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두 돌을 맞이하여 강원도 ‘정동진’과 ‘휘닉스 파크’를 찾았다. 처음에는 ‘휘팍’이라 하여 몰랐는데, 요즘에는 말을 줄여서 하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딸은 근무 관계로 못 가고, 아들은 토요일이 휴무라 가족이 함께 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가족이라는 의미와 틀에 박힌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서 오는 기분전환 같다. 중부에서 영동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원주를 지나, 면온 I.C에서 나오니 바로 ‘휘팍’이다.
스키장을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화려한 복장에 ‘스키’와 ‘스노보드’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스키를 타러 온 것이 아니라서 숙소에 여장을 풀고 곧장 겨울바다를 보기위해 동해안으로 향했다. ‘정동진’은 아들 군대 가기 전 이곳에서 남해 한려수도까지 여행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옆에는 며느리와 손자가 동행한다. 그 외에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올 때마다 새로움을 준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하지만, 하루를 열게 되는 일출을 보기위해 자주 찾는 것 같다. 탁 트인 바다와 파도가 부딪치는 흰 포말을 보니 닫혔던 마음이 활짝 열리는 듯하다. 약간 추운 겨울의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고 즐거워하는 손자를 보고 어느덧 기쁨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손자는 처음 밟아보는 모래의 감촉이 좋아서 그럴까 좀처럼 백사장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금년도 며칠남지 않음을 확인하기 위해 모래시계 공원으로 갔다.
모래 량이 8톤이나 되는 조형물은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로 2000년 밀레니엄 해를 맞아 세워졌다. 상부의 모래는 미래의 시간을 하부의 모래는 과거의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간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 황금빛 둥근모양은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유리의 푸른빛은 동해바다를 평행선의 기차레일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꼭 1년이 걸린다. 매년 12월31일 자정이면 반 바퀴 돌리어 새로운 1월1일이 시작되는 회전식도 열린다. 상층에 얼마 남지 않은 모래가 안쓰럽게 밑으로 안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 우리네 마음과 같다.
올려다보면 산위에서 비상하려는 모습의 ‘썬 크루즈’가 보이는데, 산위는 생각보다 넓게 공원화 되어 있다. 선박주위는 연못을 만들어 놓고, 야자수 등으로 잘 가꿔 놓았다. 해돋이 조각공원을 구경하고 선박에 오르니 하나의 호텔이다. 몇 년 전 금강산 여행 시 교통수단 겸 숙박을 하였던 크루즈와 비슷하여 그 당시가 생각난다. 엘리베이터로 9층 갑판에 오르니 마을과 바다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저녁식사를 가까운 ‘금진항’ 횟집으로 가려 했는데, 아들은 이곳 8층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자주 먹는 회보다는 경관 좋은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즐기자는 것이다. 동해바다까지 와서 생선회를 안 먹고 가기도 처음인 듯 하고, 바다를 보며 생선회와 소주 한잔하려던 생각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하려니 감수해야 한다. 식사를 하는 동안 어두워지니 밤 풍경이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 야경 덕분에 횟집 커다란 방에서 썰렁하게 소주 1잔 걸치는 것보다 잘했다고 생각된다.
식사 후 밖으로 나와 공원을 거닐었더니 오늘이 보름이다. 명월청풍(明月淸風)과 달빛을 머금은 바다를 보자니 탄성이 나온다. 여기서 숙박하고 내일 일출까지 보았더라면 하는 마음으로 떠나기가 싫다.
‘휘팍’에 도착하여 밤 풍경을 보러 나오니, 이곳은 완전 리조트 단지로 전에 몇 번 가보았던 ‘용평리조트’와 흡사하다. 대낮같이 밝은 조명의 스키장과 호텔, 콘도, 상가, 골프장등이 있고, 젊은이들의 천국으로 밤 가는 줄 모른다.
동해 바다에서 못한 술 한 잔을 위해 상가에 들렸다가, 손자가 장난감 가게 앞을 떠나지 않아 장난감 자동차 3개 포장된 1세트를 사주었더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지만 자기만의 의사표시 목소리와 손짓으로 하는 의사소통이 귀엽다.
실내 포장마차에서 다함께 소주, 맥주잔을 부딪치며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재미가 아닐까 한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준비된 생일 케이크에 두 개의 촛불을 밝히고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그 음성에 힘이 실린다. 밤새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더니 잘 때도 옆에 두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것만 가지고 논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릴 때 나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서둘러서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손자가 1개월 전 과천대공원 동물원에서 ‘리프트’를 타고 울어서 고생했는데, 케이블카와 같아서 그런지 다행히 무서워하진 않았다.
밑에 보이는 설원은 눈이 부시고 그곳을 질주하는 젊은이들이 부럽다. 스키 타는 사람은 몇 명 안 되고 거의 모두가 보드를 즐긴다. 왜 스키를 배우지 못 했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정상이라고 하는 자칭 ‘몽블랑’에서 눈을 밟으며 겨울을 좀 더 일찍 느끼고 내려와 귀가 길에 올랐다.
아무튼 손자의 두 돌을 기하여 가족이 함께한 즐거운 여행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나, 우리 손자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는 할아버지가 되도록 해야겠다.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2007. 11. 24. 여행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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