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까마귀 소리, 힘든 바위 오르기, 신경 쓰였던 도끼자루 등 혼자만이 산행이 쉽지 않음을 말하여준다. 이제 하나 남은 추억 찾기 산행이 끝나고는, 하산 길에 계속 신호를 보내오는 ‘불암산’을 찾아야 하겠다. 무사한 산행을 허락해준 수락산에 감사한다.
‘08. 6. 30. 수락산 산행을 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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